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에 봉이 김선달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현란한 말솜씨로 누구나 길어갈 수 있던 대동강 물을 값을 받고 팔았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주인없는 강물을 제 것처럼 꾸민 김선달도 놀랍지만, 누군가 그 물을 샀다는 사실 역시 흥미롭다. 사람들은 왜 대동강 물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값을 치렀을까?
오늘날 주식시장에서도 그럴듯한 말과 분위기에 값을 지불하는 일이 반복된다. 인터넷에서는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정보가 ‘곧 오른다’는 말과 함께 빠르게 퍼진다. 최근 국내외 증시가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투자에 관심없던 대학생조차도 투자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실제로 한국대학신문이 진행한 ‘2025년 대학생 의식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절반 이상인 54.2%가 재테크에 참여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SNS에는 수익률이 찍힌 화면이 올라온다. 종목이 무엇인지 충분히 알아보기보다 누군가의 말과 분위기에 기대어 투자하는 일도 그만큼 많아졌다. 이런 투자를 단순히 일부의 무지한 선택으로만 볼 수 있을까.
주식 거래 방식도 간편하다. 몇 번의 본인 인증만 거치면 증권 계좌를 만들 수 있고, 종목을 사고파는 데에는 몇 초면 충분하다. 투자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돈을 걸고 있다는 감각까지 가벼워지고 있다. 거래의 속도가 빨라진 만큼 판단의 시간은 짧아졌다.
아르바이트비는 시급 단위로 천천히 쌓인다. 등록금과 생활비, 주거비와 교통비를 감당하고 나면 통장은 금세 비어있다. 반면 주식 앱 속 숫자는 하루에도 여러 번 크게 움직인다. 노동의 과정은 몸소 경험하지만, 투자 실패의 과정은 많이 접하지 못한다. 한 번의 선택으로 빠르게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것도 이상한 일만은 아니다.
상승장은 이러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충분히 알아보지 않은 종목을 샀어도 수익을 얻는 사람이 생긴다. SNS에서는 누군가 감수한 위험과 실패보다 눈에 띄는 수익만 선명하게 남는다. 반복되는 수익 인증을 보다 보면 실력과 우연의 경계는 흐려지고, 투자 원칙을 따지는 것은 불필요한 절차처럼 느껴진다.
봉이 김선달은 현란한 말솜씨로 대동강 물을 팔아 넘긴 사람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한 명의 김선달만 있는 것이 아니다. 투자 앱의 간편한 화면, 끊임없이 노출되는 수익 인증, 상승장의 분위기, 노동만으로는 미래를 그리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사고를 흐리게 한다.
어쩌면 우리는 대동강 물을 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유를 개인의 부족함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대학생들은 클릭 몇 번으로 무엇이든 사고 팔 수 있는 시대를 살아왔다. 신중하게 결정하는 사람보다 빠르게 선택하는 사람이 앞서가는 것처럼 보이는 환경에도 익숙하다. 매수 버튼은 가까워졌고, 노동의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묻지마 투자는 한 사람의 무지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라 간편한 거래 환경과 상승장의 분위기, 불안한 현실이 겹쳐진 결과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