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에서 일하시다 교편을 잡으신 고등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께서는 항상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를 가르치셨다. 국어시간에 내가 썼던 희곡을 재구성해 사용해도 되냐는 고등학교 동창의 연락으로 당시 썼던 희곡 대본을 들여다보며 21년이라는 짧은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나는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하여 ‘사람이 되어라’라는 짧은 희곡을 썼었다. 곰과 호랑이는 사람이 되려고 하였다. 그들답게 살 수도 있었을 텐데 그들은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마늘과 쑥을 먹으며 동굴 속에서 죽은 것과 다름없는 100일을 버티려 하였다. 희곡 속에서는 수능 100일 전, 대학에 가야 진정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는 패러다임 아래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을 그렸다. 하지만 그 암흑이 고등학생 시절에서 끝나지 않았음을 요즘 들어 실감한다. 호랑이는 호랑이답게 살기 위해 동굴에서 나왔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과연 나다워졌을까? 내가 원하는 길이 무엇이고 내가 무엇을 바라며 달려가는지 알고는 있을까. 교직 이수를 하며 선생님의 꿈을 가졌다고 내가 너무 안주한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 어떠한 직업, 곰과 호랑이보다 안정적인 ‘사람’이 되려고 나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다. 아직까지 찾지 못한 진실로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사람’이 되지 못하였더라도 모든 이가 ‘너다운 길을 걸었구나’라고 말해준다면 족할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이가 만족하며 ‘그’대로 살아가길 바라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