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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를 넓히면 모든 것이 관광이 됩니다” 

퇴임교수 인터뷰 -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오익근(관광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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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 대한 남다른 관심… 영자신문 기자부터 통역장교까지

 

뒤늦게 오른 유학길, 취미였던 여행이 학문적 흥미로

 

귀국 후 1995년부터 2020년까지 25년 6개월간 근속

 

향후 지역사회 공헌과 저술 활동에 몰두할 계획

 

 

영어 삼매경에 빠진 강의실이 있다.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CNN 앵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학생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교수가 보여준 영어 뉴스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가리지 않고 꼬박꼬박 시험에 출제된다. 오익근(관광경영학) 교수의 강의실 풍경이다.

 

영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관광경영학과에 웬 영어 강의인가 싶지만, 이는 ‘영어는 더 이상 무기가 아니라 필수’라는 오익근 교수의 지론에 따른 것이다. 학창 시절부터 영어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학생 때 교내 영자신문 기자활동을 하며 실력을 쌓았고 이는 그가 ROTC 통역장교로 임관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전역 후 남들처럼 직장생활을 하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불현듯 미국 유학길에 오른 오익근 교수는 미국 대학에서 조교수를 하던 중 지난 1995년 다시 귀국하여 우리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그랬던 그가 지난 2월 28일자로 교편을 내려놓고 25년 6개월간 지켰던 정든 교정을 떠났다. <계명대신문>은 사반세기를 우리학교와 함께 한 오익근 교수를 지난 3월 19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오익근 교수는 한눈에 보기에도 두꺼운 책을 읽던 중 기자를 반겼다.

 

Q. 평소에 독서를 즐기시는지

전공을 공부하다보면 연구와 강의에 시간을 빼앗겨 전공책 이외의 책을 읽을 기회가 없었다. 이제는 은퇴를 해서 시간이 넉넉해진 덕분에 그동안 쌓아만 두었던 책을 뒤늦게 조금씩 읽고 있다. 특히나 마케팅계의 석학 필립 커틀러 박사의 ‘마케팅 플레이스’는 내게 많은 영감을 준 책이다. 또 여기 있는 영문 서적은 내가 1991년에 미국에서 조교수를 하면서 사둔 책인데 아직 전부 읽진 않았다. 책들이 이렇게 많아서야 어느 세월에 다 읽을지는 모르겠는데 한 권씩 틈날 때마다 읽을 생각이다. 덧붙이자면 전공 서적은 마음을 비우려고 싹 다 버렸다(웃음).

 

Q. 퇴임 소감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고속도로에서 150km로 과속을 하다가 100km로 속도를 준수하는 기분’이다.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엔 일이 바빠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기회가 적었다. 내가 관광경영학과 교수임에도 은퇴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아내와 여행을 다녀왔다. 교수 시절엔 연구와 강의, 그밖에 대외활동에 집중하느라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지금은 느린 속도로 달리니까 답답한 감이 있지만 과속할 때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 눈에 들어와서 좋다. 달리 말하자면 이제 내 시간을 나를 위해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사실 누군가 과거의 나에게 “당신은 열심히 사는 사람이냐”라고 물으면 당당히 “YES”라고 대답하겠지만, “당신은 주변 인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이냐”라고 물으면 대답이 궁색해졌을 것 같다. 그만큼 바쁜 나날이었다.

 

Q. 대학생 시절부터 현재까지를 회상한다면

1975년에 서강대학교에 입학하고 학내 영자신문사인 ‘서강헤럴드’에서 학생기자 활동을 했다. 그러던 중 군입대를 할 시기가 다가왔는데, 내 성격에 사병으로 입대하면 탈영할 것 같아서 ROTC로 임관을 했다(웃음). 나는 사학과 학생이었던지라 꼼짝없이 사병이 될 운명이었는데, 그간 갈고 닦은 영어 실력 덕분에 통역장교가 됐다. 이후 부산에서 2년 8개월간 복무하다가 전역하고 한라그룹 비서실에 입사했다. 거기서는 해외 기업 동향이 적힌 외신 기사를 번역해서 회장에게 보고하는 일을 한 1년간 맡았다. 그러던 중 유능한 이사 한 명이 회장 한마디에 해고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나도 언제 저렇게 될지 모를 일이지 않나. 그래서 다른 직업을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때마침 내 취미가 여행이고 내가 영어를 잘하니 미국에서 관광 분야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ROTC 소대장 시절에도 여행을 좋아해서 주말마다 혼자서 이곳저곳 여행을 다녔다.

 

그렇게 1983년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위스콘신대학 호텔관광학과 학부생으로 졸업한 뒤 미시간주립대학에서 1990년 봄에 박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조지아서던대학(Georgia Southern University)에서 1995년까지 5년간 조교수로 근무했는데, 별다른 보람을 느끼지 못했다. 비록 경력을 쌓고 싶은 마음에 미국 유학길에 오른 나였지만, 한편으로는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싶은 마음도 간직하고 있었다. 결국 1995년에 귀국해서 우리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로 들어왔는데, 학생들과 우리말로 소통을 하고 사제 간의 정을 주고받으니 미국에서는 못 느끼던 보람을 비로소 느꼈다. 학생들이 교수를 살갑게 대하는 풍경을 미국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Q. 학생들에게 특별히 강조하신 바가 있다는데

매일 강의 때마다 관광 분야와 연관된 CNN 뉴스를 서너 개씩 찾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영어에 관심을 가지라는 취지에서다. CNN에서 쓰는 영어는 간결하고 정확하다는 장점이 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반드시 이 뉴스와 관련된 문제를 냈다. 이런 강의 방식은 호불호가 확실히 갈렸는데, 그럼에도 은퇴하는 그 순간까지 꾸준히 영어 강의를 했다. 이 강의가 끝날 즈음엔 학생들이 하다못해 단어 몇 개, 관용어 몇 구절은 외워가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품었기 때문이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엔 영어만 잘해도 출세가 보장되었다. 그때에도 영어가 중요했지만 이젠 단순히 중요한 것을 넘어 가장 필수적인 능력이 됐다. 과거처럼 영어를 무기로 쓸 수 없는 시대이니만큼 영어의 중요성을 매번 강조했다.

 

이 밖에도 나는 학생들에게 공모전 참여를 항상 권장해왔다. 일종의 ‘클래스 프로젝트’로, 학생들이 공모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그 덕분인지 꽤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공모전에서 입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게 입소문을 탔는지 우리학과 소속이 아닌 학생들도 찾아와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나한테 조언을 구했던 다른 학과 학생이 학교에서 우연히 나를 마주치고는 “교수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다”라고 하더라. 나는 이런 교육 방식이 학생들이 창의력을 기르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에 구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본다.

 

Q. 최근 관광업계의 위기에 대해서

사실 이 위기를 단번에 해소할 근본적인 방안은 없다.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게 최선이다. 다만 이런 상황 속에서는 많은 인파가 몰리는 기존의 유명 관광지보다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관광지, 가령 중소도시, 시골, 농촌 등 한적한 지역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다. 실제로 앞서 말한 지역에 대한 관광객들의 선호도가 과거보다 늘었다.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추이를 잘 이용해야 한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전체적인 관광객 수는 줄었을지언정 해외에 나가지 못하는 관광객들이 국내로 눈길을 돌리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는 셈이다. 이런 부분을 잘 공략한다면 관광 수요를 충분히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관광 활성화를 위한 중소도시 브랜딩 전략’이라는 책의 집필 작업을 얼마 전 마무리했다. 제목에서 보듯 중소도시 관광 활성화 전략을 담고 있는데, 지역소멸 문제로 침체를 겪고 있는 지역 관광산업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출발한 책이다. 코로나19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이 아니라 몇 년 전부터 준비하던 것이었지만, 지금 상황에 접목해도 손색이 없다. 최근에 타 대학교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와서, 두 차례 강연을 할 예정이다. 이 책이 나의 은퇴를 장식하는 동시에 은퇴 이후의 삶을 결정짓는 회심의 일격이 된 것 같다(웃음). 이 밖에도 직접 집필한 ‘관광홍보론’과 ‘글로벌 문화와 관광’의 2판을 준비 중이다. 능력이 된다면 5판까지 찍으려고 한다. 은퇴한 몸이라 쉬어야 할 텐데 지루할 틈이 없을 것 같다.

 

Q.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

관광경영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류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일이다. 따라서 이론에 머물지 않고 실무 차원에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광’이라는 범주를 넓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관광이라고 하면 호텔, 여행사, 항공사 정도가 전부인 줄 아는 학생들이 많다. 그러나 관광의 범주를 그렇게 협소하게 정의할 이유가 없다. 시야를 넓히면 아웃도어와 레크레이션 등 모든 분야가 관광이 된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국내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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