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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조항 가득한 언론중재법, 언론자유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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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 표결 앞둔 언론중재법

야당·학계·국제사회까지 우려

 

‘진실 입증 책임’ 언론에 부과하면

언론자유 위축될 수밖에 없어

 

피해자에 대한 구제책은 이미 충분

언론자유 제약하는 법안 철회해야

 

 

언론중재법, 본회의 통과만 남아

지난 8월 25일 새벽,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야당이 퇴장한 가운데 여당 단독으로 처리되었다. 국회에 제출된 모든 법안은 해당 상임위원회의 검토를 거친다. 그 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다른 법률과 상충되지는 않는지, 위헌적인 요소는 없는지를 확인한 다음 최종적으로 본회의에 상정하여 표결을 거쳐 확정된다. 현재 언론중재법은 입법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

 

이 법안에 대해서 야당뿐만 아니라 언론계, 학계 등에서도 우려하는 의견이 많다. 또한 국제사회에서도 반대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특별보고관은 이 법안 개정안이 표현의 자유를 심각히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문서를 공개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규정한 나라는 거의 없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해외 주요국에서 유사한 입법 사례를 찾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합리적 의심’ 봉쇄된다

언론중재법이 도대체 어떤 법안이기에 여당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를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 문제가 되는 내용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언론 등의 보도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 둘째 인터넷 신문이나 인터넷 뉴스 서비스에 대한 ‘열람차단청구권’, 셋째 법안의 대상자, 넷째 입법 과정 등이 이에 해당한다.

 

법안은 “언론 등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그 밖의 정신적 고통이 있다고 판단될 시 보도에 이르게 된 경위, 보도로 인한 피해 정도, 언론사 등의 사회적 영향력과 전년도 매출액을 적극 고려하여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얼핏 보면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항인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독소조항이다. 현재의 법안대로 개정이 이뤄진다면 언론은 합리적 의심을 바탕으로 한 의혹마저 제기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 역사상 보도 당시에는 확인되지 않은 여러 가지 의혹들이 나중에야 비로소 사실로 밝혀진 경우가 무수히 많다. 

 

언론 본연의 기능 유지 어려워

언론의 허위, 조작 보도는 ‘현실적 악의’라고 하는 개념으로,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미국 법원은 언론사가 ‘현실적 악의’를 가지고 있었는지, 즉 허위의 사실임을 알면서도 악의적으로 허위 보도를 하였거나 사실 확인 의무를 태만하게 했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따진다. 특히 공인을 대상으로 한 공적 사안의 경우엔 모든 입증은 고소를 제기한 공인의 책임으로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실적 악의를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법원은 언론 자유에 대한 보호를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적용되는 공인의 범위도 매우 광범위하다. 

 

이에 반하여,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사 스스로 진실 보도임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언론사에 대한 과도한 징벌적 배상 책임으로 인해 데스크나 경영진이 일선 기자에게 직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기자는 일상적인 보도 활동에서 과도한 자기검열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언론의 의혹 제기를 원천적으로 위축시킬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보도의 대상자가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허위 보도라고 주장하면 설사 보도가 진실이라고 해도 사실상 방어 수단이 없는 상황이 된다. 진실이라고 증명되는 것은 법원 판결 이후일 경우가 많다. 때문에 거의 모든 의혹 보도는 소송 대상이 될 수 있고, 언론 보도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도의 진실성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서, 언론이 소송 과정에서 취재원을 공개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이는 보도의 대원칙인 취재원 보호가 어려워지게 만든다. 법안 자체가 권력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드는 셈이다.

 

법안의 보호 대상자도 문제다. 대통령, 국회의원 등 고위 공무원을 예외로 두고 있어서 얼핏 보면 독소조항을 제거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의미가 없다. 이들이 퇴임하여 일반인으로 돌아간 경우와 이들의 일반인 측근, 가족에 대해서는 예외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의혹의 대상이 고위 공직자의 측근이나 가족인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법안대로라면 언론사는 가족과 일반인 측근에 대한 의혹 제기를 망설이게 되고 진상 규명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언론중재법에는 기사의 ‘열람 차단 청구권’ 조항도 신설되었다. 현재 인터넷 신문 또는 인터넷 뉴스의 경우 제목 또는 전체적인 맥락상 본문의 주요한 내용이 진실하지 아니한 경우, 언론 보도 등의 내용이 개인의 신체, 신념, 성적(性的) 영역 등과 같은 사생활의 핵심 영역을 침해하는 경우, 그 밖에 언론 보도의 내용이 인격권을 계속해서 침해하는 경우 등에 대해 인터넷 기사 열람 차단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보도와 뉴스를 접할 수 없게 되면, 공직자에게 제기된 의혹을 대중이 판단할 기회가 사라진다.

 

지난 9월 29일 여당은 본회의 상정을 철회하고 여야 동수로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함으로써 강행 처리는 불발되었지만, 그 입법은 과정은 여전히 문제다.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법안이 처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다양한 여론 수렴의 과정을 생략했던 탓이다. 우리는 흔히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수결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그 사안이 위헌적이지 않을 경우에 한한다. 한 마디로 모든 사항에 다수결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항에 다수결의 원칙이 적용된다면 다수에 의한 독재가 된다. 이 법안은 그 내용 자체가 자유민주주의에 위배된다. 위헌적인 법안은 발의되어서도 안 되고, 설사 발의되었다고 하더라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진실은 언론자유로부터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모든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고 말할 수 있다.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이를 공표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가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한다. 언론의 자유가 제약되면 다른 많은 자유가 위협받게 된다. 물론 언론 보도에 의한 피해자들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이에 대비한 여러 장치가 마련돼 있다. 형법의 명예훼손에 관한 조항이나 현행 언론중재법의 정정 보도 청구권, 반론권 등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명예훼손을 엄격하게 판단하여 실형을 선고한 경우도 있다.

 

언론 보도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언론인 스스로가 윤리적인 태도로 항상 진실 보도를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인류는 오백 년 전 종교개혁을 통해서 신앙의 자유를 쟁취했고 이 과정에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게 되었다. 이를 위해 ‘사상의 자유 시장’이 확립되었고 진실은 ‘사상의 자유 시장’을 거쳐 살아남게 된다. 법 제도를 통해서 규제하기 시작하면 항상 예외 없이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 진실은 자유로운 언론을 통해서만 보장되며, 일부 조항을 수정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위헌적 성격을 해소할 수 없다. 이 법안은 철회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