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7회에 걸쳐 철학 분야에서 제기되었던 역설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역설을 소개함으로써 내가 의도했던 것은 독자들의 ‘혼돈’과 ‘사색’이었다. 역설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수용하는 전제로부터 출발하지만 결국 ‘상식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결론을 도출한다. 따라서 독자들이 일차적으로는 혼돈에 빠지고 이차적으로는 그곳에서 벗어나려는 사색을 하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우리는 종종 일반적인 상식이나 개인적인 신념에 위배되는 것을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태도를 취한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안정을 추구하므로 상식을 뒤흔드는 역설로 인해 야기되는 혼돈을 거부하고 안락함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문제의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사실상 이것은 발전을 거부하고 제자리에 안주하는 것이다. 역설은 철학, 수학, 물리 등의 학문분야는 물론이고 일상생활에서도 제기되며, 그런 것을 모두 거부하기만 한다면 우리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것은 주어진 문제를 철저히 탐구하고 반박해보려는 사색의 과정이며,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삶을 보다 충실하고 값지게 만들 수 있다. 상식이 항상 옳지만은 않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면, 상식을 벗어나는 주
“이 말은 거짓말이다” 이 문장은 참인가 또는 거짓인가? 만약 이 문장이 참이라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위 문장은 거짓말임을 주장하고 있으며, 결국 거짓말이 참임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 문장이 거짓이라면, 그것은 참이다. 왜냐하면 위 문장은 거짓이며 거짓을 거짓이라고 하기 때문에 결국 그것은 옳은 말이 된다. 이처럼 동일한 문장이 참이자 거짓이라는 것은 모순이며, 이것은 참과 거짓에 대한 우리의 상식적인 신념에 위배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이것은 기원전 4세기에 에우불리데스가 처음 제시한 ‘거짓말쟁이 역설’이다. 철학자들은 이러한 당혹스런 결과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여 왔다. ‘a) 위 문장은 문법적이지 못하다, b) 위 문장은 의미가 없다, c) 위 문장은 문법적이고 의미가 있지만, 참이나 거짓이 아니다, d) 모순에 이르는 논증의 어떤 단계에서 오류가 있다, e) 위 문장은 참인 동시에 거짓이다’ (http://www.iep.utm.edu/par-liar.htm) 거짓말쟁이 역설의 한 가지인 다음과 같은 문장을 고려해보자. ‘나는 요즈음 남의 시험 답안지를 안 본다.’ 만약 이 문장이 참이라면, 예전엔 남의 답안지를 봤지만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