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법시행령 개정안, 지방대학의 위기 혹은 기회

  • 등록 2023.09.11 15:5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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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 벽 허물기는 급감하는 학령인구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인구 감소 및 지역 소멸, 하이테크 혁신 및 디지털 변혁 등 사회의 변화와 산업계 지형이 변화됨에 따라 우리 대학들도 이에 알맞게 교육 및 운영 체제의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학들은 사회변화에 부응함에 있어 학과(부) 간 장벽 해소, 산학연 협력 강화 등 혁신이 필요함에도 규제와 통제로 인해 대학의 혁신을 도모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교육부는 고등교육법시행령을 개정하여 법령상 규제를 풀고 대학의 혁신을 도모하는 제도적 틀을 정비하였다. 고등교육법시행령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경직적 대학 운영을 유발하는 대학 내 장벽을 허물고, 국내외 대학 및 산업체․연구기관 간의 교류 협력을 강화하고, 재직자와 지역주민의 고등교육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 본격적인 대학 내 규제 유연화

고등교육시행령 개정의 첫 번째 중점은 입학 과정에서 통합 모집 단위로 전공 자율성을 확보하고, 재학 과정에서도 진로 탐색이나 적성에 따라 졸업까지 전공(학과)을 변경할 수 있는 유연화된 구조를 갖추는 데 있다.

우선, 1학년 전과를 허용하고, 2학년 이상 재학생도 융합·첨단 학과 등 신설학과로의 전과 제한을 풀어 학생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다. 기존에는 학과 간 명확한 경계로 입학단계에서 전공이 정해지고 졸업까지 이어지는 학사운영과 함께 학생의 전공 선택권이 제한되었다. 이번 개정을 통해 재학 단계부터 진로 탐색을 거쳐 전공을 선택하거나 전공을 더욱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게 된다. 구체적인 전과 방식은 대학 학칙 등을 통해 학교 특성과 전략에 따라 결정된다. 일부 특정 학과의 쏠림 현상 방지를 위해 학과(전공)별 전과 규모나 학생 선정 방식을 학칙에 포함해 운영할 수 있다. 이는 학생들의 학과 및 전공 등 진로 선택에 따른 선택권을 보장하는 반면, 학과 및 전공은 학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학생 및 산업 수요에 맞는 교육과정, 학사관리, 학생상담 등을 제공하고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아울러 미래 직업이나 학생 수요에 따라 인문 사회 및 기초 지식을 제공하는 학부 및 전공의 소멸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둘째, 지금까지 대학 교원의 책임 수업시수를 주 9시간을 원칙으로 한 규정을 삭제하고 전임교원의 중점 역할을 교육뿐 아니라 연구․산학․대외협력 등으로 다양화하고 대학의 발전전략과 특성화에 따라 책임 수업시수를 학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였다. 교수들의 책임 수업시수가 학칙에 따라 12학점으로 상향된다면, 전임 교원들의 연구나 산학협력 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고, 학문 후속세대의 교수직 입직의 수요를 줄이고 시간강사의 시수까지 빼앗아 갈 수 있다. 반대로 6학점인 대학에는 3학점을 메꿀 시간강사나 비정년트랙의 증가로 이어져 전임 교수라는 안정적 일자리가 사라지고 만다.

 

셋째, 의과대학 등의 수업연한에 있어 기존에는 예과 2년과 본과 4년이었던 것을 통합 6년으로 변경하고 예과와 본과 간 교육과정 연계를 강화하여 다양한 의료 분야의 인력 양성을 강화할 수 있는 의대 교육의 질적 고도화를 촉진하였다.

 

넷째, 일반대학의 온라인 학위과정 개설을 자율화하였다. 코로나 이후 대학에서 온라인 강의 노하우가 축적되었음에도, 여전히 온라인 학위과정은 교육부 사전 승인을 거쳐야 하며 하이테크 및 신기술 분야나 외국대학과의 공동 교육과정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되었다. 이에 모든 분야에 대한 온라인 학위과정을 허용하도록 교육부 사전 승인을 폐지하고 대학이 자유롭게 온라인 학위과정을 개설 운영하도록 ‘대학 등의 원격교육 운영에 관한 훈령’ 개정도 추진될 계획이다. 온라인 학위과정은 온라인 수업에 대한 체계적인 학사 관리나 평가 등에 대한 시스템 구축 및 운영, 토의와 실험 및 실습 등을 필요로 하는 수업 구성 및 운영 등 여러 산재된 이슈들을 충분히 해결한 후 시행될 수 있을 것이다.

 

● 국내외 대학 및 기관과의 자유로운 교육과정

고등교육법시행령의 개정에 대한 두 번째 골자는 국내외 대학 및 산업체․연구기관과의 교류 협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 첫째, 그동안 국내대학과 외국대학의 공동교육과정 운영 주체는 단일 대학으로 한정하여 복수 대학을 연계한 공동교육과정 운영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개정안에는 대학들의 강점과 특성화 분야를 연계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과정을 제공할 수 있도록 컨소시엄을 통한 국내외 공동교육과정 운영 근거를 마련한다.

 

둘째, 국내대학 간 공동교육과정 졸업학점 인정 범위를 1/2 이내로 제한했던 것을 대학 협약을 통해 자율적으로 편성 운영하게 함으로써 교육과정 연계 제약 및 학생들의 교육과정 설계 및 과목 선택 제한을 해소한다.

 

셋째, 산업체와 연구기관의 최신의 고도화된 시설, 인력과 장비 등을 활용하여 질 높은 실용적, 실천적 교육과정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학교 밖 수업을 제도화한다. 학교 밖 수업은 사전승인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되고 이동수업과 협동 수업으로 구분 운영하되, 편법 운영 방지를 위한 요건은 강화될 것이다. 이동수업은 본교 출석이 어려운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 군인 등 대학생의 복지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운영된다. 협동 수업은 산업체와 연구기관 등의 시설, 장비, 인력 등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 해당 기관과 협약을 통해 허용된다. 이 경우 학점 인정 범위가­­­­ 졸업학점의 1/4로 제한된다. 하지만 협동 수업은 신중하고 충분한 검토 과정 이후 실시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학부 수준에서 또는 석박사 수준에서 시행되는 것이 적절한가, 이공계열 위주로 실시되는 것이 맞는가, 아니면 인문 사회계열도 가능한가 등의 이슈들에 대한 면밀한 검토 과정을 거쳐 시행될 필요가 있다.

 

● 확대된 고등교육 참여 기회

고등교육법시행령 개정의 세 번째 중점은 재직자와 지역주민의 고등교육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데 있다. 첫째, 산업체의 석박사 이상 인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산업체 위탁 교육은 학사과정까지만 운영이 가능하여 산업체의 수요를 맞추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여 석․박사 과정으로 확대된다. 또한, 평생직업교육 수요를 우수한 인적․물적 인프라를 갖춘 대학이 흡수할 수 있도록 시간제 등록생 신청 가능 학점을 종전 매 학기 12학점 및 연간 24학점에서 매 학기 24학점 및 연간 42학점을 초과할 수 없는 범위로 상향 조정되며, 지방대학의 시간제 등록생 선발 가능 인원도 총입학정원의 10%에서 30%로 상향 조정된다. 둘째, 직업교육을 희망하는 성인 학습자에게 교육 기회를 적절히 제공하도록 비수도권 전문대학의 성인 학습자 정원 외 선발 제한을 폐지하고, 전문대학의 학위 심화 과정의 입학 자격 중 재직경력 요건을 9개월로 완화하여 지속적인 직업교육 여건을 마련한다.

 

● 지방대학으로서 우리학교가 내세운 방안

우리 대학은 계명문화대학교와의 통합을 공식 천명하였다. 이는 글로컬 30 대학 사업 추진 일환이기도 하지만, 우리 대학에서 2년 또는 1년 등 전문대 성인 학습자 과정을 설치 운영할 수 있는 입지를 확보하는 것이며, 이는 급감하는 학령인구에 따른 입학 수요 감소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종합하면, 고등교육법시행령의 개정은 대학 내 벽 허물기를 위한 학과․학부 위주 조직 원칙 폐지, 학생 전공 선택권 확대, 교원 교수시간(주 9시간) 원칙 폐지, 온라인 학위과정 사전승인제 폐지, 사회와 산업변화에 따른 산학연 연계 협력 강화를 위한 기반 조성과 학교 밖 수업 제도화, 재직자와 지역주민의 고등교육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김규태 (교육학·교수) gtkim424@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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