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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노래(2014)

- 아름답고 매혹적인 음악 동화

1980년대 초 일본에서 VCR이 처음 개발되었을 때 그 가격이 몇백만 원이나 되었다. 30분짜리 공테이프 하나가 우리 돈으로 8만원이나 했던 시기다. 일본 애니메이션 지망가들이 교과서로 여긴 것이 매주 방송되는 일본 만화의 대부 데츠카 오사무의 애니메이션뿐이었다.

물론 녹화를 하지만 1주일을 넘길 수 없었다. 1주일 후에 방송되는 분량을 녹화해야 되기 때문이었다. 공테이프가 8만원이나 했으니 쌓아놓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대신 그들은 1주일 동안 보고 또 보고, 움직임과 색감과 스토리를 완전히 체득해 버렸다. 그리고 지우고 새로운 것을 녹화했다.

그들이 바로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은 ‘공각기동대’의 오시이 마모루, ‘아키라’의 오토모 가츠히로 같은 애니메이터들이었다. 이들 덕분에 일본 애니메이션은 미국 위주의 세계 애니메이션계에 아주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재패니메이션이라는 고유의 타이틀까지 가지고 있다.

일본 외에 미국 애니메이션과 견줄 만한 시장성 있는 작품은 많지 않다. 그러나 실뱅 쇼메의 ‘벨빌의 세쌍둥이’, 빠트리스 르꽁트의 ‘파리의 자살가게’ 등 독특한 그림 스타일의 프랑스 애니메이션이 일부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 흥미로운 애니메이션 한 편이 필자를 감동시켰다. 바로 아일랜드 애니메이션 ‘바다의 노래’(2014년)였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소개되었고,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아일랜드 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바닷가 외로운 섬에 살고 있는 남매와 등대지기 아버지가 주인공이다. 엄마는 여동생을 낳다가 세상을 떠난다. 슬픔에 빠진 아빠 때문에 도시에 온 남매가 다시 고향섬으로 되돌아가는 여정이 이야기의 줄거리다.

우리의 ‘선녀와 나무꾼’처럼 엄마와 여동생은 요정이다. 눈송이처럼 하얀 몸에 또랑또랑한 눈을 가진 바다표범의 요정, 셀키. 여동생이 하얀 코트와 바다의 노래를 불러야만 마법이 풀리는 설정이다.
‘바다의 노래’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음악동화다. 뮤지컬 스타일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노래에 비해 소박하지만, 그래서 더욱 이국적이며 신비롭고 동화적인 느낌을 준다. 또 작화가 독특하다. 단순한 선과 아름다운 색감이 미술 작품을 보는 듯 하다.

무엇보다 요정의 세계와 인간의 가족이 벌이는 전개가 깊은 가족애를 느끼게 해준다. 오빠 벤이 차츰 동생 시얼샤를 아끼고 위해주는 마음이 눈물 짓게 만든다. 음악과 그림, 그리고 이야기 전개라는 3박자가 가족 애니메이션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감독 톰 무어는 벨기에와 프랑스, 아일랜드에서 활동하는 애니메이터다. ‘켈스의 비밀’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등 할리우드와는 차별화된 애니메이션으로 이름을 알렸고 애니메이션 그룹 ‘카툰 살롱’의 설립자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은 기술력과 상업력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은 동심이 근간이다. ‘바다의 노래’는 이런 초심을 잃지 않고 진정성을 가지고 만든 유럽 애니메이션으로 가족 모두가 함께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애니메이션이다. 그리고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 길들여진 우리의 시선을 정화시켜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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