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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간으로의 삶과 교육

이성이 없이 욕구만을 지닌 동물과 달리, 인간은 욕구 외에 이성도 갖는다. 인간은 욕구와 이성 사이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으며, 욕구를 선택하면 우리가 종종 폄하하는 짐승이 되고, 이성을 선택하면 인간이 된다. 그런데 인간은 동물에 속하면서도 짐승으로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 특이한 부류이면서도, 종종 짐승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아가는 이중적인 동물이다. 무엇보다 약자에 대한 강자의 힘을 강조하고 전쟁이나 싸움을 지속하는 것은 인간이 짐승에 불과하다는 증거로 보인다. 우리는 인간과 짐승 가운데 무엇이 되고 싶은가?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은 소수인종, 여성, 아동 등의 약자들이 결집하여 권력형 성폭력 피해 사실을 사회적으로 폭로하도록 독려하는 사회운동으로, 2006년에 미국의 여성운동가 타라나 버크(Tarana Burke)에 의해 창안되었다. 이 운동은 2017년에 이르러 배우, 모델, 직원 등을 대상으로 수십 년간 지속된 거물 영화제작자의 성추행 사실을 미국의 한 여배우가 폭로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이런 흐름과 더불어, 국내에서는 2018년 초에 한 검사가 검찰 조직 내부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면서 가속화되었고 사회 각계각층에 누적되었던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발이 이어졌다. 요즘 국내에서는 학교폭력에 관한 기사가 어느 때보다 자주 언급된다. 법률상에서 학교폭력은 초·중·고등학교 등에서 학생에게 발생한 정신ㆍ신체ㆍ재산의 피해를 수반한 행위로 규정된다. 여기에서는 신체와 재산에 관한 유형적 가해는 물론이고 정신에 관한 무형적 피해도 그 대상이 된다는 차이가 있으나, 학교폭력 사실에 대한 폭로도 약자의 용기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미투 운동이다. 이러한 미투 운동은 약자가 강자에 대해 제기하는 최소한의 반발이자 권리 주장이다.

 

서로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은 동물의 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해 필수적이고도 자연스러운 행동이자 원리이며, 동물은 그것의 힘을 이용하여 기득권을 확보하고 누린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인간의 세계에서 문제시되는 것은 이성이라는 인간의 특별한 정신적 기능 때문이며, 이성을 갖지 않는다면 인간의 어떤 행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의 이성은 약자에 대한 강자의 일방적인 억압을 절제하길 요구하고, 또한 강자에 대한 약자의 반발을 수용하길 요구한다. 인간이기 때문에 갖는 공감력과 배려심과 포용력 등은 결국 개인으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전체로서의 인간 사회를 발전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이다.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보았던 맹자나 악하다고 보았던 순자는 모두 교육을 통해 본성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입시를 목표로 삼는 초·중·고등학교나 취업을 목표로 삼는 대학교의 교육은 분명히 인간의 본성을 바로 잡는 교육이 아니다. 플라톤은 어린이에게 불경하거나 거짓된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면 관대하거나 무신경해지므로 그런 것을 들려줘서는 안 되며, 읽기나 쓰기보다는 올바른 행위를 가르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더 나아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가진 능력들을 최대한으로 발휘함으로써 국가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본성을 가졌다고 말한다. 인간이 이성을 가졌음은 분명하며, 우리가 이성을 가진 인간으로서 인간의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이성을 부정하고 짐승의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은 너무도 분명해 보인다. 우리는 인간의 삶을 살길 원한다. 따라서 우리는 교육의 궁극적 목표가 입시나 취업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살도록 배우고 가르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