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촉법소년 논란과 대선 공약
최근 각종 언론 보도 및 넷플릭스 드라마 등을 통해 다시 한번 소년범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보통 처벌을 강화하자는 주장으로 이어지는데 피해자가 범죄로 인해 겪는 고통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측면도 있다.
사실 범죄를 저지른 소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여론은 최근 들어 매우 강하게 형성되고 있는데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문재인 정권에서 제1호로 답변된 이후 비슷한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2022. 3. 10. 제20대 대선에서 48.6%의 지지를 얻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물론 안철수 후보도 촉법소년의 연령을 만 12세로 하향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였으며 이재명 후보도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낮추겠다는 공약을 발표하였기에 향후 보다 본격적인 논의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는 (형법상 형사미성년자와) 소년법상 범죄소년의 기준 연령을 낮추어 촉법소년에 대한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으로 소년법상 촉법소년의 연령 하향은 조정에 따른 부수적인 결과에 불과하다. 따라서 먼저 우리나라의 소년법이 범죄소년과 촉법소년을 어떻게 구분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각 소년의 범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살펴본 다음에 과연 기준 연령 하향이 필요한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 범죄소년과 촉법소년이란
소년법은 19세 미만인 사람을 소년으로 규정하고 범죄를 저지른 소년에 대한 다양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우선 소년의 나이를 더 세분하여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이 범죄를 저지른 경우 ‘범죄소년’으로서 보호처분뿐만 아니라 형벌도 부과할 수 있지만, 사형 및 무기형에 해당하더라도 15년의 유기징역에 처하는 등 완화하고 있다.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은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촉법소년’이라 하여 형벌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오로지 보호처분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4세 미만의 소년은 형법상 형사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책임능력이 없어 범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범죄소년 및 촉법소년에 대한 보호처분은 1호인 감호 위탁부터 10호인 소년원 송치까지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장 중한 처분인 10호 처분도 최대 2년까지 소년원에 수용되는 것이므로 장기간 교도소에 수용되는 성인 범죄자에 비하여 기간은 물론 수용되는 장소 자체가 차이 난다.
또한 보호처분은 소년원 외에도 다양한 기관을 수용장소로 정하고 있는데 아동복지시설 및 병원 등이 해당한다. 더 나아가 보호관찰을 받거나 사회봉사 또는 교육 이수를 내용으로 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가장 경한 처분인 1호 처분은 보호자 등에게 위탁되는 것이다. 1호 처분은 비록 법원을 거쳐 처분이 내려지며 그 과정에서 보호자에게 주의가 환기된다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냥 돌려보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즉 소년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지도 않고 다른 조치도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의 공약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14세 미만의 소년에 대해서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범죄소년의 기준 연령을 14세에서 12세로 낮추자는 것으로 그에 따라 자동적으로 촉법소년의 기준 연령도 조정되게 된다.
● 촉법소년 문제에 대한 논의 현황
우선 국가인권위원회는 촉법소년의 연령 하향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의견을 냈지만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낮추겠다고 발표하고 교육부도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에 부정적으로 우선 이러한 개정이 UN 아동 권리 협약에 반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UN 아동 권리 협약 제37조는 아동 범죄자에 대해서 체포나 가두는 일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일본의 촉법소년 문제 대응 및 우리나라와의 비교
나라별로 소년에 대한 기준연령이 다를 뿐만 아니라 대응 자체도 다르기 때문에 비교가 쉽지 않은데 우리나라의 제도는 일본과 유사하다. 즉 일본도 소년을 범죄소년과 촉법소년 등으로 나누고 촉법소년에 대해서는 보호처분만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우리와 달리 14세 미만의 소년에 대한 형사처벌이 핵심이 아니다. 물론 일본에서도 저연령 소년이 저지른 중대 사건이 문제 된 적이 있었지만 결국 경찰의 조사 권한을 강화했을 뿐 보호처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였다. 더구나 2021년 5월 개정된 일본의 소년법은 18-19세의 소년을 ‘특정소년’이라 하여 17세 이하의 소년과 달리 처벌을 강화하였지만 이 경우에도 여전히 보호처분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도 촉법소년에 대해서는 보호처분만이 가능한데 보호처분의 유형이 우리나라와 크게 차이 난다. 즉 소년원에 보내는 것 외에 아동 자립 지원시설 또는 아동 양육시설에 보내거나 보호관찰소가 보호관찰하는 것만을 규정하고 있다.
● 촉법소년 문제 대응 위한 개선책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사건에서 소년들은 매우 악질적인 범죄를 저지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촉법소년이므로 처벌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소년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지 않는 것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지만 사실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즉 보호처분이 형벌을 대신하여 촉법소년에게 내려지며 이러한 보호처분도 대상자에게 일정한 불이익으로 작용한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소년원은 그 시설이 매우 열악하여 사실상 교도소와 다를 바 없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소년원에 보내는 보호처분의 기간을 늘리게 된다면 현재 제기되는 문제들의 상당 부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천종호 판사도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반대하면서 소년원에 보내는 보호처분의 기간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 나아가 천종호 판사는 회복적 사법을 소년범죄의 해법으로 강조한다. 처벌이 아닌 가해자의 진정어린 사과가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게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회복적 사법은 피해자의 상처 회복은 물론 가해자의 진정한 반성도 이끌어낼 수 있기에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 가해자 처벌 강화가 회복적 사법의 적용을 방해하여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피해의 회복은 물론 소년의 반성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국가의 제대로 된 개입이 필요한데 개입의 강도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도 중요하다. 결국 국가는 범죄를 저지른 소년에 대해서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절차를 통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고 여기에 피해자를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와 같이 보호처분 1호의 남용 즉 보호자 등에의 위탁은 촉법소년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라 할 수 없다.
다만 소년원에서 제대로 된 급식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은 최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 하는데 한 신문 기사(오창익, “소년원, 제대로 먹이는 것부터 시작하자”, 경향신문, 2020. 6. 19)는 소년원의 한 끼 급식비가 1천8백93원으로 군인들의 급식비 2천4백95원보다 훨씬 적으며 군인들은 여기에 1천8원의 증식비가 붙으며 별도로 매점에서 간식을 구입할 수도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