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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조기퇴근, 누구를 위한 것?

평일의 마지막 날, 주말이 코앞으로 다가온 날. 바로 금요일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이런 금요일을 ‘불금(불타는 금요일)’이라고 부르며 주말을 기다리는 마음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최근, 정부가 내수 활성화 방안으로 내놓은 ‘금요일 4시 조기퇴근제(이하 조기퇴근제)’는 이런 정서를 반영했다. 조기퇴근제란 ‘가족과 함께하는 날’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4시에 퇴근하는 것으로, 이는 지난 2월 24일 일본에서 시행한 ‘프리미엄 프라이데이’와 그 맥락이 같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은 OECD 35개국 중 2위로, 연평균 2113시간(2015년 기준)이다. OECD 평균인 1766시간보다 무려 400시간이나 긴 것으로 우리나라 근무자들의 초과근무실태를 보여준다. 이를 해결하고 위축된 소비시장을 활성화한다는 목적을 둔 조기퇴근제는 정시퇴근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 실정에서 그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가 우리나라 100개 기업 4만 명의 직원들을 조사한 결과, 주 3일 이상 야근을 하는 사람의 비율이 43.1%로 드러났다. 습관적 야근이 팽배한 지금의 근무실정에서 조기퇴근제란 우리나라의 근로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이 정책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30분 연장근무 하는 것을 조건으로, 금요일 이외 시간의 연장근무가 불가피한 상황을 만들어 직장인의 정시퇴근을 힘들게 만든다.

앞서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실시한 일본의 민간조사회사인 인테지가 수도권 거주 20~59세 남녀 2천 2백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실제 조기퇴근한 사람이 3.7%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사람들은 조기퇴근하지 못한 이유로 ‘일이 끝나지 않아서’(88.4%)에 가장 많이 답했다. 또한 조기퇴근한 사람들에게 조기퇴근 후 무엇을 했는지를 물은 질문에서는 ‘집에서 보냈다’(4 1.8%)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고, ‘외식하러 나갔다’라는 응답은 32.1%에 그쳤다.

일본의 정책을 참고하여 실행하는 제도인 만큼 우리나라의 상황도 일본과 같은 결과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된 요인은 가계의 소득빈곤이다. 따라서 소득증대 없는 근무시간 조정안으로는 내수시장 활성화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다.

우리는 흔히 눈앞에 보이는 차이만을 알고 결과가 같은 것을 모르는 어리석은 상황을 ‘조삼모사’라고 한다. 겉보기에는 좋아보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정책은 많은 예산을 낭비하고 실효성이 없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 정부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차이가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구성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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