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정원 미달 속출… 구조조정 가속화
두 차례 걸친 대학평가, 수도권 편중만 심화
다가온 3주기 평가도 여전히 지방대가 불리
지방대학 붕괴는 곧 지역사회 침체로 이어져
전국 대학에 미달사태가 속출한 가운데 낮은 충원율을 기록한 대학들을 중심으로 후폭풍이 거세다. 신입생 모집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던 대구대 김상호 총장이 학교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지난 3월 29일 해임된 데 이어, 전북 익산에 위치한 원광대와 강원 원주의 상지대에서도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구대는 올해 입시에서 전체 정원의 20%가량인 780명을 채우지 못했고, 원광대 또한 신입생 등록률 79.9%를 기록해 전체 정원 중 710명이 공석으로 남았다. 지난해 민주공영대학을 선포하고 교육 공공성을 확보하겠다고 나선 상지대는 충원율을 대외비에 부칠 만큼 충격이 컸다.
● 대학평가는 ‘기울어진 운동장’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이하 3주기 대학평가)’을 앞둔 지역 대학가에는 전운이 감돈다. 3주기 대학평가는 지난 2015년부터 박근혜정부에서 시작되어 3년 단위로 실시되는 대학구조조정 정책의 마지막 단계다. 2014년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이라는 이름으로 본궤도에 오른 대학평가는 당초 주기별로 1주기(‘14~’16)에 4만 명, 2주기(‘17~’19)에 5만 명, 그리고 3주기(‘20~’22)에 7만 명을 감축하여 최종적으로 2023학년도까지 입학정원 16만 명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1주기 대학평가를 통해 감축된 2만1천여 명 중 77.4%에 달하는 인원이 지방대에서 감축되면서 ‘지방대 죽이기’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전국 4년제 대학 입학정원의 37%를 수도권 대학이 점유하고 있음에도 이들 대학에서 감축된 인원은 전체의 22.6%(4천900여명)에 불과했다. 평가 결과 정원 변동이 없었던 대학 전체 45개교 중에도 60%(27개교)가 수도권 대학이었고, 입학정원이 증가한 대학 또한 전체 6개 대학 중 지방대학은 두 곳에 불과했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 유은혜(현 교육부 장관) 의원실에서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1주기 평가를 완료하며 최종적으로 4만4천여 명의 정원을 감축했다. 기존 목표였던 4만 명을 웃도는 실적이다. 그러나 A등급 미만 대학, 특히 지방대에 과도한 정원 감축 책임을 부과해 등록금 수익 의존도가 높은 지방사립대 재정에 직격탄을 날렸다. 명목상 정원 감축은 교육부에서 권고만 할 뿐 강제성이 없으나, 대학평가 결과가 곧 정부재정지원사업의 당락을 가르는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탓에 사실상 정원 조정을 강제했다. 또한 대학평가 결과 낮은 등급을 받아 ‘부실대학’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대학들은 재정적인 불이익과 더불어 대학 평판에도 큰 타격을 받아 입학자원 감소 속에서 이중고에 시달렸다.
이에 지난 2018년 문재인정부는 2주기 대학평가 체계를 ‘구조조정’이 아닌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전환하고 기존 5단계 등급을 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의 세 단위로 구분하였다. 또한 지역별 편차를 고려해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누어 권역별로 우수한 대학을 선정하고, 2014년 당시 구상된 5만 명보다 낮은 1만 명의 정원을 감축할 것을 권고하는 등 기존의 정원 감축 기조를 완화하였다. 대학교육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주기 대학평가로 감축될 정원은 약 4천300여명 규모로 나타나 1주기 대비 정원 감축 비율이 크게 낮아졌다.
● 3주기 대학평가, 여전한 지방대 패널티
이처럼 대학구조개혁정책의 변화를 암시하던 교육부는 지난 2019년 “획일적인 대학 정원 감축으로 부작용이 크고, 정부 주도 정책으로는 학령인구 감소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라며 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기조로 오는 5월부터 7월까지 실시될 3주기 대학평가는 모든 대학이 의무적으로 참여하여 평가 결과에 따라 정부가 정원 감축 대상 대학을 지정하는 기존의 진단 방식과 달리, 각 대학별로 진단 참여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했다. 또한 기존의 3단계 구분을 ‘선정대학’과 ‘미선정대학’으로 간소화하여 행정적 부담을 줄였고, 학교법인의 책임 및 구성원 참여·소통과 관련된 지표를 강화하여 대학 운영의 책무성을 강화하였다.
3주기 대학평가는 정원 조정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지만 여전히 지방대학에 불리한 평가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3주기 대학평가는 ▶교육비 환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신입생 충원율 ▶재학생 충원율 ▶졸업생 취업률 등 6개 항목의 13개 지표로 이뤄진다. 올해 대학평가는 전체 100점에서 신입생 충원율(12점)과 재학생 충원율(8점) 비중이 총 20점으로, 2주기의 4점보다 무려 3배 증가했다. 이들 지표에 전임교원 확보율(10점)을 더하면 총 30점이 되는데, 지난 입시에서 낮은 충원율을 기록한 지방대학은 당장 부족해진 등록금 수입을 충당하기 위해 편제 조정과 더불어 교원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는 처지인 탓에 지방대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학교는 지난 2주기 평가 결과 분석을 토대로 3주기 대학평가에서 ‘선정대학’이 되는 것을 목표로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평가지표가 지방대학에 불리한 상황이라 실무자들의 고민이 깊다. 박진석 기획평가팀장은 “2주기부터 권역별 평가가 도입되면서 1주기에 비해 사정이 나아졌지만 그뿐”이라며 “수도권 편중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지방대가 총체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기획평가팀 홍보윤 선생은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평가이기 때문에 지방과 수도권이라는 지역적 격차가 작용하는 부분이 크다”면서 “지방대학의 특성과 환경을 감안한 보다 세밀한 평가기준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지방대 지원 확대해야
지방대학의 위기는 단순히 지방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대학의 붕괴는 곧 대학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권과 지역사회를 위축시켜 지방소멸을 가속화한다. 교육에서의 양극화가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로, 지역 붕괴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3년 전 교육부로부터 폐교 명령을 받고 사라진 한중대는 우범지대로 전락했고, 학교가 위치했던 지역 상권은 일거에 초토화됐다. 지난해 8월까지 동부산대가 위치했던 부산 반송동 또한 활기를 잃었다. 불평등을 극복하고 교육공공성을 회복하는 일이 국가가 사회의 책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처럼 수도권 쏠림현상과 지방대학 고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원 마련’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대학정책의 전면재검토가 필수적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10년 넘게 이어진 등록금 동결 정책을 폐기하고 각 대학의 필요에 따라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도록 하여 사립대 재정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은 교육 수요자에 대한 일방적 부담 전가가 될 뿐이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결국 지역균형발전과 고등교육 활성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수도권 대학 편중을 해소하고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재정지원의 확대가 절실하다.
하지만 교육 및 연구여건 개선을 위한 정부재정지원금 상당수는 수도권 및 상위권 대학이 독점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수도권 대학의 대학당 지원액은 225억 원인 반면, 지방대학은 대학당 121억 원으로 그 절반에 불과했다. 이를 사업유형별로 구분하면 격차는 더욱 뚜렷해진다. 2019년 연구개발사업 명목으로 지방대학에 지급된 액수는 52억 원으로 수도권 대학 149억 원의 1/3 수준이다. 특히 4년제 대학의 경우 수도권 소재 대학은 대학당 236억 원을 지원받은 데 반해, 지방은 대학당 91억 원을 받는 데 그쳤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수도권에 편중된 정부재정지원이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 사이의 격차를 확대했다고 분석하고, 이대로는 지방대학의 연구기능이 소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경향신문이 진행한 좌담에서 “수도권 대학도 일부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조정해야한다”며 “선도적으로 정원을 줄여가는 대학에 정원 증원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수도권 대학 정원을 일부 축소할 의사를 내비쳤다. 앞으로의 대학정책은 고등교육의 공적 역할을 강화하고 지방대와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지원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