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지는 애완동물이 있다. 바로 가재. 오랜 시간을 지켜봐온 만큼 녀석들에 대해 나름 아는 것도 많아졌다.
우선 가재의 가장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탈피를 하는 것인데 이는 목숨과도 직결된 아주 중요한 거사다. 가재들은 기존의 껍데기 속에서 점점 성장하다가 때가 되면 탈피각을 벗어낸다. 탈피 직후엔 등갑이 연하고 발색도 제대로 되지 않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그전보다 더 단단해지고 색이 진해지며 집게발이 커진다. 그리고 그들은 또다시 다음 탈피를 준비한다.
가재에게 있어 이 탈피는 성장이고 기회다. 하지만 동시에 고비이기도 하다. 적당한 때에 탈피를 빨리 해내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모습이 어쩐지 친근한 것은, 인간 역시 ‘탈피’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커가면서 가재처럼 기존의 나를 벗어내야 하는 경우를 여러 번 직면하게 된다. 허물을 벗어내는 것 자체가 힘겨운 일일뿐더러 그렇게 어렵게 통과했어도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심신이 약해져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렇게 아팠냐는 듯 웃고 있는 자신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또한 보통의 가재들은 탈피각을 먹어 영양분을 보충한다. 사람들도 과거의 저를 밑거름 삼아 발전해나가지 않은가.
가재가 탈피를 멈추면 곧 죽듯이, 우리도 죽는 날까지 이 힘겨운 사투를 계속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용을 뽐내는 큰 집게발은 수많은 탈피 후에 얻은 것이란 걸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