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대학생 선후배들 사이에서 이른바 ‘군기잡기’에 대한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강원도 모 사립대학에서 예비역 선배들이 후배들을 도심 한복판에서 속옷 바람으로 얼차려를 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러한 ‘군기잡기’를 불가피하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대학교는 중, 고등학교와는 달리 선후배 간에 함께 하는 활동들이 많다. 따라서 대학생활에서 선후배간의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기 위해, 또는 집단의 통합과 결속을 위해서 군기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를 합리화한다.
군기는 ‘군대의 기강’의 줄임말이다. 군대는 사소한 의사결정이 모두의 생명과 직결되는 매우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기에 단체 생활에 있어 그만큼 강압적이고 엄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학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공동체 정신은 권위와 위압이 지배하는 엄격한 분위기가 아니라 구성원들 간의 원만한 교류를 통한 긍정적 인간관계의 형성에 의의를 둔다. 오히려 이를 통해 더욱 바람직하고 진정한 예의범절을 체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군기 문화’의 방조는 결국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서열화를 통한 엄격한 상하관계를 강요함으로써 고압적인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효과를 낳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군기 잡기’ 문화는 타파되어야 마땅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위압과 폭력보다는 상호존중과 관용정신이 더욱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