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의 은퇴경기를 지켜보며

  • 등록 2009.11.15 10: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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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1일 대전에서 개최된 전국체전 마라톤경기에서 이봉주가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레이스를 펼쳤다. 20년 동안 오직 마라토너의 길만을 걸어왔던 이봉주는 이 날도 42.195km를 묵묵하게 달렸고 1위로 골인했다. 경기를 앞다투어 보도한 매체들은 한편으로 은퇴경기를 우승으로 장식한 ‘봉달이’ 이봉주 선수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고, 다른 한편으로 그를 대신할 만한 신인선수의 부재를 서글퍼했다.

우리는 마라톤을 곧잘 인생에 비유한다. 만일 그것이 가능하다면 마라토너 이봉주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 그는 보기 드물게 의지력이 강하고 성실한 마라토너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몇 가지만 언급해 보기로 하자.

이봉주는 지난 20년간 풀코스를 41회 완주했다. 국내 및 국제 대회에서 우승한 적도 여러 차례 있다. 몇 년 동안 깨지지 않고 있는 한국최고기록도 그가 보유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철저한 준비와 연습 덕분이었다. 본 대회뿐 아니라 대회참가를 위해 연습한 것까지 합하면 그는 족히 지구를 4바퀴 돌고도 남는 거리를 달렸다고 한다.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하고 연습했으니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인생에서도 자신이 어떤 일을 이루고자 하면 그것을 철저하게 준비해야만 한다.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기 개발을 위해 하루 서너 시간씩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에 보통사람들은 하루 평균 4분 정도만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생에서든 마라톤에서든 성공하려면 철저하게 자기개발을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TV를 통해 이봉주가 달리는 장면을 본 사람이라면 그의 달리는 태도가 남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뒤따라오는 선수를 경계의 눈빛으로 힐끗 힐끗 쳐다보며 뛰는 여느 선수들과 달리 이봉주는 묵묵하게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면서 뛰는 선수로 유명하다. 마라톤에서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리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뒤따라오던 선수가 추월한다고 附和雷同해서 덩달아 뛰어서는 안 된다. 그러다가 페이스를 잃어 경기를 포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분수를 모르고 남들 따라 마구 쓰며 살다가 경제적으로 파산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분수에 맞게 절제하며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

42.195km를 달리는 일은 그 자체가 고통이다. 특히 30km를 넘어서면 고통이 몇 배로 증폭된다. 짝발에다 평발이었던 이봉주가 겪었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43번이나 풀코스에 도전했으며 이중 41번을 완주했다. 이봉주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깐 그 자체로 기쁘다"라고 했다. 살다보면 위기와 시련의 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던 일을 중도 포기할 것인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 낼 것인지는 본인 스스로가 결정해야한다. 이봉주는 자신을 믿었고 자신의 일을 사랑했다.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그는 대부분의 경기를 완주할 수 있었다. 노장 마라토너 이봉주의 검게 그을린 얼굴과 이마에 깊게 패인 주름살은 그가 마라토너로서 자신의 인생을 얼마나 성실하게 살았는가를 말해준다. 쉽게 포기하고 쉽게 좌절하는 요즘 젊은이들은 마라토너 이봉주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
계명대신문사 kmup@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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