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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입니다!


한 명의 페미니스트로 거듭나기 시작할 무렵부터, 나는 남자들에게서 그리고 여자들에게서도 남자들의 ‘병역의무’ 문제에 대해 페미니스트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통념적인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 나의 설익은 생각과 답변은 ‘여자도 군대 가면 될 것 아니냐’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전쟁에는 반대했지만, 전쟁을 준비하는 병역의 문제에 대해서는 내 문제가 아니라는 의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다가 주요관심 주제는 아니었지만 전공이 기독교윤리학인지라 나는 기독교 평화주의, 정당전쟁, 군사주의 문화 등과 같은 주제를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한 학습의 영향인지 몰라도 나는 내 아이들에게 총이나 칼을 가지고 노는 것을 금하였다. 어느 사이에 나는 전쟁을 포함한 대부분의 폭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전쟁에 대비하는 병역을 양심에 따라 거부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었다. 사회적 소수자와 더불어 사는 것, 그들의 아픔을 함께 하는 것이 기독교 정신의 핵심이라고 강의하고 설교해 왔음에도 말이다.
그런 나에게 김두식 교수의 ‘평화의 얼굴(서울: 교양인, 2007)’은 나의 교만과 무지와 무관심을 차근차근 조목조목 일깨워 주었다.

저자는 ‘폭력이 일상화된 사회, 전쟁이 분쟁 해결의 중요한 수단으로 받아들여지는 세계’에 살면서 ‘평화를 모색하는 사람’이라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남북대치 상태라는 특수한 상황과, 정통 기독교에서 소위 이단으로 간주되는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에 대한 편견 때문에 그들의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가 우리나라에서 정당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저자는 자신의 법무관 시절 국선 변호인으로서의 경험이 자신으로 하여금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게 하였다는 고백적 이야기로 시작하여,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의 개념과 쟁점, 기독교 역사에 나타난 평화운동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운동, 그리고 여러 국가의 현황과 대체복무 제도의 필요성 등을 소개하고 주장한다. 저자는 결코 만만치 않은 방대하고도 다양한 자료들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했을 뿐만 아니라, 자칫 무겁고 지루할 수 있는 주제를 감칠 맛 나는 문체로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종교적 사유 등에 의한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국방부의 발표가 있는 이즈음, 꼭 한 번 읽도록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