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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화재개 '신호음'..돌파구 찾나


<민간단체 "대북전단 계속"…공개엔 입장차>보즈워스 "美목표 北정권교체 아니다"(종합2보)캠벨 "北, 행동 바꿀 경우 관계정상화"(종합)<美상원 청문회 `북핵 해법' 北美대화 논쟁>
南 "열린 마음"으로 유연..北 "대화도 준비"
속내는 불변..미.중 '대화재개' 압력 커져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남북 군사실무회담 결렬 이후 '냉각기'에 빠져들었던 대화재개 흐름에 미세한 변화가 일고 있다.

남과 북이 서로를 압박하는 메시지를 되풀이하는 와중에도 다시금 대화재개를 전향적으로 모색해보려는 신호음을 잇따라 발신하고 있는 흐름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3.1절 기념사를 통해 "우리는 언제든, 열린 마음으로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대화재개를 향해 '분위기'를 조성해보려는 의도가 뚜렷이 읽힌다.

이는 공교롭게도 미 고위당국자들의 발언과 맞물리며 의미를 더욱 키우고 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위한 의미있는 행동을 취할 경우 미.북 관계정상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대북정책의 목표가 '정권교체'(regime change)가 아니라 관계개선을 위한 '북한 지도부의 행동 변화'라고 못박았다.

북한 외무성은 1일 대변인 담화에서 한미 합동군사연습을 맹비난하는 강경 수사를 되풀이하면서도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다"고 미묘한 언급을 달았다. 남측을 향해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뉘앙스가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조선중앙통신은 노동신문의 개인필명 논설을 인용하면서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양측의 이 같은 기류가 군사 실무회담 결렬 이후 각각 미국, 중국과 협의를 거친 이후 나온 변화라는 점이다.

북.중은 멍젠주(孟建柱) 공안부장과 장즈쥔(張志軍) 외교부 상무 부부장의 방북을 계기로 6자회담 재개방안을 조율했다. 중국측은 남북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북한에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한.미는 지난주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방미를 계기로 주파수를 맞췄다. 북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이 주의제였지만 대화재개 전략도 심도 있게 논의됐다. 당분간 우리 정부가 주도하는 '선(先) 남북-후(後) 6자' 기조를 유지한다는 기조 하에 대화 조기재개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 카드를 들고 추가도발을 시도할 경우 한반도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대화재개 카드를 통해 정세의 긴장도를 이완하고 추가도발을 억제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볼 때 남북간 대화재개 모색 기류의 이면에는 지난달 19일 대화국면을 향한 정상간 합의의 흐름을 되살려내려는 미.중의 전략적 공감대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표면상으로 유연해진 기류와는 달리 대화를 향한 남과 북의 기본태도와 접근전략에는 뚜렷한 변화가 없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남측은 여전히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변화로서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책임있는 태도표명과 추가 도발방지 확약 ▲비핵화 진정성 확인을 선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천안함 폭침에 대해 "특대형 모략극"이라고 주장하고 비핵화 문제는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현 국면에서는 남과 북이 다시금 대화재개를 모색하더라도 어느 일방이 일정한 양보를 하지 않는 한 의미있는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그러나 남과 북으로서는 현재의 교착상황을 풀어야 할 대내외적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접점 모색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 대화재개 국면에서 미국으로부터 일정한 '권한'을 위임받고 있는 우리 정부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조속히 이끌어내야 할 필요성이 크다. 남북대화라는 레버리지를 활용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대화 흐름이 계속 지지부진해질 경우 미.중이 계속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경우에 따라 북.미, 북.일 등 다른 형태의 양자접촉이 현실화될 공산이 크고 자칫 미.중간 컨센서스에 의해 한반도 정세가 좌우되는 곤란한 외교적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소식통은 2일 "정부로서도 계속 이 상태로 몇 달을 끌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일정한 성의를 보이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으로서는 당장의 식량수급이 '발등의 불'이고 2012년 강성대국 건설과 후계구도 안착을 위해서는 대외 관계를 우호적으로 만드는 게 중요 과제다.

특히 북한으로서는 일정한 비핵화 조치가 없는 한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이 움직일 수 있는 '명분'이 없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키 리졸브 훈련과 중국 양회 일정이 마무리되고 비정부기구(NGO)들의 쌀 식량 평가 보고서가 나오는 3월 하순 또는 4월 초순에 전반적인 정세 흐름에 큰 변화가 나올 것이라는 외교가의 관측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의 방북설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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