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도 어느새 끝나가고 있다. 오르락내리락 불순한 날씨에 한꺼번에 피었다 금새 져버린 봄꽃의 아쉬움 때문인지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나의 한 해는 다 가고 말아’라는 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김영랑의 시가 새삼 가슴에 와 닿았던 오월이었다. 언제부터인지 오월은 온갖 기념일로 가득 채워진 것 같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그 찬란함도 느껴볼 사이 없이 행사로 바쁜 달이 되어 버렸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가정의날, 스승의날, 성년의날, 부부의날, 그리고 온갖 축제들이 이어진다. 오월에 있는 기념일들의 특징은 하나 같이 사랑하고 감사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들이다. 젊을 때에는 감사의 의미가 의무적이고 부담스러운 것으로 느껴졌었다, 그래서 스승의 위치가 되었을 때 학생들이 스승의 은혜를 부르고 꽃을 달아줄 때는 왠지 쑥스럽고 부끄럽기만하여 피하고 싶었다. 지금도 불편함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작은 마음의 표시들을 고맙게 여기게 되었다. 감사하는 마음이 얼마나 내 자신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는가를 절실히 느끼기 때문이다. 근래에 들어 평소에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들 중에서 얼마나
내가 요즈음 텔레비전에서 즐겨 본 프로그램이 두 개 있다. 둘 다 평상시에는 잘 보지 않던 음악관련 프로그램이다. 그간 비슷비슷한 모습에 현란한 율동의 미소년, 미소녀들이 나오는 프로그램들과 달리 가창력을 겨루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려니와 장안에 화제가 되어 보기 시작했다. 두 프로그램이 성격은 다르지만 오랜만에 노래다운(?) 노래를 들을 수 있어 관심을 끌었고 또한 사람들의 ‘마음돌아감’을 읽을 수 있어 흥미로웠다.두 프로그램 중 먼저 ‘나가수’ 는 그야말로 내로라하는, 가창력을 인정받은 가수들이 나와 경쟁하는 프로그램이다. 한 회, 한 회 어떤 노래를 어떻게 부를지 기대된다는 것, 과연 그 중에 누가 떨어질지 예측할 수 없는 것 등이 프로그램으로서 시청자를 잡아끄는 성공요인을 모두 갖추었다. 그러면서도 왠지 편안하게 즐기지 못하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지? 이 프로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지나친 경쟁붙이기를 압축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일까? 경쟁은 구경하는 사람에게는 흥미롭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피말리는 시간들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프로를 둘러싸고 탈도, 말도 많았다. 이 프로가 얼마나 지속되어 어떻게 끝날지 지켜볼 일이다. 어쨌든 구경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