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26.8℃
  • 흐림강릉 29.1℃
  • 흐림서울 27.2℃
  • 구름많음대전 32.9℃
  • 맑음대구 33.6℃
  • 맑음울산 31.6℃
  • 맑음광주 31.4℃
  • 맑음부산 30.5℃
  • 맑음고창 32.0℃
  • 맑음제주 31.8℃
  • 흐림강화 26.7℃
  • 구름많음보은 30.3℃
  • 구름많음금산 32.8℃
  • 구름많음강진군 28.9℃
  • 맑음경주시 34.9℃
  • 흐림거제 29.4℃
기상청 제공

[대학생 현장실습 실태 점검] “일 배우러 왔는데”… 교육과 노동 사이의 실습생

단순 업무 투입부터 방치까지, 현장실습 제도의 현 주소

 

 대학생 현장실습은 사회 진출 전 직무 역량을 기르는 중요한 교육과정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교육과 노동의 경계가 교묘하게 흐려지기도 한다. 학생들은 ‘실습생’ 신분으로 참여하지만 실제로 실습생은 강도 높은 노동을 수행하거나, 반대로 충분한 업무 지도없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본지는 현장실습을 경험한 학생의 사례와 우리학교 현장실습지원센터(이하 센터) 담당자의 인터뷰를 통해 현장실습 제도의 운영 실태와 학생들이 체감하는 현실 사이의 간극을 살펴봤다.

 

● 현장실습, 무엇을 위한 제도인가?

 현행 대학생 현장실습은 ‘고등교육법’과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운영된다. 교육부는 현장실습을 ‘산학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실시하는 학교 밖 경험학습’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세부 기준은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운영규정’에서 정하고 있다.

 

 현장실습은 크게 표준형과 자율형으로 나뉜다. 표준형은 직무 수행 중심으로 운영되며, 직무수행 시간에 대해 최저임금의 75% 이상을 실습지원비로 지급해야 하고 산재보험 가입도 의무화돼 있다. 반면 자율형은 교육 중심 실습을 전제로 하며, 실습지원비지급에 관한 별도 규정은 없다.

 

 2021년 7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의 제도 개편으로 대학 현장실습학기제의 실습지원비 지급 기준과 대학의 관리 책임이 강화됐다. 그러나 국가 자격 취득과 연계된 일부 의무 실습은 교육부의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운영규정’이 아닌 별도 법령과 자격 기준에 따라 운영된다. 이 때문에 현장실습학기제에서 적용되는 실습지원비 지급 기준이나 운영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으며, 학생 보호 수준에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 “배우러 갔는데 일하고 왔다.”

 학생들이 경험한 현장실습은 저마다 달랐지만, 두 가지 문제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교육적 커리큘럼의 부재와 학생의 경제적 부담이다. 먼저 ‘ㅇ’대학교 간호학과 A씨는 병동 기본 업무를보조하며 “실습 종료 시간이 지났는데도 남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어디까지가 교육이고 어디부터가 업무인지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교육을 목적으로 실습생을 모집하지만, 실상은 단순 업무 인력으로 활용하거나 아무런 지시 없이 방치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경제적 부담도 적지 않다. ‘ㄷ’대학교 사회복지학과 B씨는 “대부분의 학생이 20~30만 원 가량의 실습비를 내고 실습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실습은 졸업을 위한 필수 과정이지만 비용은 학생이 부담하는 구조다. B씨는 “실습생들 사이에서는 ‘왜 돈을 내고 실습을 해야 하느냐’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 교육과 노동 사이 외줄타기

 현장실습을 둘러싼 핵심 쟁점 중 하나는 교육과 노동 간 경계다. 원칙적으로 현장실습생은 학생 신분이며, 일반적인 현장실습에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업무 형태가 일반 노동자와 유사한 경우에는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 법원은 사용자의 지휘·감독 여부, 업무 지시, 출퇴근 통제, 생산 활동 참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근로자성을 판단한다. 따라서 형식상 학생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노동을 제공하고 있다면 근로자로 인정될수 있다. 실제로 ‘ㄷ’대학교 간호학과 실습생 C씨는 “실습생 신분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직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낀 순간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현장실습이 교육과정으로 운영되더라도 현장에서는 교육과 노동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사례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실질적인 노동을 제공하며 부당한 대우를 겪더라도 현장의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입장이다. 그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불이익에 대한 우려다. 실습기관과의 관계가 악화될 경우 남은 실습 기간 동안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실습 시간이나 수련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이 작용한다. 실습이 학점·졸업·자격 취득과 직결되는 만큼, 기관과의 관계에서 학생이 가진 협상력은 제한적이다.

 

둘째는 관행의 고착화다. “원래 다 그렇게 해왔으니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말처럼, 부당한 실습 환경이 오랫동안 반복되면서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진 것이다. 이는 학생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이의를 제기하기보다 기존 방식에 무비판적으로 순응하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진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2024년 자율형 현장실습학기제 운영 과정에서 실습지원비 미지급과 휴게시간 미보장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교육부에 관리·감독 강화를 권고했다. 최근 관련연구에서도 현장실습이 교육과정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인 지휘·감독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노동법적 보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 대학은 학생을 얼마나 보호하고 있나?

 제도 개선이 현장에 가져온 변화 속에 예상치 못한 결과도 나타났다. 2021년 실습지원비 기준 도입 이전 연간 약 1천 명에 달하던 센터 현장실습 참여 학생 수는 현재 약 3백 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현장실습지원센터 최주은 선생은 “실습지원비 지급과 운영 요건 강화로 인해 실습기관 확보가 이전보다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학생 보호를 위한 실습지원비 제도가 강화됐음에도 학생들이 실제로 참여할 수 있는 실습 기회는 감소하고 있다.

 

 현장실습은 학생과 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은 실습기관 선정과 관리, 학생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센터는 기관 모집 단계에서 실습지원비 지급 여부, 산재보험 가입 여부, 전공 적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기관을 선정한다. 최주은 선생에 따르면 우리학교는 표준형 현장실습을 원칙으로 연계 기업을 모집하고 있으며, 현재 자율형 현장실습은 전체의 5% 이내로 운영하고 있다. 실습 전에는 온라인 안전교육과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며, 학교 차원에서 현장실습 보험과 산재보험도 보장한다.

 

 학생 보호를 위한 창구도 마련돼 있다. 매 학기 실습 참여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주말에도 연락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실습 기간 중 중간 점검을 통해 고충 사항을 파악한다. 고충이 접수되면 유선 상담 후 필요에 따라 현장 점검이나 기관 관계자 면담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다만 현장 방문 점검에는 한계가 있다. 최주은 선생은 “서면 점검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실습생이 유해 물질에 노출되는 경우가 드물어 안전상 위험이 크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실습 시작 전 현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실습 기간 중 부당 대우와 관련된 신고성 민원 역시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주은 선생은 “접수되는 문의는 주로 실습지원비 지급 시기나 출결, 학점 인정과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 통과의례를 넘어, 온전한 교육의 장으로

 현장실습은 청년들이 사회로 나아가기 전 직무 역량을 기르는 중요한 단계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현장실습의 이면에는 제도의 본래 취지와는 다른 현실이 일부 존재함을 보여준다.

 

 표면적으로는 관련 제도가 정비되고 대학 내 보호 창구가 마련됐으나, 학생들이 체감한 현실은 기관의 설명과 일부 차이가 있었다. 여전히 일부 실습 현장에서는 교육적 피드백 없이 단순 업무에 투입되거나 방치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국가 자격 취득과 연계된 일부 실습·수련은 현장실습학기제와 다른 기준으로 운영돼 보호 수준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점과 자격증이라는 현실적인 제약, 그리고 오랫동안 굳어진 관행 속에서 학생들은 부당함을 적극적으로 호소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또한 학생 보호를 위해 강화된 규제가 오히려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해 실습 기회 자체를 위축시키기도 한다.

 

 결국 현재의 현장실습 제도는 관련 규정과 보호장치가 마련돼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현장실습이 학생들에게 단순한 통과의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보호 제도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