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3호 독자마당] 여러분은 어떤 손님인가요?

  • 등록 2014.12.10 01:3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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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개그프로그램 중에 갑과 을이라는 프로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서로가 갑이고 서로가 을이 될 수 있는 상황을 풍자적·해학적으로 보여 주며, 개인의 지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저는 이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한 사건이 떠오릅니다.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우리학교를 졸업한 오빠가 한 명 있습니다. 그 오빠는 항상 야간택시기사님께 팁을 드립니다. 처음엔 잔돈이 받기 싫어 팁을 드린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루는 오빠에게 물었습니다. “왜 팁을 주세요? 그것도 야간택시에서요.” 그 대답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아버지께서 택시기사를 하셨는데, 야간택시기사는 종일 운전하고 졸음과도 싸우시는 분이거든. 잔돈 몇 푼이지만, 그 돈으로 잠을 깨우시는데 도움이 될 거야”

이후 저는 야간택시를 타면 팁은 못 드려도 ‘대화’라는 팁은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끔씩 야간택시를 타면 기사님께 여쭤봅니다. 피곤하지 않으세요? 그렇게 대화의 물꼬를 트며 택시기사님은 하소연합니다. 18시간은 운전대를 붙잡고 있고, 내가 예전엔 어떤 사람이었다고 말이죠. 제가 지금껏 만난 야간택시기사님의 5분의 1은 공무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체국 국장을 지냈던 분도 계시더라고요. 그 분들도 언젠가는 갑이었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도 어디에선가는 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제가 불특정한 장소에서 그 분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이 갑이라면 지금의 저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요? 저는 인연의 소중함을 알게 됐습니다.
윤현정(약학·6) smiley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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