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11.6℃
  • 구름많음강릉 7.6℃
  • 맑음서울 10.8℃
  • 맑음대전 11.3℃
  • 맑음대구 11.3℃
  • 맑음울산 10.4℃
  • 맑음광주 11.2℃
  • 맑음부산 12.1℃
  • 맑음고창 10.2℃
  • 맑음제주 11.4℃
  • 맑음강화 7.9℃
  • 맑음보은 10.1℃
  • 맑음금산 9.7℃
  • 맑음강진군 11.6℃
  • 맑음경주시 11.5℃
  • 맑음거제 11.0℃
기상청 제공

기업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인수합병, 우리나라는?

인수합병 성공률 40% 못 미쳐…적합한 대상 기업 찾는 것이 중요

기업의 인수(Acquisition)란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의 주식이나 자산을 취득하면서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하며, 합병(Merger)이란 두 개의 기업들이 하나의 기업으로 합쳐지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따라서 합병은 두 기업이 하나의 기업으로 바뀌는 것이고, 인수는 피인수기업을 그대로 존속시키면서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수합병은 여러 가지 기준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먼저 두 통합기업간의 산업특성이나 경쟁성격에 따라 수평적 인수합병, 수직적 인수합병, 복합적 인수합병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수평적 인수합병은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 간에 이루어지며 생산설비의 효율적 활용, 규모의 경제실현으로 인한 생산비용 감소 등의 경제적 효과를 발생시킨다. 이와는 달리, 수직적 인수합병은 원자재 또는 제품의 생산과 판매관계에 있는 기업 간에 이루어지며 생산의 효율화, 유통경로의 단축, 재고관리 비용의 절감 등의 경영효율화를 가져온다. 복합적 인수합병은 전혀 다른 사업에 속한 기업 간에 이루어지는 것으로써 전략적 연계성이 부족한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인수합병에는 우호적 인수합병과 적대적 인수합병이 있는데, 먼저 우호적 인수합병이라고 하면 상대 기업의 지배주주세력과 원만한 협상을 통해 적정한 가격에 경영권을 넘겨받는 것을 의미하고, 적대적 인수합병이란 지배주주 다수의 의사에 반해 경영권을 빼앗는 경우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기업들은 우호적 인수합병을 시도하지만, 이것이 안 되면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하기도 한다. 적대적 인수합병은 상대 기업의 방어 때문에 어느 정도든 간에 인수비용이 올라가는 위험이 있어서 비밀리에 지분을 모아 신속하게 처리하려 한다.


우리나라 기업 간의 인수합병의 대표적 사례는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이다. 1998년 이뤄진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는 성공 사례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당시 기아차의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6조6500억 원으로, 매출보다 2조 원 더 많은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는 기아차 부채 7조7100억 원을 탕감 받는 조건으로 기아차 지분 51%를 취득했고 경영권을 인수했다. 당시 기아차 인수로 현대차마저 동반 부실에 빠질 것이란 염려가 많았지만 기아차는 22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마감할 수 있었다. 경영이 정상화된 기아차는 K5, K7, 스포티지R, 쏘렌토R를 생산하여 국내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해외시장에서는 현대차를 판매 증가율, 판매량 부문에서 모두 추월하기도 했다.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 수혜자는 기아차만이 아니었다. 현대차 또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로 비약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기업들은 해외에서 인수합병을 시도하기도 한다. 해외에서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이유는 해외시장의 진입을 신속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기존의 기업이 새로운 해외시장에 진출하려고 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생산거점을 시작으로 유통망과 판매망을 확보해야 하고 그 만큼의 인력도 확보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비된다. 또한 인수합병은 진출국가에서 시장을 통해 구할 수 없는 자원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대개 이러한 자원은 경영이나 기술적 측면의 인적자원인 경우이다. 따라서 기업의 인수합병의 본질은 사람을 인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사업영역의 확대를 도모하고 지역적으로 사업을 다변화하기 위해서 해외기업을 인수합병하기도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인수합병은 피인수합병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경영자원 및 자산의 획득과 이러한 자산의 내부적 창출에 비교되는 시간적 절약을 목적으로 한다. 인수합병 기업이 관심을 가지는 피인수합병기업의 자산으로는 제품라인, 기술 및 기술인력, 브랜드, 유통망 등이 있다. 인수합병은 이미 기존의 기업의 경영자원과 역량을 획득하는 것이므로 시장진입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내적성장에 부딪힌 국내기업은 해외기업과의 인수 및 합병을 통해 해외시장에 신속하게 진출할 수가 있으므로, 인수합병은 기업의 성장전략의 하나로써 사용되어진다. 


그러나 반드시 인수합병이 기업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인수합병이 성공하려면 인수 후 조직 간 통합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적합한 대상을 찾아내는 일일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수합병의 성공률은 40%에 못 미친다. 그만큼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작업은 어려운 일이다. 기업을 잘못 고르는 바람에 곤경에 빠지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는 사려는 기업이 준비를 잘 못해 빚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인수합병의 실패 이유를 보면 경영 환경의 급격한 변화, 잘못된 인수 기업 선택, 인수 대상에 대한 정보 부족, 시장 수요에 대한 과대평가, 기업의 핵심 역량과 동떨어진 인수합병, 신제품·서비스 개발 부재 등이다. 경영 환경 변화와 신제품 개발 부진을 빼면 인수 기업의 준비 부족이 인수합병 실패의 주요한 요인이 된다. 따라서 인수합병의 성패는 인수합병에 나서는 기업이 얼마나 꼼꼼히 준비를 잘했느냐에 달려 있다. 인수합병 실패 사례를 보면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바람에 무리하게 기업 인수에 나섰다가 치명적인 손실을 입은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자체 점검이 끝났다면 그 다음은 인수합병을 통해 얻으려는 게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인수 대상을 고르는 일도 중요하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기업이 인수합병의 시장에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또한 인수기업은 왜 기업 인수에 나섰는지를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즉,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그것을 얻기 위해 다른 것을 얼마나 양보할 수 있는지 가늠해 봐야 한다. 그것도 매우 구체적이어야 한다. 인수합병의 성공 가능성을 좌우하는 것은 인수 대상 기업의 가치가 아니다. 인수 주체의 역량과 노력 여하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냉철한 분석도 없이 외형을 키우기 위해, 또는 단순히 사려는 기업이 매력적이라는 이유로 인수에 나설 일은 분명 아니다.


결혼은 때로는 인수합병에 비유된다. 사랑과 경제적 이윤이라는 다른 이유이기는 하지만, 결혼과 기업의 인수합병은 매우 닮은 구석이 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하나의 가정이라는 단위로 합쳐지는 것이 기업의 인수합병과 매우 흡사하다. 다른 이질적인 문화를 조화롭게 합쳐야 하는 것은 결혼과 기업 간의 인수합병 모두 마찬가지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