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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도전하는 공공 배달앱, ‘배민’ 콧대 꺾을까?

공공 배달앱 전망

코로나 특수로 배달시장 급성장했지만

배달앱 독점으로 자영업자 ·소비자 부담 커

“독점 잡아라” 도전장 내민 공공 배달앱

편의성 부족, 적은 가맹점 수 등은 숙제

 

 

‘배달의 민족’이라는 말이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어감으로 다가오는 시대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약 23조 원으로 추산된다. 10년 전의 6조 원과 비교하면 무려 283% 이상 증가한 것이다. 지난 2015년 엠브레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만 15~59세 남녀 1천 명 중 절반 이상(55.9%)이 배달앱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지난해 불어닥친 코로나19 팬데믹은 배달앱 시장에 유례없는 호황을 불러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산업조사’ 결과를 보면, O2O 중 음식 배달 거래액은 20조1천5억 원으로 집계돼 전년(14조36억 원) 대비 43.5% 증가했다. 음식 배달업의 이러한 성장이 코로나19로 인해 상품 배송과 음식 배달 수요가 급증한 데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산업이 침체를 면치 못한 가운데, 배달 시장만큼은 특수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 ‘편리한 수렁’ 배달앱

그러나 급속한 성장의 이면엔 ‘독점’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각각 국내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두 업체 간의 점유율 합은 무려 98%에 육박한다. 10년 전 여러 배달앱을 대상으로 각종 할인 혜택과 저렴한 수수료를 내세워 소비자와 자영업자를 경쟁적으로 유치하던 호시절이 끝나고, 살아남은 업체가 시장을 ‘평정’했기 때문이다. 

 

적자생존이라는 냉혹한 규칙은 배달 시장에도 어김없이 적용됐다. 치열한 경쟁 끝에 소수만 살아남아 마침내 안정적 시장을 획득했다. 이는 곧 기업들이 그간의 손해를 크게 상회하는 이윤을 창출할 것이라는 의미였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4월 새로운 요금제를 발표했다. 기존에 월 9만 원 가량의 정액요금제 ‘울트라콜’은 점포당 3건으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주문 매출에서 5.8%의 수수료를 받는 요금제였다. 수수료를 많이 지불하는 점포일수록 앱 상단에 노출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신규 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월 3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점포가 기존의 26만 원에서 무려 670% 폭증한 170만 원의 수수료를 납부해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여론의 뭇매와 정치권의 비판이 쏟아지자 배달의민족은 뒤늦게 해당 요금제의 도입을 철회했다.

 

하지만 이미 독점체제가 완고하게 구축된 시장에서는 여러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지역 배달앱 입점 업체 65곳을 조사한 결과, 절반을 웃도는 37곳(56.9%)이 매장가보다 배달가를 높게 책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영업자들은 주문 1건당 중개 수수료와 배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탓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한다. 지난 2015년 유통경영학회지에 발표된 ‘외식업 자영업자의 배달앱 서비스 이용실태 및 수수료의 적정수준에 대한 정책탐색 연구’라는 논문에서도 중개 수수료가 부담이 된다고 응답한 업체가 전체 300개 업체 중 74.1%에 달했다. 특히 ‘매우 부담이 된다’는 응답은 38.9%였던 반면,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13.9%에 불과했다. 소비자와 자영업자가 독점 플랫폼 기업에 종속될수록 중개수수료 부담은 심화되고, 외식비를 상승시키며, 최종적으로 그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 공공 배달앱은 해법이 될까

민간 배달앱의 독점과 과도한 수수료 문제가 도마에 오르자, 지자체가 주도한 공공 배달앱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첫 공공 배달앱인 전북 군산시의 ‘배달의명수’가 지난해 3월 출시된 이후, 전남 강진군의 ‘강진배달통’, 경기도의 ‘배달특급’, 대구시의 ‘대구로’ 등 총 14개 지자체에서 공공 배달앱을 운영 중이거나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배달의명수와 배달특급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지역사회에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5월 배달의명수는 출시 50여 일 만에 가맹점이 870곳을 넘어섰고, 지난해 10월에는 이용자 수가 3만 명을 돌파했다. 경기도의 배달특급 또한 서비스 시작 두 달 만에 누적 거래액 53억 원, 가맹점 9천500개를 유치하며 인기를 끌었고, 지난 7월에는 거래액 312억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들 공공 배달앱은 모두 민간 배달앱과 달리 수수료가 매우 저렴하다. 지자체에 따라서는 수수료를 전혀 부과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과도한 수수료로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관(官)이 주도하는 공공 배달앱이 민간기업의 독점을 견제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특히 민간에 비해 뒤떨어지는 편의성과 부족한 가맹점 문제가 시급히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배달의명수는 지자체의 관리 소홀과 부족한 혜택으로 인해 앱 이용자 수가 감소세에 들어섰고, 배달특급 또한 관의 지원에 의존한 ‘반짝 효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지자체가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뒤따른다. 현재 여러 지자체에서 공공 배달앱을 운영 중이지만, 민간 배달앱의 독점을 견제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주장이다.

 

 

 

기자가 써본 ‘대구로’

 

‘대구로’는 8월 25일 출시된 대구시 공공 배달앱이다. 출시 직후 기자가 이용해 본 대구로의 첫인상은 ‘깔끔하다’였다. 흔히 공공기관 앱이 가진 불친절한 UI와 불안정한 사용성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상당한 완성도를 보였다. 하지만 회원가입 과정에서 수차례 오류가 발생하는 등 앱 안정화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현재 대구로는 회원가입시 축하 쿠폰 5천원 권과, 연말까지 2천 원 상당의 재주문 쿠폰을 주문 횟수와 상관없이 제공한다. 기자는 쿠폰을 이용해 2만1천 원 상당의 치킨을 1만6천 원으로 주문했다. 주문 과정은 여타 배달앱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대구행복페이’ 결제창이 별도로 존재했고, 5%의 추가 할인 혜택이 적용되는 점이 눈에 띄었다. 대구행복페이는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이고 소비자에겐 충전시 10% 할인 혜택과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제공하는 일종의 지역상품권이다. 시에서 개발한 배달앱에 지역상품권을 접목한 시도는 지역 경기 활성화를 고민한 측면이 엿보였다.

 

공공 배달앱의 등장은 자영업자에게 있어 희소식이다. ‘대구로’의 중개수수료는 2%, 카드 결제 수수료는 2.2%인데다 광고비도 받지 않는다. 배달의민족의 배민1(one) 서비스를 이용할 때 중개수수료 12%에 카드 결제 수수료 3%를 부과하는 것에 비하면 부담이 적은 편이다. 수수료가 낮을수록 소비자의 부담도 덩달아 낮아지는 만큼 서로 ‘윈윈’하는 구조다.

 

그러나 대구로의 성공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적은 가맹점 숫자와 민간 배달앱과의 차별화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대구시는 대구로의 시장 안착을 위해 앞서 언급한 여러 유인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민간 배달앱에 비해 가맹점이 적어 선택의 폭이 좁다. 또한 앱의 디자인이나 전반적인 UI가 민간 배달앱과의 경쟁을 염두에 둔 탓인지 매우 유사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현재 2천500개의 가맹점을 확보한 대구로는 연말까지 가맹점을 5천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대구로가 골목상권 활성화와 소비 진작, 독점 견제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