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 지역대학 위기상황, 전문가에게 해답을 묻다 - 3(최종)

  • 등록 2022.12.12 15: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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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가는 ‘지방대학 시대’, 대구경북의 현실을 파악하다

 

윤석열 정부는 교육분야 국정과제로 자체 권한 강화, 지역인재 투자협약제도 시행, 지역 거점대학 육성, 대학 중심 산학협력·평생교육 등의 공약으로 지방대학 시대를 내걸고 지역·대학 간 연계·협력으로 지역인재 육성·지역발전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도 없을 뿐 아니라, 정책 입안과정에서 과연 지방대학 위기의 근본원인에 대한 분석이 있었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지방대학이 직면한 문제의 핵심을 외면한 정책들이었다. 이러한 정책들은 지방대학을 살리는 정책이 아니고 오히려 ‘지방대학 죽이기’나 다름이 없다.

 

● 대학의 서열화 및 상품화는 지방대학의 파멸

2020년 9월 5일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 학령인구에 관한 자료에 의하면, 학령인구(6세에서 21세 사이의 인구)는 2030년 5백94만명, 2040년 4백47만명, 2050년 4백81만명으로 지속해서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22년 4월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4학년도(2025년 입학) 전체 대학 입학정원은 약 47만명이라고 하였고, 통계청이 2022년 10월에 발표한 학령인구 추계 등에 따르면 2025년 대학 입학가능인원은 약 37만명이라고 한다. 지금의 상황이 그대로 이어진다면, 2025년에는 약 10만명의 대학 정원 미달사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학령인구의 지속적인 감소는 지방대학의 미달 사태를 우선적으로 속출시키게 할 것이고, 향후 30년 내에 대구·경북지역 대학의 절반 이상이 폐교로 치달을 것이다.

 

 

 

교육부는 이러한 학령인구 감소에 의한 대학 정원 미달사태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2022년 9월 15일 ‘대학 적정 규모화 계획’을 발표하였고 이에 참여할 대학을 모집하였다. 이에 참여한 대학들은 전국 96개 대학으로 권역별로 정원 자진 축소 인원을 살펴보면, 부산·울산·경남권 4천4백7명, 충청권 4천3백25명, 호남·제주권 2천8백25명, 대구·경북·강원권 2천6백87명, 수도권 1천9백53명 등 전국적으로 1만6천1백97명의 대학입학정원을 자진해서 줄이겠다고 하였다. 비수도권 대학이 87.9%, 수도권 대학은 12.1%로서 당장 생존이 절박한 지방대학들은 교육부의 눈치를 보며 정원 감축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정부가 향후 집중 육성을 발표한 반도체학과 등 첨단분야의 학과들은 수도권 대학에 집중적으로 몰리게 될 것이고, 수도권 대학 집중현상은 더욱더 강화될 것이며, 대학의 서열화 및 상품화는 대학교육의 질과 대학의 가치를 더욱더 떨어뜨릴 것이다. 이것은 지방대학의 파멸과 함께 지방소멸의 길로 이끌 것이다.

 

● 원인은 정부의 안이한 대처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대학의 위기와 지방소멸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안이하게 대처해서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인구는 지속해서 감소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장기적으로 이에 따른 상시적 대학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1995년 신자유주의에 몰입된 김영삼 정부가 ‘5·31 교육개혁’을 발표하고, 1996년부터 시행된 대학설립 준칙주의에 의해서 대학 자율화가 시행됨에 따라 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자산 등 4가지 최소 기본요건 충족 시 자유롭게 대학 설립이 가능했고, 이는 고등교육기관의 급격한 양적 증가를 초래했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현재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방대학 은 존폐의 위기에 몰려있다. 대학설립 준칙주의는 대학들의 무분별한 설립을 야기시켰고, 그로 인해 대학 정원은 급격하게 증가하였으며, 대학들은 점차 재단의 사유재산으로 인식되었고, 재단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면서 대학은 점점 상품화 되어갔다. 이로 인해 대학 교육의 질은 급격하게 떨어졌으며, 학생들은 교육의 질에 대한 선택이 아닌 대학이라는 상품에 대한 선택을 하게 되었다. 이에 더해 정부의 대학교육 개혁 방향은 대학의 ‘서열화와 상품화’라는 대학의 고질적 문제를 고착화 시켜왔다.

 

● 대구경북의 현 상황은?

최근 10년 동안 대학 재적생 수는 경북지역에서 5만3천여 명이 감소해 약 20.4%가 줄었고, 대구지역에서는 1만2천명이 감소해 약 8.3%가 줄었다. 학생 충원율 감소는 대학들의 재정을 악화시켰고, 그로 인해 대학들의 교육의 질이 감소하고 학생 충원율은 더욱 감소하는 지방대학의 고질적인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지방대학의 몰락을 급속히 촉진시킬 것이다. 그 책임은 정책 실패를 한 정부가 져야 하나, 정부는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예산을 손에 쥐고 흔들면서 권력을 휘두르고 이 모든 책임을 지방대학에 떠넘기고 있다.

 

대구·경북지역대학은 이러한 지방대학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하여 연합대학 구성, 지역사회와 대학의 상생발전전략 등 지역사회와 상생협력체계 구축을 시도하고 있으나, 그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고, 교육부는 예산을 쥐고 대학들의 생존권을 쥐락펴락하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지방대학 위기 해결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학들은 교육부의 눈치를 보면서 대학구조조정(학과 통폐합, 교수감원 등)을 강제당하고 스스로 제 살 깎아먹기를 하면서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 해결책은 지방대학의 국공립화와 무상교육

지방대학 위기 해결을 위한 교육부 대책은 이미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당면한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대학들의 위기가 매우 급격하게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체감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정부는 예산을 권력으로 사용하여 대학 줄 세우기와 대학 길들이기를 더 이상 하지 말고 대학 재단의 퇴로 마련을 위한 방안을 제시할 궁리를 할 것이 아니라, 지역대학 활용 방안 모색과 지원을 연구해야 할 시점이다. 지자체-대학-기업의 지역단위 협력 체계 구축, 지역 공유대학 확대 등 지역대학 교육 혁신, 지방대학들의 국공립화와 일부 필요한 경우에는 지역의 평생교육기관으로 전환하는 등의 활용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위기상황을 해결할 최고의 방안은 지방대학의 국공립화이고 더 나아가서 대학무상교육이다. 2019년 ‘전국대학알리미’에 의하면 172개의 4년제 대학의 등록금 수입 합계는 10조 2천9백53억 원이고, 2019년도 교육부 예산 중 고등교육예산은  10조 8백6억 원으로 편성되었다. 이 정도 규모의 교육부 고등교육예산이면 우선 급한 60~70여개 지방대학을 국공립화 할 수 있다. 교육부는 이러한 막대한 예산으로 대학 줄 세우기와 대학 길들이는 것을 즉각 중단하고 소멸에 직면한 지역과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하여 소멸되어 가는 지방대학을 우선적으로 국공립 전환을 실행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예산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대안이고, 향후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하여 고등교육 지원 예산을 확충해나가는 일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하나의 지방대학이 사라지면 청년이 사라진 그 지역도 소멸할 것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다. 지역대학의 폐교는 지역 상권의 붕괴는 물론이고 청년인구의 유출을 불러와 지역 산업 경쟁력을 약화하게 될 것이다. 지방대학의 국공립화 및 대학무상교육은 대학의 공공성을 확립할 수 있고 지방대학 재단의 부패 척결과 대학의 민주화는 물론 지방대학 교육의 질을 향상하게 할 뿐만 아니라, 소멸되어 가는 지역을 살리는 길이다.

김영우 경주대·관광콘텐츠경영학·교수 / ·전국교수노동조합·대구경북지부장 ywkim@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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