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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학생 10명 중 5명, “불법복제 경험 있다”

복사집은 발 디딜 틈 없고 동네서점은 고사 위기


성서캠퍼스 인근에서 자취 중인 A 씨는 새 학기를 맞아 고민이 늘었다. 매달 30만원 씩 지출되는 자취방 월세도 부담이지만 전공서적과 교양강의를 위한 교재까지 구입하려니 10만원을 훌쩍 넘는 비용이 들었기 때문이다. A 씨는 “스터디다 뭐다 해서 바쁜 나머지 아르바이트를 할 시간이 없어서 용돈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며 “월세를 제외하고 월 20만원 씩 받는데, 새 학기 시작과 동시에 용돈의 절반을 교재비로 지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A 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기껏 거금을 들여 교재를 구입했더니 본인 외에는 아무도 책을 사지 않았던 것이다. 알고 보니 다른 수강생들은 근처 복사집에서 강의에 쓰이는 부분만 따로 제본을 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A 씨는 “이렇게 제본을 해도 되는 것이었으면 굳이 책을 사지 않았을 것”이라며, “혼자만 바보가 된 것 같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 학생 72.3%, “교재비 부담에 불법복제 했다”
A 씨의 경우처럼 교재를 직접 샀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부분의 대학 교재가 소량으로 생산되어 가격이 비싼 탓에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제본과 같은 불법복제가 성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성서캠퍼스 남문에 위치한 ‘복사 골목’은 개강 이후 현재까지 제본을 하려는 학생들로 붐볐다. 불법복제에 대해 물었을 때 복사업주는 ‘바쁘다’는 이유로 인터뷰를 거절했지만 단순한 핑계로 치부하기엔 한 눈에 보기에도 바쁜 기색이 역력했다. 어느 복사집의 한구석에는 제본서적들이 박스에 한 가득 쌓여있었다.
이렇듯 학내외로 성행하고 있는 불법복제에 대한 학생들의 경험을 알아보기 위해 <계명대신문사>(본사)는 지난 9월 27일부터 28일까지 양일간 본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조사 참여 학생 1백2명 중 49%는 불법복제를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교재 복사가 불법행위인 것을 아는 비율은 76.5%로 높은 수준이었다.
학생들의 대부분이 불법복제가 위법행위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이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교재비가 부담스러워서’가 72.3%로 압도적이었고, ‘쓸 일이 없을 것 같아서’가 12.8%, ‘기타’가 14.9%로 뒤를 이었다.
학생 10명 중 7명이 ‘교재비 부담’을 불법복제의 원인으로 지목한 만큼 대부분의 교재는 2만원부터 시작해 비싸게는 10만원을 호가한다. 반면에 불법복제본은 새 책보다 1/3 이상 저렴해 학생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B 씨는 “문법 교재가 생각보다 비싸서 제본을 선택하게 됐다.”며 “스프링 노트 형식으로 제작돼 일반적인 책보다 쓰기도 편하고 값도 저렴해서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한편, 강의계획서 상에는 특정 교재를 지참해야 한다고 쓰여 있더라도 정작 강의에 들어가면 교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C 씨는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교재가 필요하다고 해서 지참해갔지만 정작 교재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PPT로 수업이 진행되어서 책값을 날린 기분이 들 때가 잦다.”고 전했다.

● 불법복제 성행에 문 닫는 동네 서점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대학가 출판 집중단속’에 따르면, 저작권법 위반 적발 건수는 지난 2013년 4백4건, 2014년 3백69건, 2015년 4백59건으로 집계되었으며, 올해는 상반기에만 2백84건이 적발되었다. 이처럼 반복되는 불법복제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곳은 다름 아닌 동네 서점이다. 대구 지역 동네 서점 협의체인 ‘대구서점조합’에 따르면, 2008년 당시 1백80곳이었던 동네 서점은 2016년 1백40곳으로 줄어들었고 앞으로 2~3년 내에 70~80여 곳으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인터넷 서점의 등장 이후로 점차 사라져가는 동네 서점은 불법제본까지 성행하면서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성서캠퍼스 주변 서점은 구내서점을 제외하고는 ‘계대서점’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복사집은 남문에 여섯 곳, 동문에 세 곳으로 무려 아홉 곳에 달했다.
1982년부터 35년째 성서 지역에서 서점을 운영해온 계대서점 점장 D 씨는 “과거에 비해 매출이 많이 떨어졌다.”며 “옛날엔 이 주변에서 영업하는 서점들이 많았는데 현재는 이곳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D 씨는 이어 “전공서적은 소량 생산이 기본이라 값이 비쌀 수밖에 없어 학생들이 잘 사려 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불법복제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점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D 씨는 “정부의 단속을 기다리면서 버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단속만이 해법?
현행법상 타인의 저작물을 영리 목적으로 판매하여 이득을 취한 자는 저작권법 제136조 1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관계당국은 매년 불법복제에 대한 단속을 벌이는 한편 전국 대학생을 상대로 계도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단순히 단속과 캠페인만으로 대학가의 불법복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불법복제 문제는 학생뿐만 아니라 대학당국과 교수, 복사업자 간의 묵인이 긴밀하게 이어져 있다.
때문에 불법복제 근절을 위해서는 철저한 저작권 인식 교육도 필요하겠지만 ‘반값 교재’와 같이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방안도 동반되어야 한다. 낱장으로 된 교재를 온라인을 통해 공동구매하는 ‘반값교재’는 대학교재 출판사 ‘커뮤니케이션북스’가 올해 초부터 선보였다. 이는 학생들의 교재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불법복제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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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