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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술정리 3층 석탑과 혜일스님


창녕 읍내 시장 통 끝자락에 너무도 잘생긴 탑이 한 기 외롭게 서 있다. 상륜부가 사라지고 없는데도 높이가 약 6m에 이르는 매우 큰 탑으로서 장대함과 세련미를 동시에 갖추고 있는 수작이다. 이 탑은 형태나 석재의 조합방식이 석가탑과 너무나 닮아 석가탑을 본받아 만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몇 가지 면에서 석가탑보다 더 옛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석가탑에 비해 더 크고 당당한 2중기단, 더 높고 무게감 있는 1층 몸돌, 상승감이 더 있어 보이는 지붕돌 등에서 더 장대한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석가탑은 2층 몸돌에 사리공이 있는데 이 탑은 감은사나 고선사탑 등 8세기에 만들어진 탑들처럼 3층 몸돌에 사리공이 있다. 이런 요소들이 이 탑이 석가탑보다 더 오래된 것으로 보는 근거이다. 이 탑은 크기나 세련미는 석가탑에 조금 떨어지나 훤칠하고 잘 생긴 대장부다운 당당함이나 기품은 석가탑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아마도 한 사람의 솜씨가 아닌지 모르겠다.

이 탑은 근년에 수호신이라 불릴 만큼 이 탑의 보호에 전심전력하는 혜일(慧日)스님 덕분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혜일스님은 10여 년 전부터 탑의 관리를 위해 자신이 몸담고 있던 관음정사를 탑이 바라보이는 장소로 옮기고, 탑 주변을 정화하는 한편, 매일 예불을 올리고 있다. 또한 탑을 보존, 관리하는데 필요한 예산확보를 위해 문화관광부와 창녕군에 지원 요청을 하는 한편, 사비로 탑 주변의 민가를 사들여 정화하는 등의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스님의 노력 덕분에 군청에서도 관심을 보여 탑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민가를 사들이고 주차장을 마련하는 등 관리에 힘을 보태고 있어 예전보다 많이 정돈되고 깨끗해진 모습이다.

혜일스님은 탑의 수리 복원 당시 발견된 사리장엄구는 모두 국립박물관이 가져가고, 사리는 스테인리스 그릇에 넣어 탑에 다시 봉안하였다고 분개한다. 그리고 이를 다시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탑은 혜일스님의 공덕 때문에 더 정화되고 더 온전하게 보존될 것이다. 할 수 있다면 탑의 상륜부도 복원하여 완전한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