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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선별진료소에서의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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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무더운 여름날, 나는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를 시작했다. 때마침 직장을 찾고 있었고 처음에는 그저 높은 일당과 집과 가깝다는 이유로 만만하게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했다. 그렇게 시작된 일자리가 8·15 광화문 집회부터 2, 3차 대유행, 추석, 크리스마스, 새해, 설날을 거쳐 4차 대유행의 중심인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일을 시작한 처음에는 다양한 감정들이 나를 찾아왔었다. 혹시 내가 감염될까, 민원인들의 기침과 재채기 하나에도 신경이 곤두섰다. 여름에 바람이 안 통하는 방호복을 입고 있으면 속옷까지 젖을 정도로 땀이 나고 아득해질 정도로 숨이 찬다. 장갑을 벗을 때면 땀이 뚝뚝 떨어졌고, 겨울에는 손과 발이 얼어서 구부려지지도 않을 정도로 가벼운 동상을 달고 살았다. 당연히 마스크 속 콧물이 흘러도 닦을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더우나 추우나 항상 밖에서 일을 했다. 그저 서러웠다. 더군다나 터무니없는 항의들로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악성 민원인 응대라는 ‘감정 노동’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자부심이 있었다. 주변 지인들이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볼 때면 뿌듯하기도 했다. 또한 함께 일하는 직원분들이 너무 좋아서 단 한 번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특별한 경험이 될 거라는 믿음도 있었다.

 

일한 지 1년이 넘어가는 지금 시점에서 나는 자다가도 깨우면 검체 채취를 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랐고, 각종 선별진료소용 메뉴얼을 외우고 있다. 같은 방호복도 개성을 살리면서 입고, 민원인들을 응대하는 데에는 도가 텄다. 접종 완료와 함께 항체 검사까지 한 나는 무덤덤해지기도 했다. 작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바빠진 선별진료소마저 무뎌지고 익숙해졌다. 물론, 가뭄에 콩나듯 감사하다며 고생이 많다고 말해주시는 분들은 만날 때마다 정말 감사하다. 이건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다.

 

코로나가 앞으로의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모르지만, 그 끝에는 마스크 없이 모두가 웃으며 이야기하던 그 시절과 닮았기를 바란다. 길고 어두운 터널의 끝에는 반드시 빛이 있다고 믿고, 다 함께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지금 이 시각에도 코로나에 맞서 함께 싸우고 있을 의료진분들과 관련 근로자분들께 감사와 존경의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