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7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가작(1)
장마
이예진 (명지대학교•문예창작학•1)
구름이 좋아서 구름으로 된 아이를 낳았다
아이가 울면 방안에 물이 차오를까 우리는 웅덩이보다 낮은 곳에 살았다 창밖으로 낯선 발목들이 지나가
접시를 닦고 기저귀를 갈면 올려다 볼 하늘이 없었다
아이가 울면 빗소리가 났어 빨래가 마르지 않아 양말 하나를 돌려 신었다
주전자 물이 끓고 아이는 자꾸만 몸을 키웠지 나를 잡아먹고 싶다고
라디오에 같은 사연을 보냈다 여긴 소리가 모두 젖어있으니까 구름에 닿는 주파수를 모르니까
이젠 방에서도 우비를 입어야겠다
젖은 책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책장이 무너져버리고
수화기를 왼쪽에 대면 뺨이 젖었다
● 제37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가작(1) - 수상소감
지진이야? 하고 물으면 전진이야,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무너지는 계단을 끝까지 오르고 싶습니다. S8607에서는 시를 쓸 수 없어서 밤마다 학교 벤치를 떠돌았습니다. 춥고 더웠습니다. 때때로 땅이 흔들린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습니다. 중심을 잡는 것이 어려워 중심에 서있지 못하는 편입니다. 저도, 시도 서 로를 걷돌고 있는 중입니다. 몸에 생긴 균열들, 저는 아직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서툽니다. 저는 우리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제 시에서는 우리라는 말이 참 많이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우리에 제가 들어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우리’라는 상태를 참 좋아합니다. 네가 있어서 참 좋아. 너희가 있어서 참 좋아. 그리고 우리가 되어서 참 좋아. 제 시를 끝까지 읽어주신 제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샤라랑의 기분을 아 는 멋진 교수님과 내가 가장 사랑하던, 사랑하는 숫자 0, 그리고 린. 열반과 콩자반과 느루. 그리고 셔틀콕 나의 우리가 된 사람들. 나의 우리 사람들 저를 지탱해주고 있는 모든 부분에 감사를 드립니다. 책상을 흔드는 여진 속에서 글을 마칩니다.
번호 | 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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