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에 최근 전환의 싹이 움트고 있다. 환경단체가 주축이었던 기존의 환경운동과는 달리, 최근의 환경운동은 ‘공해 추방’이나 ‘환경파괴 중단’과 같은 거창한 구호가 아닌 일상에서의 자그마한 실천이자 유행처럼 퍼지는 ‘놀이’가 되어 Z세대(1990년 중반~2000년 초반에 걸쳐 출생한 젊은 세대)의 동참을 바탕으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계명대신문>은 환경운동의 일상화에 앞장서고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를 실천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 엮은이 말
● 평범한 시민들의 #용기내_챌린지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일회용품 등으로 인한 쓰레기 배출을 제로(0)에 가깝게 줄이자는 운동이다. 2000년대부터 이러한 흐름은 간소화한 삶(minimal life)에 대한 호응이 증가하던 중 지난해 4월 그린피스가 시작한 ‘#용기내 챌린지’ 운동을 통해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용기내 챌린지는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는 일상에서의 ‘용기(勇氣)’인 동시에, 일회용품 대신 담을 ‘용기(容器)’를 꺼내자는 의미다. 지난 3월 31일 이 운동에 동참한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을 기준으로 1만 4천여 명에 달한다.
● 쓰레기 없는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 - 유넵엔젤
“작은 노력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유넵엔젤(UNEP ANGEL)은 유엔환경계획한국협회 산하의 전국 대학생 연합동아리로 지난 2001년 창립되었다. 이들은 환경·젊음·국제연대·문화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회원 개개인의 실천 의지 향상 및 각 대학 구성원의 환경적 사고 구축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Q. 유넵엔젤의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유주연(화학공학·3) - 유넵엔젤은 올해 ‘자원순환’을 주제로 한 카드뉴스 제작과 세미나, SNS 홍보활동을 하고 있어요. 4월부터는 지구의 날 기념 기후변화주간에 맞춰 ‘환경 발자국 줄이기 캠페인’을, 5월부터는 환경정화 활동을, 6월에는 환경 동영상을 제작할 계획이에요.
Q.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나요?
이다빈(환경과학·4) - 작년 11월에 진행한 ‘에코로그(ECO-log)’ 활동이 기억에 남아요. 에코로그는 환경을 뜻하는 ‘에코’와 기록, 인지를 뜻하는 ‘로그’를 합성한 말로 친환경 소비를 실천하며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이를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활동이에요. 저희 팀은 제로웨이스트를 주제로 ‘제로스테이’ 가게 사장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친환경 제품 사용기를 영상으로 제작했어요. 환경에 대한 의견을 나눈 좋은 경험이었어요.
Q. 쓰레기 없는 삶이 유행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선민(정치외교학·3) - 유튜브에서 ‘용기낸 대학생1’의 영상을 보고 ‘#용기낸대학생’ 해시태그를 알게 됐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다양한 실천 방법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기뻤어요. 평소에 식당이나 카페에서 쓰레기 없는 삶을 실천하는 모습을 공유하면 타인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 쓰레기 없는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 -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최송은(언론영상학·11학번) 활동가
“상인과 소비자가 함께 변해야 돼요”
대구녹색소비자연대는 지난 1996년 창립되어 녹색소비 교육, 녹색건강 아카데미와 같은 시민 대상 교육사업은 물론 녹색 교통 활성화 운동 등 지역사회에서 환경운동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계명대신문>은 우리 고장에서 녹색 소비자 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최송은(언론영상학·11학번) 활동가를 만났다.
Q. 대구녹색소비자연대는 어떤 단체인가요?
대구녹색소비자연대는 크게 녹색교통, 녹색소비, 녹색건강 등 세 가지 부문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매주 목요일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운동, 대구 올레길 운영 등이 녹색교통에 해당하고, 탄소 줄이기 매장 선정 등은 녹색소비 부문 활동이에요. 그밖에 약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연구하는 활동도 진행하고 있어요.
Q. 지역민들의 관심은 어떤가요?
코로나19 이후로 배달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일회용품 사용빈도가 늘어나다 보니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의식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2018년엔 대구에서는 서울과 달리 이러한 개념 자체가 생소했고 제로웨이스트 가게도 거의 없었어요. 그나마 관심을 주셨던 분들은 대개 주부님이에요. 그런데 재작년부터 지역사회에서도 관심이 늘다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특히나 늘어난 것 같아요.
2018년에 쓰레기를 줄이는 법에 대한 강의를 열었을 땐 참가자는 정말 소수였어요. 그런데 작년에는 강의가 빠르게 마감됐어요. 또 제로웨이스트 가게 지도를 처음 만들었을 때 문의나 수요가 거의 없었는데 최근에는 타지역에서도 협업 문의가 들어와요. 이럴 때마다 부쩍 높아진 관심도를 체감해요(웃음).
Q. 쓰레기 없는 삶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요?
녹색소비자연대는 소비자와의 연대활동이 중점이지만 상인들과 소통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생각해요. 소비자가 쓰레기를 줄이려 해도 음식을 비닐봉지에 담아주거나 카페에서 텀블러를 건넸는데 플라스틱 빨대가 꽂혀있으면 허탈하잖아요. 그래서 상인들을 설득하고 동참을 유도하는 일에 집중했어요. 상인들도 소비자와 함께 달라져야 녹색 소비자 운동이 보편화될 수 있고 확장될 수 있어요.
Q. 소비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용기내 챌린지’ 해시태그를 예전부터 많이 봤는데 이런 실천이 유행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어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운동의 대중화를 의미하잖아요. 다만 급속도로 유행한 부작용으로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오해가 생기는 건 안타까워요. 이를 실천한다며 잘 쓰고 있던 플라스틱 용기를 버리거나, 불필요한 상품을 구매하는 분들을 몇 번 봤어요. 제로웨이스트는 ‘쓰레기를 줄이자’는 운동이지 ‘플라스틱을 버리자’가 아니거든요. 오해를 바로잡고 이런 흐름이 꾸준히 지속되면 좋겠어요.
● 쓰레기 없는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 - 더 커먼
“보통의 흔한 가게, 커뮤니티가 되길 꿈꿔요”
대구녹색소비자연대에 따르면 대구·경북에는 총 스무 곳의 제로웨이스트 가게가 영업 중이다. 이 중 지난해 7월 문을 연 ‘더 커먼(the common)’은 대구에서 최초로 제로웨이스트를 표방한 소매점으로 첫선을 보여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3월 30일 새로운 둥지를 튼 ‘더 커먼’의 강경민 대표는 그 이름처럼 ‘흔한 가게’가 되어 소비자에게 다가가기를 바라고 있다.
Q. 가게를 연 이유가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환경과 동물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다 가게를 열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는 영국에 살던 당시에 어디를 가도 있던 제로웨이스트 가게 덕분이었어요. 친구들과 매주 토요일마다 그곳에서 장을 봤는데 이런 소비 경험을 바탕으로 쓰레기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이유를 체감했어요. 그때부터 쓰레기 없는 삶이 이상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실현될 수 있는 소비 방식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저와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서 가게를 열었어요.
Q.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소비자에게
다회용기를 건네면 퉁명스럽게 대하는 상인들이 가끔 있는데, 너무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상인들의 관심도나 마음이 한결같을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괜히 위축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시기보다는 애초부터 기대치를 낮추고 조금씩 실천해나가는 게 운동을 지속하는 데 좋아요. 덧붙이자면 소비자가 만들어내는 쓰레기는 산업폐기물에 비하면 작은 비중이라 효능감이 잘 느껴지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일상 속의 작은 실천이 내 옆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었으면 해요. 할 수 있는 만큼 해나가는 게 중요해요.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가게가 되는 것이 목표에요. 친환경 용품 판매와 벌크숍(소분식 판매) 운영에 집중하다가 기회가 된다면 제로웨이스트와 연계된 강의 등을 진행하며 환경문제부터 비건(식물성 음식만 먹는 철저한 채식주의) 음식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만들고 싶어요.
<계명대신문>이 만난 시민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쓰레기 없는 삶을 그리고 있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지속가능한 실천’을 강조하며 일상에서부터 차근차근 작은 일부터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활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육식보다 채식을 고르는 것으로 당신도 ‘친환경 셀럽’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