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교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대학이 시류에 맞게 직업인을 양성하는 곳인지, 아니면 대학 본연의 뜻대로 학문을 닦는 곳인지 하는 것이다. 상아탑은 원래 여유롭게 사고하는 자유인을 길러내는 것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눈에 비친 대학생에게 야망과 호연지기 같은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2009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는 대학진학률 81.9%로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그러나 대졸자 고용률은 50% 전후에 머물고 있다.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대학생들은 일명 ‘스펙’ 쌓기 홍역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오늘날 우리나라 학생들은 인격을 형성하고 꿈을 키워나갈 여유도 없이 너도나도 스펙만을 쫓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대학에서 중·고등학교로, 초등학교로, 유치원으로 번져가고 있는 추세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겠다는 마음으로 학교를 다닌다고 하니 아버지 세대에 있었던 캠퍼스의 낭만은 사치처럼 여겨질 뿐이다.
물론 스펙을 쌓은 일도 자신의 능력을 한 단계 올리는 것으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학생들이 진리를 쫓고 자신의 진리를 쌓아 자아를 발견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목적을 두지 않고 자신을 멋들어지게 포장하는 일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데 있다.
요컨대 이러한 문제는 문제해결능력이 조금 부족해도 자격증만 있으면 괜찮다는 식의 국가와 기업의 태도도 한몫했다. 결국, 국가와 기업이 그런 인재를 키워내라고 학교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국가와 기업은 진정한 자기 계발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창의적인 스펙을 쌓는 인재를 높이 평가해야겠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국가와 기업도 그들이 바라는 진정한 인재를 길러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