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안, 15년간 누적된 부담의 정상화 과정"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는 지난 1월 7일부터 24일까지 6번의 회의를 거쳐 2025학년도 등록금을 4.87%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2024학년도 4.9% 인상에 이어 2번 연속 인상된 것이다. 이번 등록금 인상의 배경과 등심위에서 논의된 내용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 2025학년도 등록금 인상 주요 요인
우리학교는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과 학생·학부모의 교육비 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9년부터 15년간 등록금을 동결해왔다. 그러나 ‘소비자 물가 상승’,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계약직 교직원의 인건비 증가’, ‘캠퍼스 노후화로 인한 유지·보수 비용 증가’ 등 장기간 누적된 재정 부담의 증가를 이유로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학교 측은,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규직·교원의 인건비를 동결하고, 기존 2백90여 명이었던 정규직 직원을 2백30여 명으로 감축했으나 지속된 최저임금 상승 등의 요인으로 계약직 교직원의 인건비 부담이 증가했으며, 원활한 교육서비스 제공에 대한 우려로 인해 인력의 추가감축이 어려워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캠퍼스 내 건물 유지·보수 비용 증가도 주요 요인 중 하나이다. 건물을 유지하고 보수하기 위해 시설물들을 수리 및 교체하는 과정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노후화된 시설물에 필요한 예산은 적지 않다. 기획처는 교내에 노후화된 냉난방기를 전부 교체하는데만 1백50억 원이 필요하며, 현 예산으로 이러한 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등심위에서는 ‘국고 보조금(정부 사업비) 활용’과 ‘교비 적립금 사용’ 등에 대한 대안도 함께 논의했다. 그러나 정부 사업비는 용도가 정해져 있어 다른 용도로 전용할 수 없으며, 적립금도 감가상각비 보전을 위한 건축비가 대부분이라 등록금을 대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즉, 학교 운영을 위한 기본 재원은 여전히 등록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등록금 인상, 학생에게는 부담
2024년 신설된 혁신신약학과와 2025년에 병합 신설된 자율전공부를 제외한다면 지난 2년간 인상된 등록금은 평균 81만7천 원이다. 당장 올해 인상액만 하더라도 연간 평균 42만6천 원의 등록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단과대학별로 보면, 인상 금액이 가장 큰 의과대학이 50만2천 원 증가했고, 약학대학은 48만4천 원 인상되면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인상 금액이 가장 적은 인문국제학대학과 사범대학, 사회과학대학은 30만2천 원이 인상됐고, 자연과학대학과 체육대학, 간호대학이 39만 원 인상됐다. 한편, 자율전공부는 그동안 인문사회계열과 자연공학계열을 나누어 선발함으로써, 계열에 따라 각각 등록금을 책정해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자율전공부를 계열 구분 없이 공통적으로 선발하도록 변경했고, 이에 따라 전과 가능 학과의 다양성을 고려한 3백88만1천 원이 등록금으로 책정됐다.
한편, 복수학위과정에 대한 추가수업료는 동결됐다. 복수학위과정은 우리학교와 협약을 맺은 해외 대학에서 정해진 기간을 이수해 두 개 대학의 학위를 취득하는 제도로 소속 단과대학 등록금에 추가 수업료를 가산해 등록금이 책정된다. 우리학교에서 운영하는 ‘계명·쇼팽음악원’, ‘디지펜복수학위과정’의 추가 수업료는 각각 90만 원과 1백38만1천 원이다.
이번 등록금 인상에 대해 학생 대부분은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인문국제학대학 재학생 A씨는 “인상된 등록금만큼 나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오는지 잘 모르겠다. 다른 단과대학은 실습 공간이나 연습 공간 등이 제공되지만, 인문국제학대학 학생들은 있어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의문을 표했고, 음악공연예술대학 재학생 B씨는 “등록금 외에도 연습실 대여, 악기 유지비용 등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더 해야할 것 같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반면, 공과대학 재학생 C씨는 “인상된 등록금만큼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취업에 도움이 된다면 어느 정도의 인상은 감수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작년 등록금, 장학금 및 시설 투자에 활용
지난 2024년, 등록금 인상으로 확보된 금액은 약 40억 원 정도로 2024년 등심위 학생위원 요구사항 이행과 시설 투자에 사용됐다. 작년에 학생위원이 요구했던 학술세미나 참가비 지원은 단과대학별로 일정 금액을 배정해 활용을 학과 재량에 맡겼다.
국가장학금 II유형 대체 장학금에 대해서는 ‘계명행복우수B장학금’을 신설해, 5분위 이하 학생들에게 1인당 최대 40만 원씩 범위 내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그러나 계명행복우수B장학금의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총장특별장학금(성적 장학금)’의 예산이 크게 감축됐다. 이 때문에 평점 평균 4.4 이상(성적우수) 혹은 평점 평균 4.5 이상, 18학점 이상 취득(학업우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외에 다른 비용은 대부분 교내 시설물에 투자했다. 2024년에는 교육환경 개선 공사에 약 45억 원, 교육용 자산 구입에 약 20억 원 등이 활용됐다. 이 비용들은 ‘동산도서관 환경개선’, ‘강의실 냉난방기 교체’, ‘학습공간 확보’, ‘일체형 책걸상 교체 비용’ 등에 사용됐다.
● 2025 학생위원 요구사항
2025학년도 등심위 학생위원들의 요구사항은 ‘냉난방기 이용 조정’, ‘바우어관 리모델링’, ‘도서관 24시간 개방’, ‘미술대학 실습실 개선 및 야간작업을 위한 이용 시간 연장’, ‘전공수업 및 학생 교육 프로그램 확대’ 등 총 5가지다. 하정철(통계학·경영정보학·교수) 기획처장은 냉난방기는 기기 노후화와 공간 이용 정도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교체를 진행하고 있으며, 사용 현황을 파악해 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바우어관 리모델링, 동산도서관 24시간 개방, 미술대학 실습실 이용 시간 연장은 관계부서와 협의가 필요하며, 전공수업 및 교육프로그램 확대는 2학기부터 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지난 2월 21일 발표한 ‘2025학년도 대학 등록금 현황 조사’에 따르면, 전국 대학 1백90개교(사립대학 1백51개교·국공립대 39개교) 중 68.9%인 1백31개교가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이는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에도 불구하고, 누적된 재정 부담과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대학들이 불가피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등록금 인상으로 인한 학생·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은 만큼, 단순한 재정 보전을 넘어 교육 서비스 질 개선과 복지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학교의 전략적 재원 활용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