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인 아들아이의 로망은 아빠가 되는 거다. 한 손으로는 아이를 안고 다른 손으로는 장바구니를 든 모습을 그리며 미소 짓곤 한다. 신기하면서도 걱정이 앞섰다. “그렇구나, 그러려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네?” 사회적 통념을 반영한 나의 말에 아들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경제적 자립이라는 말에 ‘안정적인 직장’과 ‘일정 수준의 소득’이 함축되어 있음을 알아들은 것이리라.
한국 사회는 저출생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에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저출생 해결 대책과 방안들을 논의하고 제시하고 있다. ‘저출생 우생학 사회’는 이러한 우려와 대책과 방안들이 ‘출산을 개인의 선택으로 간주하는 오류’에서 출발했다고 비판한다. 한국 사회의 저출생 원인은, 개인이 아이를 낳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못 낳게 하기 때문이다. 즉, 한국 사회는 출산을 개인의 선택인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부모가 될 수 있는 사람을 선별하는 ‘구조적 우생학’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우생학이 ‘특정 집단의 생물학적 재생산을 직접적으로 통제’한다면, 구조적 우생학은 ‘사회구조를 통해 출산 가능성을 차등적으로 분배’한다.
이 책은 구조적 우생학이 한국 사회에 작동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와 함께, 구조적 우생학을 “한국 사회의 저출생 현상을 새롭게 조망하기 위한 분석적 렌즈”(1백76쪽)로 사용한다. 하여, 구조적 우생학의 작동 기제인 소득격차, 구조적 성차별, 돌봄의 책임 편향, 제도적 가족주의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분석하고, 구조적 우생학을 해체할 수 있는 정책 패러다임으로 초경쟁 사회 완화를 위한 교육·노동·금융 개혁, 기본소득의 점진적 도입, 성평등을 위한 근본적인 구조 개혁, 가족 개념의 확장과 관계 다양성의 제도적 인정을 제안한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 제기와 분석과 논의를 통해, 사라져 가는 아니 생겨나기도 전에 제한되는 “다른 삶에 대한 가능성들”과 “삶을 풍요롭게 하는 다양한 가치들”(1백91쪽)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도록 한다.
이 책은 ‘누구나 부모가 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아무나 부모가 될 수 없는 감추어진 이유’를 밝혀냄으로써,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자격을 선별하는 사회가 아니라 아이 낳을 권리를 모든 개인에게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자고 주장한다. 소수의 사람에게만 가능한 개인의 선택으로서의 아이 낳을 권리가 모든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되기를 희망하며, ‘저출생 우생학 사회’를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