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가상의 결합, 메타버스가 온다

  • 등록 2021.10.04 00: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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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는 ‘확장된 가상세계’

기존의 VR이나 AR과 달리

공간과 활동의 확장성이 커

 

블록체인 기반의 메타버스 경제

실물경제와의 연계성 강화되어

희소성 바탕에 둔 가치 창출

 

여러 기업, 메타버스에 속속 진출

소매업부터 제조업 시장까지 확대

시장 확대 위한 대중성 확보 관건

 

● 메타버스의 의미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 초월 의미인 '메타'(meta)와 세계, 우주 의미인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신조어로 ‘확장 가상세계’라고 불린다. 이 용어는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 1992년에 발표한 소설 ‘Snow Crash’에서 처음 사용되었는데, 이 소설에서 완전히 몰입되는 3차원 가상공간에서 현실 업무 뒤에 놓은 비전을 기술하는데 사용되었다.

 

구현 형태에 따라 메타버스는 4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로, 현실 공간에 그래픽을 구현한 가상의 사물을 중첩시켜 사화작용이 가능하도록 구축한 환경이다. 대표적으로 ‘포켓몬 GO’나 이케아의 ‘프레이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라이프로깅(Life Logging)이다. 이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없이 일상에서 얻는 경험, 정보 등을 웹 공간에 기록하는 활동으로, 인스타그램이나 삼성헬스 등이 대표적이다. 세 번째는 거울세계(Mirror Worlds)로, 현실 세계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반영하면서 정보를 확장한 가상의 세계를 의미하는데 구글 어스나 네이버 지도 등을 꼽을 수 있다. 마지막은 가상세계(Virtual Worlds)로, 디지털 데이터로 구축한 3차원 세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이 담긴 아바타를 만들어 활동하고 교류하는 것을 말하는데, ‘로브록스’나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제페토’ 등이 이에 해당한다.

 

● VR·AR과는 다른 메타버스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과 메타버스를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점은 공간과 활동의 확장성이다. 제한된 공간에서 규정된 활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과는 달리, 끝없이 확장되는 오픈 월드에서 제약없는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 메타버스의 특징이다. 이러한 메타버스의 특징은 ‘SPICE 모델’로 나타낼 수 있다. Seamlessness(무결절성)는 메타버스에서 발생하는 경험은 단절되지 않고 연결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하나의 아바타로 게임을 즐기다가 다시 로그인하거나 플랫폼을 갈아타지 않고 바로 쇼핑을 하고, 동료들과 업무를 논의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Presence(현장성)로, 물리적 접촉이 없는 환경이지만 사용자가 사회적, 공간적 실재감 등을 느끼는 상황을 의미한다. 세 번째는 Interoperability(호환성)로, 현실 세계와 메타버스의 데이터 및 정보가 서로 연동돼 사용자가 메타버스에서 경험하고 실행한 결과가 현실 세계로 연결되고, 현실 세계에서의 라이프로깅 정보를 바탕으로 메타버스 속 경험이 더 풍성하고 편리해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네 번째는 Concurrence(동시성)로, 여러 명의 사용자가 하나의 메타버스에서 동시에 활동하면서 동시간대에 서로 다른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마지막은 Economy(경제성)로, 메타버스에는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화폐와 거래방식에 따라 수많은 사용자가 재화와 서비스를 자유롭게 거래하는 경제 흐름이 존재한다. 또한 진화한 메타버스는 서로 다른 메타버스 및 실물 세상과도 경제 흐름이 연동된다.

 

메타버스 생태계의 핵심 요소는 가상 경제를 구축하고 제공하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에서는 투명한 경제 체제를 만들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가상세계 내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세계 자산을 다른 사용자에게 판매할 경우 이력이 모두 기록되고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가상세계 속 시장은 중개인 없이 직접 개인 대 개인으로 거래할 수 있는 덕에 중간 수수료가 없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경제 체제가 만들어진다. 기존에 존재하는 상품이나 자산은 물론, 가상세계에서 새로이 탄생한 자산은 희소성에 따라 가치가 매겨진다. 최근 주목받는 ‘NFT(대체불가능한토큰)’는 이러한 희소성을 통해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며 

장기적으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질 것”

 

 

● 실제 활용 사례는

현재 메타버스의 주된 이용자층은 MZ세대로 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다. ZEPETO X GUCCI의 버추얼 콜렉션은 럭셔리 브랜드 구찌가 MZ세대와의 접촉을 위해 제페토에 브랜드 아이템과 3D 월드 앱을 출시한 것인데, 일부 아이템을 선공개한지 10일 만에 구찌 IP를 활용한 2차 콘텐츠가 40만개 이상 생성되었으며, 3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였다. FORTNITE X TRAVIS SCOTT라는 가상 콘서트는 미국의 인기 힙합 뮤지션 트레비스 스콧이 게임 포트나이트의 공연 이벤트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사례다. 최대 1천230만 명의 동시접속자수를 기록한 이 공연은 2천만 달러의 공연 수익을 달성하였고, 공연 이후 음원 이용률은 25% 가량 상승하였다. 한편 국내에서는 MBC가 ‘너를 만나다’라는 가상현실 휴먼다큐멘터리를 제작하였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떠난 보낸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기획된 가상현실 다큐멘터리 프로젝트이다. 휴머니즘과 결합한 인공지능·딥페이크·가상현실 기술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선사했고 유튜브 조회수 2천600만을 기록한 바 있다.

 

제조업 분야에서도 확장현실(XR) 기술을 이용한 메타버스 기술이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운영하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는 다양한 디지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의 자동차 모델 혹은 주행 환경 등을 구축해 실제 부품을 시험 조립해가며 자동차를 개발하는 과정을 상당 부분 대체했다. 가상현실을 통해 글로벌 팀과의 실시간 협업도 가능하다. 세계적인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인 포르쉐에서는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해서 신차의 도로 내구성 주행 테스트에 앞서 차량을 가상공간에 배치해 다양한 시험 주행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포르쉐의 정체성을 살리는 낮은 에어로다이나믹 항력을 반영한 디자인에 활용되고 있다.

 

● 대중성 문제가 관건

메타버스가 대중화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첫째는 가상현실·증강현실·혼합현실 등에 사용되는 HMD나 안경을 장시간 사용할 시 발생하는 멀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높은 주사율 및 해상도 등을 갖추어 3D 멀미를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이밖에 무게감, 장치 가격 등도 소비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둘째는 활용도 측면에서 MZ 세대를 지속적으로 유인하고 다양한 계층 참석 가능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구매력이 높은 성인들을 메타버스에 유인하기 위해 보다 폭넓은 메타버스 컨텐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셋째는 윤리적 측면에서 개인 정보, 온라인 범죄, 빈부격차 등을 해소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또한 가상세계에 대한 과몰입은 현실에서의 일상을 황폐화하여 정체성 장애를 발생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현실과 가상의 경계 허물어져

메타버스의 가파른 성장은 코로나19와도 연관되어 있다. 향후 메타버스가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자. 우선 ‘디지털 휴먼’과의 공존에 대비해야 한다. 발달한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사람처럼 움직이고 말하는 디지털 휴먼을 예전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디지털 휴먼은 현재 기업의 홍보 모델이나 엔터테이너, 상담원, 튜터(개인지도)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뒤이어 일어날 변화는 지식재산(IP) 콘텐츠의 유형과 판매 방식의 다각화를 말할 수 있겠다. 발렌티노, 마크제이콥스 등의 명품 브랜드들은 닌텐도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 안에서 자사의 신상품을 공개하였으며, ‘제페토’에는 나이키, 디즈니, 헬로키티 등 여러 유명 기업이 입점해 이런 아이템들을 유료로 판매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도심 인구 집중화 현상이 둔화될 것이다. 산업화가 도시를 중심으로 일자리를 증가하도록 했다면, 메타버스는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도 거주할 수 있어도 될 수 있도록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끝으로 물리적 공간이나 설비에 관한 막대한 투자가 있어야만 가능했던 산업의 진입 장벽이 낮아질 것이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의 사례로 거론되는 게임 ‘로블록스’를 활용하면, 꿈꾸던 놀이공원을 건설하기 위한 큰 자본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

 

게임으로 시작된 메타버스는 다양한 범주로 확대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메타버스와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메타버스 서비스 유무와 품질은 브랜드 선택 기준이 될 수 있기에, 기업은 메타버스 경쟁력을 갖추고 변화하는 소비 경향에 적응해야 한다. 또한 메타버스 이용자들은 현실과 가상세계의 적절한 균형을 익혀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한 새로운 경험을 접할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임충재(게임모바일공학·교수) dooly@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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