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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於藍, 寒於水

“교수님!”하며 연구실로 들어서는 한 학생의 손에 ‘꿀홍차’ 한 박스가 들려져 있다. 소위 말하는 번듯한 회사에 취업이 되었단다. 그래서 감사드리러 찾아 왔단다. 잠시 몇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고, 학생이 돌아간 뒤에 나는 생각에 잠겨본다. 내가 감사받을 자격이 있는가.

사람은 변한다. 변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변한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발전, 다른 하나는 퇴보해 가는 것이다. 우리는 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하여 살아간다. “푸름은 쪽 풀에서 나온 것이지만 쪽 풀보다 더 푸르고, 얼음은 물이 변하여 된 것이지만 물보다 더 차다”는 『 荀子· 勸學』 편의 말대로 우리는 오늘보다 더 푸르고, 더 찬 내일을 위해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학생들이 입학하고, 졸업을 하는 일련의 과정을 쭉 지켜본다. 그래서 어떤 학생들이 얼마나 더 푸르러지는지, 더 차가워지는지도 눈에 들어온다. 오늘 찾아왔던 학생은 2학년 때 내 수업을 처음 들었는데, 그 때의 모습과 오늘의 모습은 많이 달라 보인다. 한층 더 푸르러진 것 같다.

내가 우리 학생들이 ‘靑於藍, 寒於水’할 수 있도록 하는 몇가지 작업 중 하나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현재 모습을 냉정하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일이다. 오늘 자신이 얼마나 푸르고 찬가를 알아야 내일의 목표를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업은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되는데, 예를 들어 나는 중간고사가 끝나면, 학생들에게 모범 답안을 제시하고 스스로 채점하여 적어내게 한다.

중간고사 채점을 마치면 학생들이 적어낸 점수와 내가 채점한 점수를 함께 공지하고, 차이가 많이 나는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답안지를 확인시킨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들은 현재에 대해 냉정한 비판을 하게 되고,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가를 깨닫는다. 만일 이 과정에서 작은 목표가 하나라도 세워진다면 이 작업은 성공이다. 더 푸르고 더 차가운 내일을 약속하는 과정인 것이다.

오늘 찾아왔던 그 학생은 연구실을 나가면서 한마디를 던졌다. “더 좋은 모습으로 다시 찾아뵐께요.” 靑出於藍할 미래에 축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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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