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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4호 사설] 매력적인 사람들이 만드는 매력적인 공동체

개강을 한 지 한 달 정도가 지났다. 막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신입생들과 긴 겨울 방학을 마치고 돌아온 재학생들 모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신입생들에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즐거우면서도 적잖은 부담감을 주는 일일 수 있다. 이런 시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능하면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인식되고 싶어 한다. 반드시 이성적인 매력을 발산하지는 않더라도 인간적인 매력을 갖게 된다면 인간관계가 얼마나 수월할 것인가?

인간은 본능적으로 매력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외모를 꾸미기도 하고, 유머와 화술을 익히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과 관련하여 2016년 4월 타임지에 소개된 독일 뤼벡 의과대학 실케 앤더스(Silke Anders) 교수의 연구는 우리의 흥미를 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감정이 쉽게 읽히는 사람들을 매력적이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의도와 감정이 쉽게 파악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고, 상대방이 이에 맞추어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에 이런 사람과의 관계는 안정적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여주어 매력적인 사람으로 각인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안정적인 관계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인간은 감정이 잘 읽히고 의도가 쉽게 파악되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주장이다.

이 연구 결과는 우리의 기존 상식과는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감정의 표현을 절제하는 사람이 되라고 교육받아왔다. 즉 내 감정의 표현은 절제하고 상대방의 감정은 잘 파악하는 것이 성공적인 처세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왔다. 이를 증명하듯이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 매력적인 주인공들, 특히 남자주인공들은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고 감정이 읽히지 않는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이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우리가 호감을 느끼게 되는 대상들은 감정과 생각이 잘 읽히는 사람들이라니 그동안 우리에게 강요되어온 과묵함의 미학에 과학적 근거는 부족했던 것이다.

한편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의도를 잘 전달하는 사람은 친구나 연인으로서만 매력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에도 소중한 사람들이다. 이 매력적인 개인들은 곳곳에서 사회의 부조리에 대하여 감정을 잘 드러내고 의견을 밝힘으로써 매력적인 공동체를 만드는 데에 크게 기여해왔다. 을사조약의 부당함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시일야방성대곡으로 표현한 장지연의 저항은 독립 운동의 초석이 되었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나붙은 수많은 슬픔의 메모들은 이후 우리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에 대하여 깊이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무능하고 부패한 전 정부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었던 촛불시위는 더 나은 정부를 갖고 싶다는 열망으로 승화되었다. 사회의 아픔이나 부조리에 대하여 많은 이들이 드러내 준 ‘감정의 표현’ 덕분에 역사는 발전해왔고, 우리 사회는 오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결국 솔직한 감정의 표현과 분명한 의사표시는 개인을 매력적으로 만들 뿐 아니라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인 셈이다.

이 봄, 캠퍼스에서 많은 매력적인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매력적인 사람들로 인해 매력적인 공동체로 성장하는 대학, 얼마나 근사한 조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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