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평론] 지하노래방이 돼 버린 '우주쇼'

  • 등록 2006.11.05 16:4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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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스페이스 코리아, 우주로! 미래로!


지난 10월 21일 오후 SBS는 좀 특별한 이벤트를 방송했다. ‘2008 스페이스 코리아, 우주로! 미래로!’라는 타이틀로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 선발 기념 축하쇼를 생중계한 것이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은 러시아의 국제 우주 정거장에 머물며 과학 실험에 참여하고, 열흘 동안의 비행기간 중에 방송을 통해 국민과의 대화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구 귀환 후에는 과학의 중요성과 기능을 홍보하는 과학대사 역할도 기대된다.

이날 축하쇼의 하이라이트는 4월부터 모집해 1차 선발된 우주인 후보 2백45명의 임명식이었다. 그간 참가자들의 치열한 선발 과정과 인터뷰 등도 보여 주었다.

이 거창한 행사의 취지는 한국 우주과학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 주겠다는 것이었다. 대전 항공우주연구원 내에 설치된 특설무대에서 가장 큰 ‘세트’는 대형 파라볼라 안테나였다.

그러나 과기부 장관과 항공우주연구원 원장, SBS사장까지 참석한 이 행사는, 국경일 기념식 같은 엄숙함에 ‘전국 노래 자랑’ 같은 무대와 공연이 뒤섞인 기묘한 이벤트가 돼버렸다. 명색이 ‘우주쇼’를 표방했으면서도 공연 분위기는 마치 지하 노래방을 연상케 했던 것이다.

대형 위성 안테나를 배경으로 펼쳐진 축하 무대는 한 마디로 어수선했고, 그 배경의 상징성 때문에 더욱 아이러니컬했다. 발라드 가수들은 물론이고 트로트 가수 설운도와 현숙 또한 이 행사와는 아무런 맥락도 없는 자신들의 히트곡 메들리를 불렀다. 초대 가수들의 공통점도 없었지만, 이들이 한 무대에 섰을 때의 조화 또한 고려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어떤 외부 행사에 별다른 준비 없이 불려왔을 뿐이다.

지향점은 우주인데, 무대 분위기와 레퍼토리는 지하 노래방과 다름없었다. 무대는 순식간에 ‘전국 노래 자랑’이 돼버렸지만, 그에 걸맞은 관객과 분위기가 마련되지 않았다. 우주인 후보들과 참석한 관계자들은 경직된 자세로 이 뜬금없는 무대를 흥도 없이 지켜봤다. 임웅균 테너가 구색을 맞춘답시고 ‘파이팅 코리아’라는 곡을 부르는 것으로 이 부실한 공연은 제대로 된 클로징 멘트도 없이 끝을 맺었다.

우리나라 항공우주과학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며 첫 우주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모아보겠다는 행사는 이처럼 웃지 못할 촌극이 돼버렸다. 축하공연은 타이틀과 달리 한국 항공우주과학의 수준에도 어울리지 않을 그야말로 ‘지하로, 과거로’의 퇴행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SBS 관계자와 공연 기획자들이 지상에 발붙인 한낱 ‘지구인’에 불과함을 탓해야 할 것인가?
김원(데일리서프라이즈ㆍ칼럼리스트) 정보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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