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이용률이 높아진 만큼 사고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필요
학생들의 편의 문제로 캠퍼스 내 전면 금지는 어려워
넓은 캠퍼스를 다니는 데에 유용한 전동 킥보드, 킥보드를 넘어 공유 자전거까지 등장하며 이제 이들은 캠퍼스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되었다. 특히 단과대학 간의 거리가 먼 우리학교의 경우 그 이용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가 다수 발생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캠퍼스 내 전동킥보드 안전, 빨간불
지난 2021년 5월 13일 자로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전동킥보드 이용 시 면허 제시, 보호구 착용, 1인 탑승 등의 규정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준수하는 사람은 적은 편이다. 특히 현행법상 전동킥보드는 자전거도로 혹은 자전거도로가 없을 시 차도 우측으로 붙어 통행해야 하나 전동킥보드를 탑승한 사람들이 인도로 진입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언론에서는 이러한 위반 사례가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도로교통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를 비롯한 국내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 발생 건수는 2019년 48건, 2020년 1백86건, 2021년에는 5백49건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학교에서도 전동킥보드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관리처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로 구급차 호송이 발생한 건수는 지난해 9건, 올해 1건으로 전동킥보드 사고의 위험성을 짐작할 수 있다. 더불어 보건진료센터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킥보드 관련 사고로 부상 치료를 위해 방문한 건수는 52건에 달한다. 이들 중에는 타박상은 물론 골절상까지 있으며, 이러한 통계가 보건진료센터 방문자에 한한 것임을 고려하면 실제 사고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관리처는 캠퍼스 내 전동킥보드 운행 속도를 20km/h로 제한하고 지속적인 캠페인과 안전 교육을 통해 사고 발생률이 이전보다 많이 감소하고 있음을 알렸다.
최근 학내 커뮤니티 등에서도 사건·사고 제보를 통해 2인 탑승, 보호구 미착용 등 전동킥보드 관련 규정 위반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지난 5월 15일 비사광장에는 교내 전동킥보드 전면 금지를 요구하는 게시물이 게재됐다. 해당 글의 작성자는 “정문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고 차를 운전해 나아가던 중 맞은편 횡단보도에서 남학생 2명이 함께 탄 킥보드가 스쳐지나가 위험할 뻔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최근 전동킥보드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안전을 위한 조치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라며 “이로 인해 자동차 운전자로서 불편한 점이 많고, 앞으로도 이러한 것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타 대학처럼 우리도 교내 전동킥보드 전면 금지를 해야 한다.”면서 규정 위반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했다.
사고 발생률을 줄이기 위해 관리처에서는 담당 업체와 협의해 공유형 전동킥보드 배치시 보호장구를 부착하도록 했지만 이용자 훼손이 심해 해당 조치는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현장 취재 결과 캠퍼스 내에서 보호구 미착용 및 2인 탑승을 비롯한 법령 위반 사례를 목격할 수 있었다. 특히 학생들의 이동이 많은 등, 하교 시간과 수업을 위한 이동 시간대에 이러한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었으며, 일부 학생들은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경사가 있는 내리막길로 통행하다 넘어져 부상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 일부 학생 단속 피하려 정보 공유
킥보드 관련 안전 문제가 만연한 만큼 학교 인근 교통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성서경찰서는 주기적으로 교통 안전 순찰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캠퍼스 안은 도로교통법 적용이 불가해 실질적인 순찰 및 단속은 주변 대학가에서 이뤄지고 있다. 단속으로 적발되는 경우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안전모 미착용 시 범칙금 2만 원, 탑승 제한 위반 시 4만 원의 범칙금이 부담된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경찰 위치 등 단속 정보가 공유되면서 법령 위반 문제 해결에 지장이 가고 있다. 또 다른 학생들은 법령 위반과 함께 위험한 운행을 계속하는 킥보드 탑승자를 가리켜 킥보드와 고라니의 합성어인 ‘킥라니’라 부르며 비판했다.
● 골머리앓는 주차 위반, 면허 제시는 복불복
전동킥보드 문제는 주차에서도 이어졌다. 현재 우리학교는 지정된 구역에만 전동킥보드를 주차해야 하며, 성서캠퍼스 42개소(총 8백24대 수용 가능), 대명캠퍼스에 3개소(42대 수용 가능)에 지정 주차 구역이 마련돼있다. 또한 관리처는 통행 불편 해소를 위해 담당 업체에게 반복적인 수거를 요청했다. 현재 캠퍼스 내에서 공유형 이동장치 수거를 담당하는 6개 업체 중 전동킥보드 관련 업체는 4개로, 본지에서는 해당 업체에 관련 내용에 대해 취재에 응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중 업체 2곳이 답변에 응했으며 나머지 업체는 별도의 답변이 없었다. 응답한 A 업체와 B 업체에 따르면 현재 해당 업체 2곳에서는 수시로 수거를 진행하고 있으며, 평균 1일 3주기로 수거하되 물량이 많은 야간에는 대수 상관없이 반드시 수거하고 있다.
다만 해당 업체 두 곳은 차량 진입이 어렵거나, 특정 지역에 킥보드가 밀집되는 경우는 종종 수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캠퍼스 내에 인도 주변 혹은 남문과 동문 등에 전동킥보드 무단 방치가 발생하고 있다. 명교생활관에도 사생 단체 메신저를 통해 지속적인 주차 구역 준수 안내가 이뤄지고 있으나 역시 방치 사례가 발생하고 있었다. 또한 면허 제시 및 속도 규정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법령상 전동킥보드는 면허 소지자만 이용할 수 있어 업체에 면허를 인증하게끔 되어있으나 강제성이 적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문국제학대학 소속 ㄱ 씨는 “필수적으로 면허를 인증하게끔 하는 업체도 있으나 현재 학교에 있는 킥보드 기기 대부분이 이를 강제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무면허 운전자의 경우 교통 안전을 위한 제반 지식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이를 배제해야 함에도 이에 대한 방책은 허술했다.
● 타 대학 사례 살펴보면
전동킥보드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타 대학에서도 비슷한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역 내 타 대학에서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인근 계명문화대의 경우 사고 발생이 증가하면서 학생 안전을 위해 지난 3월부터 캠퍼스 내 전동킥보드 이용을 금지하였다. 다만 우리학교의 경우 캠퍼스 넓이와 단과대학 간 거리를 고려할 때 전면 금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구대와 경북대의 경우 각각18개소와 52개소의 지정 주차 구역을 운영하는 동시에 자체적으로 안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영남대 또한 캠페인과 함께 속도 제한, 면허증 검사, 업체 제휴 통한 사고 예방 및 방지 등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해당 대학들 또한 전동킥보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대에서는 지난 2021년 11월 대학 내 교통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서울대학교 개인형 이동장치 안전관리 운영세칙’을 마련했으나 역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 자체적 개선과 논의 위한 장 마련해야
학생들 사이에서 전동킥보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인문국제학대학의 ㄷ 씨는 “단과대학 건물 사이 거리가 너무 멀어 킥보드 없이 수업시간에 맞게 들어가기 어렵다.”라며 “규정만 지킨다면, 단거리 이동에서 가장 좋은 수단”이라며 킥보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경영대학 소속의 ㄴ 씨는 지난 5월 22일 행소박물관 앞에서 사고를 당할 뻔한 자신의 경험을 전하며 “교내 단속이 필요할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것은 이해한다.”며 “그렇다면 속도 제한이라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캠퍼스 내에는 전동킥보드 최고 속도가 20km/h 이내로 제한됐지만 지금도 빨라 위험하다는 것이다. 인문국제학대학에 다니는 ㄱ 씨도 “캠퍼스 내의 속도는 규제돼있으나 일부 업체의 경우 25km/h까지 속도를 상승시킬 수 있기에 좀 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제한 속도 강화에 동의의 뜻을 밝혔다. 다만 관리처는 제한 속도와 관련해 “이전에는 속도를 15km/h로 제한했으나, 명교생활관 인근 지역 등 오르막길 이동이 어려워 20km/h로 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우리학교에서는 자체적인 지침을 마련해 전동킥보드 문제를 다루고 있으나, 캠퍼스의 규모와 학생 수를 고려했을 때 추가적인 단속과 대책 마련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관리처는 “학생들의 편의를 생각한다면 무작정 금지하기는 어렵다.”고 밝히면서 “학생들의 자율 관리가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 스스로 규정을 준수해 주기를 당부했다.
전동킥보드 이용이 확산되는 요즘, 앞으로도 이러한 문제 발생이 증가할 확률이 높은 만큼 우리학교 내에 이러한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별도의 기구가 없다는 것은 아쉽다. 현재 관리처에서 학교 전체 시설 및 안전을 담당하고 있으나 기존 업무가 있다는 점, 여러 학생의 입장이 얽혀있다는 점에서 해결책 마련을 위해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별도의 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