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게도 권리가 있을까? 권리가 있다면, 어느 정도까지 인정해야 할까? 쉽게 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동물에 대한 각종 통계들은 우리가 동물권 문제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발생한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총 3천48건이며, 2010년 69건이었던 발생건수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해 2019년에는 914건으로 1천147%까지 폭증했다. 또한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무려 12만 1천마리의 동물이 유실 혹은 유기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나날이 심각성을 더해가는 동물학대 문제의 실마리를, 어쩌면 동물권 담론을 통해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계명대신문>은 아직은 생소한 동물권의 개념과 내용을 살피고, 지역사회에서 동물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들을 만났다.
●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다
사실 동물권은 ‘인권’만큼이나 익숙한 개념은 아니다. 인간에게 천부인권이 있음을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이 개념에 반대하는 이는 몰상식한 사람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만일 인권을 부정한다면 타인에게 함부로 해를 입히거나, 심지어 살인을 하더라도 이를 비판할 수 없게 된다. 인권의 중요성을 모두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에게 나의 존엄을 주장할 수 있고, 국가로부터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인간의 권리는 현대 문명사회의 토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보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동물권’은, 그에 대한 동의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개념 자체가 생소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동물권이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정의가 있겠지만, 현대의 동물권은 호주의 철학자 피터 싱어가 1975년 출간한 저서 『동물해방』(Animal Liveration)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피터 싱어는 인간과 동물 간의 종(種) 차별이 인종차별 혹은 성차별과 유사한 성격을 지닌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동물도 지각·감각 능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스스로 보호받기 위한 도덕적 권리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피터 싱어의 이러한 관점은 과거 ‘동물보호론’이 가지는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탈피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왜냐하면 기존의 동물보호론은 인간의 이성적 우월성을 전제로, 인간의 ‘도덕적 의무’로서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시혜적인 태도가 바탕에 깔려있었던 반면, 동물권은 인간이 동물을 ‘애호’하는 관점에서 그들에게 선의를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당위로서 주장되는 동물의 권리였기 때문이다.
다만 피터 싱어가 주장한 동물권이 동물을 인간의 필요에 따라 이용해서는 안 된다거나, 육식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와 곧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모든 존재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각자의 이익을 가지며, 이는 평등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인간의 ‘필요’에 따라 동물을 이용하더라도, 동물에게 가해지는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 동물권의 현주소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는 동물권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동물권 논의의 가장 큰 장애물은 동물을 생명으로 취급하지 않고 하나의 놀잇감으로 여기는 풍조다. 야생동물을 잔혹하게 학대하는 영상과 사진을 온라인 단체 채팅방에 공유한 이른바 ‘동물 N번방’ 사건과, 반려견의 목줄을 잡고 공중에서 쥐불놀이를 하듯 돌리며 학대한 사건은 큰 공분을 샀고, 최근에는 두 눈이 파인 채 버려진 유기견이 발견되는 등 동물학대 사건은 시간이 흐를수록 잔혹성을 더해가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이토록 심각하지만 동물학대에 대한 예방과 처벌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지난 2017년 개정된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학대한 자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에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검거된 이들의 숫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고, 솜방망이식 처벌만 이뤄지고 있다. 2019년의 경우 검찰에 송치된 용의자 973명 중 구속기소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또한 동물학대에 대한 경찰의 수사방식도 허술하다. 지난 2016년 제작된 ‘동물학대사법 수사 매뉴얼’은 관계 법령과 수사시 유의사항을 간략히 서술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 뉴햄프셔주에서 발간한 동물학대 수사 매뉴얼이 본문만 50쪽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고 자세한 내용이 담겨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제도적 정비 또한 제자리걸음이다. 동물학대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확산되자, 이번 국회에서만 총 25건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각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동물 학대범에 대한 처벌 수위 상향, 동물 실험에 대한 엄격한 감독, 동물 유기를 방지하기 위한 무선전자식별장치 장착 의무화 등 가지각색이지만 단 한 건도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 고양이와의 공생을 꿈꾼다 - 점터냥이
학교 근처를 돌아다니다 보면 자그마한 ‘고양이 급식소’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지난 2019년 설립된 동물보호단체 ‘점터냥이’에서 대학로 인근 상인들과 협의하여 설치한 것이다. 점터냥이는 고양이 급식소 설치뿐만 아니라 고양이 중성화, 인식표 달기, 화장실 설치 등 다양한 동물복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계명대신문>은 점터냥이 대표이자 청년다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현우 씨를 만나 그들의 활동에 대해 알아보았다.
Q. ‘점터냥이’는 어떤 의미인가요?
점터냥이는 2019년 만들어졌고 작년에는 동물보호단체로 공식적인 등록을 마쳤어요. 점터냥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진 이유는 간단한데, 대학로에 있는 점터공원 고양이들과 사람들이 공생할 수 있는 동네를 만들고 싶다는 의미에요. 현재 대학로 상인 10분이 소속돼있고, 그밖에 대구고양보호연대와 달서구청 소속 동물명예감시원, 정기봉사자 분들과 함께 동물보호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Q. 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는 사람은 꽤 많아요. 하지만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다보니 동네 미관을 해친다는 항의를 자주 듣는다고 해요. 그래서 미관을 해치지 않고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줄 방법을 고민하다가 고양이 급식소를 만들기로 했죠. 급식소를 설치한 뒤에는 꽤 이슈가 되기도 했고, 제가 생각에 이를 통해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다고 생각해요(웃음). 또 고양이 급식소는 단순히 먹이를 주는 것을 넘어, 길거리 동물에 이렇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려서 동물을 학대하거나 유기하는 일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한 목적도 있어요.
Q. 동물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직은 인식이 낮다고 생각해요. 사실 한국 사회에서 동물권은 아예 없는 개념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죠. 동물과 관련한 사건이 발생하면 동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물건으로 대하는 태도가 그렇구요. 현행법상 동물은 생명체가 아니라 물건으로 다뤄지는 게 현실이에요. 동물이 학대를 당해도 동물에게 권리가 있어서가 아니라, 주인의 물건을 훼손했기 때문에 처벌하는 것이거든요. 어떤 식으로든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동물권 문제에 있어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죠. 요즘엔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고 ‘펫티켓’이라는 말도 자주 쓰이는 편이라 옛날보다는 인식이 나아진 측면도 있어요. 하지만 이건 예의가 아니라 필수적인 것이죠(웃음). 동물을 생명체로 존중하는 태도가 더이상 예의가 아니라 당연한 일이 되었으면 해요.
물론 인식 개선과 더불어 법령 정비도 필요해요.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학대범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해요. 최근에는 달서구에서 고양이가 2마리의 중형견에 물려 죽은 사건이 있었는데. 이또한 일정 부분 법적 장치가 미비된 결과라고 봐요.
Q. 앞으로의 계획은
각 상가에 고양이 급식소를 1개씩 설치하는 게 목표라고 할 수 있겠네요. 고양이들이 거리에 있는 급식소들 중 하나를 골라 (마치 인간처럼) 식사를 하러 가는거죠(웃음). 그리고 저희 활동을 도와주실 봉사자도 상시 모집 중이에요. 인스타(@jumter_cats)로 연락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