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택한 삶은 한 잔의 차로도 충분하다. 차의 다양한 효능은 인간의 마음과 몸을 맑고 건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시작한 차와 다도는 인류 문화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나는 2005년경부터 차의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 차를 연구하고 있다. 차 연구 중에서 현장 답사는 무척 즐거운 여행이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일부 지역에서 차밭을 만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나를 감동시킨 곳은 경남 사천시 곤양면에 위치한 다솔사 적멸보궁 뒤편의 차밭이다. 내가 다솔사 차밭에서 감동한 것은 이곳이 우리나라 남부 독립운동의 본거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솔사 차밭은 우리나라 차의 역사만이 아니라 독립운동사에서도 아주 중요한 곳이다. 현재 나에게 차는 숙명이다. 차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솔사의 차는 우리나라를 지킨 성지라서 더욱 나에게 애틋하다. 그래서 차인이라면 반드시 다솔사의 차밭을 찾아야 한다. 차밭에는 그늘을 만드는 삼나무가 살고 있다. 나는 어느 해 봄날, 해가 질 무렵 이곳 차밭에서 독립운동에 헌신한 만해 한용운과 효당 최범술을 떠올리면서 가슴 벅찬 시간을 보냈다. 삼나무에 기대어 앞을 바라보면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산자락이
물은 흘러야한다. 흐르지 않는 물은 썩고, 썩은 물에는 생명체가 살 수 없다. 따라서 사람을 비롯한 생명체가 살기 위해서는 강과 하천의 물이 흘러야 한다. 나는 봉화에서 발원해서 낙동강과 만나는 내성천을 사랑한다. 이곳의 모래밭이 정말 아름답기 때문이다. 내성천의 모래밭은 곳곳에서 만날 수 있지만 경북 예천군 용궁면의 회룡포는 하루 종일 머물러도 아쉬운 곳이다. 그러나 영주댐 건설로 내성천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회룡포는 물길이 용처럼 굽이굽이 생겨서 붙인 이름이다. 용은 물을 상징한다. 용궁면도 회룡포에서 유래했다. 용궁은 용이 살고 있는 궁궐을 의미한다. 회룡포 근처 용궁역에서는 용궁과 관련한 거북이와 토끼 설화를 모델로 한 ‘토끼간빵’을 만날 수 있다. 회룡포 전망대에 오르면 회룡포의 진면목을 만끽할 수 있다. 전망대로 오르는 길은 내성천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뿅뿅다리’에서 출발할 수도 있고, 용문초등학교 앞에서 장안사로 갈 수도 있다. 장안사가 자리잡은 산 이름도 비룡산이다. 장안사에는 용왕을 모시는 용왕각이 있다. 전망대에서 회룡포를 바라보는 풍경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계절마다 이곳을 찾는다면 회룡포의 아름다운 추억만으로
불교 사찰은 우리나라 문화재의 보고다. 사찰은 우리나라 문화재 중 절대다수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연생태와 인문생태를 거의 온전히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찰 중 산신각은 우리나라 전통 산신 사상을 간직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문화재다. 전국 사찰에는 거의 예외 없이 산신을 모신 산신각을 두고 있다. 사찰에서 불교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산신을 모시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산신을 숭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산신 숭배는 산이 많고, 산 없이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우리나라 전통 신앙 중 하나인 산신을 포용한 것은 신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사찰을 찾아 산신각에서 기도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내가 자주 찾는 경상북도 칠곡군 동명면에 위치한 송림사에는 보물 제189호 5층 전탑, 보물 제1605호 대웅전 내 향나무로 만든 목조석가삼존불좌상, 보물 제1606호 석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조선 숙종이 직접 쓴 대웅전 편액 등 귀중한 문화재가 많다. 나는 송림사에 갈 때마다 대웅전 동편에 위치한 산신각과 소나무를 찾는다. 송림사 산신각은 전국의 산신각 중에서도 아주 작지만 매우 아름답다. 특히 송림사 산신각 옆에
경주의 고분은 신라시대 지배층을 이해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대략 2세기부터 6세기 중엽까지 축조된 인왕동고분군은 경주 중심부인 월성(月城)의 북쪽 지대에 분포하는 고분군들 가운데 가장 서편에 분포한다. 인왕동고분군은 주변에 월성을 비롯해서 첨성대 등 경주의 관광 명소에 가려 상대적으로 관심을 끌지 못하는 유적이지만, 경주의 그 어떤 유적보다도 가치 있는 곳이다. 인왕동고분은 아직 주인공이 누군지조차 정확하게 모르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운 문화유산이다. 고분은 주인공이나 매장 유물에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도 아주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인왕동고분군은 죽음이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미학의 가치를 지녔다는 것을 증명하는 문화유산이다. 인왕동고분군을 볼 수 있는 위치는 크게 세 곳으로, 그 중 많은 사람들이 찾는 지점은 첨성대 입구이다. 이곳에서 남쪽 겹겹의 산들과 더불어 고분군을 바라보면 눈이 멀 만큼 아름답다. 또 다른 곳은 계림의 숲이다. 계림에 들어가서 숲과 더불어 고분을 바라보면 환상적인 광경에 넋을 잃을 것이다. 다음은 인왕동고분군의 서쪽이다. 이곳 고분군 앞에 살고 있는 다섯 그루의 메타세쿼이아(이하 메타)와 더불어 고분을 바라보면 생명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리에 위치한 ‘도동서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이자 세계문화유산이다. 서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연생태-사회생태-인문생태’ 순으로 파악해야 한다. 도동서원은 대니산을 배산으로, 낙동강을 임수로 삼은 최고의 자연생태를 갖추고 있다. 서원의 이 같은 자연생태는 사람이 살기에도 적합한 곳이다. 도동서원은 우리나라 서원 중 최고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곳은 동방 오현 중 으뜸인 한훤당 김굉필(1454-1504)선생을 모시고 있고, 보물 제350호인 담장을 비롯해서 조영이 탁월한 사적 제488호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자의 도가 동쪽에 왔다’는 사액 ‘도동(道東)’은 도동서원이 성리학의 핵심 사상을 실천한 조선시대 최고의 교육기관이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성리학의 핵심 사상은 인간의 본성이자 천성인 창의성을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다. 점필재 김종직의 제자인 김굉필은 평생 성리학의 사상을 실천한 도학자였다. 도동서원을 기획한 사람은 김굉필의 외증손이자 조선시대 예학 전문가였던 한강 정구였다. 남명 조식과 퇴계 이황의 제자였던 정구는 도동서원을 조선시대 서원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문화유산이자 예술 작품으로 만들었다. 도동서원의 조영에서 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