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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불라 라사115(계명교양총서 115선)- 사랑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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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1860~1904)는 단편 소설 선집 ‘사랑에 관하여’에서 낯설지 않은 우리네 삶의 단면을 지극히 단순하고 소박하게 그려내지만, 그 이야기들이 가슴에 남기는 울림은 깊고도 크다.

체호프는 귀족 출신이 득세하는 시대에 가난한 평민 집안에서 태어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김나지움 졸업 후 모스크바 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한 그는 가족들의 생계비 마련을 위해 유머 단편을 잡지에 기고했다가, 그것이 계기가 되어 정식 작가로 데뷔했다. 그는 단편 소설들 뿐만 아니라, 희곡 작품들인 ‘세 자매’, ‘벚꽃 동산’ 등 그를 세계적인 극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한 명작들을 남겼다. 그는 유배의 땅 사할린을 다녀온 후 지병인 폐결핵이 도져, 44세의 이른 나이에 숨을 거둔다.

안톤 체호프의 ‘사랑에 관하여’에 수록된 작품들을 한 데 묶을 수 있는 큰 고리는 바로 사랑이다. 사랑과 윤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연인들의 이야기인 ‘사랑에 관하여’와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여인의 유혹에 빠진 두 남자가 등장하는 ‘진창’, 오랜 인연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지만 파경에 이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검은 수사’, 완전히 상반된 성격의 두 남녀가 벌이는 해프닝을 다룬 ‘상자 속의 사나이’ 등에는 남녀 간의 사랑이 주요 작품 소재로 등장한다. 다른 한 편에는 가족 간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들도 있다. ‘굴’에서 지독한 가난으로 굶주리고 병든 아들을 위해 구걸하러 길거리로 나온 아버지의 모습과 ‘구세프’에서 고향에 두고 온 자식들을 그리워하며 죽어가는 구세프, 그리고 ‘로실드의 바이올린’에서 임종을 앞둔 아내를 보며 삶의 회한에 젖는 야코프를 통해 작가는 가족 간의 사랑을 슬프고도 감동적이게 그려낸다.

그 밖에도 작가는 작품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과 직면한 상황, 사고방식,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통해 다양한 주제와 생각할 거리들을 제시한다. 이 작품들의 주요 주제들로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등장인물들의 고뇌와 깨달음을 보여주는 죽음의 테마, 편견과 아집으로 세상과 자신을 단절시켜 버린 폐쇄성 등의 심리적 병인들을 들추어내는 집착과 욕망의 테마, 가정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 사이에 생겨나는 갈등 문제에 주목하는 결혼의 테마, 그리고 인간의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라 할 수 있는 행복이 가지는 이중적 의미를 파헤치는 행복의 테마 등이 있으며, 그 밖에 작품들 간에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 많은 테마들이 존재한다.

체호프는 이 작품들을 통해 인간이란 대체 어떤 존재인지,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 우리는 어떤 태도로 삶과 사람들을 대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특히 이 작품들에서 가장 집요하게 작가가 독자에게 대답을 재촉하며 던지는 질문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이며, 행복이란 또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사랑에 관하여’와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에서 체호프는 사랑에 빠진 연인들을 불륜이라는 사회적 윤리 문제 앞에서 고뇌하고 갈등하게 만든다. 이성과 감성,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만큼이나 윤리와 비윤리 사이의 간격은 크고 극복하기 힘든 과제인 것이다. 우리 역시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그렇다면 행복이란 또 무엇인가? 이는 ‘산딸기’에서 산딸기가 자라는 농장의 주인이 되기 위해 아내를 굶어 죽게 한 동생이 그 꿈을 이루고 나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지켜본 형 이반 이바니치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과연 우리의 행복은 어디에 기반을 두고 있어야 하고,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할 일이다.

안톤 체호프는 작가로서의 삶뿐만 아니라, 의사로서의 삶에도 충실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무료 의료 봉사를 하고, 유배의 땅 사할린에서도 병든 이들을 치료했다. 그리고 그는 1904년, 지병인 폐결핵이 악화되어 요양하러 간 독일의 바덴바덴에서 아내의 품에 안겨 생을 마감한다. 체호프의 관을 실은 열차가 독일 국경을 넘어 러시아 땅에 들어서자 멈춰선 역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와 그의 죽음을 애도했고, 모스크바에 도착한 그 열차의 화물칸에는 그를 사랑한 수많은 사람들이 던진 들꽃들이 가득 쌓여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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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다수결주의·합리주의 정치모델과 국가행복도 한국의 민주주의는 사실상 민주주의의 정체 또는 퇴행이라고 볼 수 있는 위기 가능성의 징후가 많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낮은 신뢰도, 정체성이 없는 정당정치 등은 한국 정치의 낮은 제도화 수준을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민주주의 토대를 위한 사회적 기반의 붕괴와 민주주의 절차의 핵심인 정당체제의 역할이 실종된 한국의 정치 상황에서 국민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한국정치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함의를 제시하기 위해 다수결주의와 합의주의 정치모델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다수결주의는 말 그대로 다수의 뜻이 지배하는 정치원리를 의미한다. 이 원리는 다수를 점한 세력에게 정치권력을 집중시키는 것이며, 일사분란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다수결주의는 다수를 점하는 정치세력이 권력을 독점하기 때문에 야당은 다음 선거에서 권력을 획득하기 전까지는 침묵해야 한다. 다수결주의는 이러한 면에서 매우 배타적이고 경쟁적이고 적대적이다. 다수결주의가 작동되는 가장 대표적인 나라는 미국이다. 합의주의는 다수가 지배하는 정치원리라는 면에서는 다수결주의와 다를 바 없으나, 다수에 의한 지배를 최소한의 기준으로 삼는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