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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 폭력문화, 이대로 좋은가

매년 4월 첫 주가 되면 쉐턱관 앞, 일명 ‘벚꽃로드’에는 만개한 벚꽃에 탄성을 지르며 즐거워하는 학생들로 난리법석이다. 특히 새내기들의 반응이 뜨겁다. 대학에 들어와 겨우 한 달 정도의 대학 생활을 경험하며 적응에 힘겨워하는 새내기들에게 벚꽃은 큰 위안이자 선물일 수 있다. 고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채 대학 생활에 적응하기는 그리 쉽지 않을 터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일방적 지시와 통제의 틀 안에서 타율적 행위방식에 익숙해 있던 그들에게 자율적 행위방식을 요구하는 대학은 낯설기만 할 것이다. 그런데 대학 안에서 그들을 힘들게 하는 것 중에는 마치 통과의례처럼 이루어지는 선후배 간 ‘군기잡기’라는 타율적 폭력문화도 한몫을 하고 있다.

최근 대학에서 선후배 간 군기잡기의 폭력문화가 큰 논란이 되었다. 신학기만 되면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대학만 무려 열 개에 가깝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비단 다른 학교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 학교에서도 특정 학과의 경우 선후배 간 군기잡기를 흔치않게 볼 수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다른 대학의 경우 체육 관련 학과 외에 무용학과, 연극영화과, 간호학과 등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이 정도면 언급되지 않은 다른 학과에서도 은밀하게 군기잡기가 일어나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서울 모 여대의 경우 군기잡기와 관련하여 문서화되어 신입생들에게 전달된 지침들을 보면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다. 선배를 보면 달려가서 여학생들도 90도 조폭인사를 해야 하고 커피는 숨어서 마셔야 한다. 휴대폰 통화도 안 되고 대학생인데도 이름표를 학교 밖 전철역까지 붙이고 다녀야 한다. 필자는 이와 유사하게 이름표를 달고 90도 절을 하며 오가는 학생들을 학교 안에서 만난다. 누가 보더라도 진심이 담긴 자발적인 인사는 아니다. 마지못해 하는 행위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심지어 서울 모 여대의 경우 이어폰, 모자, 파마, 화장도 금지하고 시계 외엔 액세서리도 안 된다는 금지 규정을 만들었고, 더욱 황당한 것은 머리가 원래 갈색인 학생들도 검정색으로 염색을 해야 한다는 규정까지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 외에도 치마나 트레이닝복 착용을 금지하고, 선배들과 대화할 때 종결어미는 군대식 ‘다·나·까’만 사용하게 한단다. 이 모든 규칙은 캠퍼스에서 2㎞ 떨어진 지하철역까지 적용된다고 한다. 이게 대학인가, 군대인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대학은 자유를 바탕으로 진리를 탐구하는 곳이다. 말 그대로 ‘큰 배움’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라는 말이다. 그런 대학 캠퍼스가 신학기만 되면 ‘군기잡기’라는 폭력문화에 저당잡혀 마치 1970~1980년대 군대 훈련소를 연상케하고 있다니 말이 되는가. 언제까지 대학이 군사문화의 잔재를 벗어나지 못한 채 폭력을 내면화하는 공간으로 남아야 하는가.

대학에서 ‘군기잡기’라는 저급한 폭력문화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압적이고 비민주적인 규율과 관행을 과감하게 철폐해야 한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쌍방향의 ‘대화와 소통’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폭력에 내면화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쌍방향의 대화와 소통을 불신하는 경향이 짙다. 단기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군기’라는 폭력적 규율을 선호하는 이유다. 오랜 군사문화의 사회화가 야기한 ‘비정상의 정상’이다. 따라서 ‘군기잡기’는 한시라도 대학 안에서 추방해야 할 비정상적 가치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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