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 하회마을에서 느껴본 전통의 멋

  • 등록 2010.09.12 12: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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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법 더위도 주춤하는 분위기입니다. 쏟아지던 불볕더위에 바다로 계곡으로만 향하던 발걸음도 조금은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터질듯 부풀어 오른 뭉게구름을 따라 무작정 달려와 닿은 곳이, 경북 안동이었습니다. 안동은 조선왕조 600년, 그 유구한 역사의 튼튼한 뿌리가 되어준 선비문화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지요. 최근 안동 하회마을은 경주의 양동마을과 함께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경북 안동에서 처음 가 볼만한 갈 곳은 풍천면 광덕리에 있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부용대’입니다. 하회마을의 서북쪽 강 건너편에 있는 부용대는 하회마을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이자 안동을 대표하는 유학자 서애 류성룡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지요. 서애는 정계에서 물러난 뒤 낙향해 이곳 부용대의 옥연정사에서 말년을 보냈습니다. 부용대에는 옥연정사 외에도 류성룡의 형인 겸암 류운용이 거했던 겸암정사도 남아 있습니다.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 집성촌으로 지금까지 1백30여 채의 고택이 보존돼 있어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마을로 꼽히는 곳입니다. 지난 99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2세가 방문하면서 한국 전통문화보존지로서의 명성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하회마을이란 이름은 낙동강이 버선목처럼 부드럽게 감싸고 돌아가는 아늑한 풍광 때문에 예부터 물돌이동 또는 하회(河回)마을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부용대에서 나룻배를 타고 하회마을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강변을 따라 자리한 소나무 숲, 만송정과 마주하게 됩니다.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빼곡히 자리한 이곳에서 바라보는 부용대의 모습은 참 멋스럽습니다. 소나무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을 보듬는 낙동강의 모습과 그 위로 아지랑이처럼 아른 거리는 부용대의 모습이 참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서애 류성룡이 젊은 시절 지었다는 원지정사에서 바라보는 부용대의 모습도 참 멋스러우니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강변에서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면 하회마을의 상징인 고택들이 이어집니다. 그 중 빼놓지 말고 들러봐야 할 곳은 풍산 류씨 가문의 큰 종택인 양진당(보물 제306호)과 서애 류성룡의 종택 충효당(보물 제414호)입니다. 두 곳 모두 일반에 개방된 공간이지만 서애와 겸암의 후손들이 대를 이어 살아가는 공간이므로 집 안으로 들어갈 때는 허락된 공간 외에는 출입을 삼가야 합니다. 이외에도 마을 가운데 있는 삼신당의 수령 600년이 된 신목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입니다.

하회마을을 둘러본 뒤에는 조선시대 세워진 수많은 서원 중 가장 아름답다는 병산서원을 놓칠 수 없겠지요. 서애 류성룡 선생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병산서원은 하회마을에서 낙동강 줄기를 따라 4㎞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울퉁불퉁 가는 길이 수월치는 않지만 어려운 걸음을 마다않고 굳이 이곳까지 발걸음을 하는 이유는 바로 만대루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풍광 때문입니다. 서원 그 자체의 모습도 일품이지만 여기에 더해지는 낙동강과 병산의 모습은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라는 말 외에는 다른 표현이 떠오르질 않습니다.
정철훈((사)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 kmup@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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