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친구의 아들이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렴풋이 들은 적 있는 그의 이름을 입으로 되뇌며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거실에 혼자 앉아 소설책과 TV에서나 본 것 같은 어린 사람의 죽음을 생각했다.
나는 나름 지금에 충실하다고 생각했다. 오늘이 내일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나를 살아 있게 하심과 또 내 인생의 방향을 알게 하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생각도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내가 본 적도 만난 적도 없지만, 어렴풋이 들은 적만 있는 그의 이름을 덜컥 들었을 때 문득 ‘나도 살아있다는 것에 무뎌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우리에게는 죽는 날이 있고, 그렇기에 오늘을 충실히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죽는 날이 있기에 충실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곳에 살아있기 때문에 현재의 삶에 충실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살아있다는 것을 잊고 사는 건 아닐까? 끝이 있다는 걸 잊는 게 아니라 살아있다는 걸 잊고서 그냥 살아가는 게 아니냔 말이다.
오늘이 있다는 건, 삶이 있다는 건, 고통이 있다는 건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지금 내가 살아있다는 걸 깨닫는다면, 오늘 하루가 소중하고 나의 옆에 많은 사람들이 살아있다는 게 소중한 걸 깨닫는다면 조금은 더… 그렇게 조금은 더 따뜻한 마음으로 현실을 이겨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