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만 틀어놓고 다른 일을 했다.”, “교육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학교 법정의무교육을 수강한 학생들의 반응이다. 현재 우리학교 교수학습지원시스템(Learning Management System, 이하 LMS) 비교과 프로그램에는 학부생 대상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예방교육, 폭력예방교육, 마약 예방교육이 운영되고 있다. 또한 이공계열 및 미술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실안전교육도 실시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육이 영상 시청으로 이뤄지는 만큼, 예방과 인식 개선이라는 본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지는 학생들의 수강 경험과 학교의 운영 현황을 통해 우리학교 법정의무교육의 실효성을 살펴봤다.
● 법정의무교육, 왜 실시하나?
우리학교에서 학부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법정의무교육은 법률에 근거한 의무 사항이다. 각 교육 항목마다 별도의 법적 근거가 존재하며, 대학은 이를 이행하고 그 결과를 해당 부처에 제출할 의무를 진다.
• 필수교육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예방교육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54조에 근거한다. 해당 조항은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 즉 대학을 포함한 고등교육기관에 연 1회 이상 과의존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에게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육이 부실하다고 인정될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해당 기관에 관리자 특별교육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 필수교육 폭력예방교육
성폭력·가정폭력·성희롱·성매매 예방의 네 가지 영역을 아우른다. 각각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성폭력방지법)’ 제5조,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의3, ‘양성평등기본법’ 제31조,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가 법적 근거다. 네 가지 교육은 성평등 관점에서 통합해 실시할 수 있으며 대학은 이를 연 1회 이상 진행하고 결과를 성평등가족부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점검 결과, 교육이 부실한 기관에 대해서는 관리자 특별교육 등의 조치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는 언론에 공표될 수도 있다.
• 필수교육 장애인식개선교육
‘장애인복지법’ 제25조에 따라 대학을 포함한 각급 학교의 장이 매년 소속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 필수교육 연구실안전교육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며, 이공계열과 미술대학 등 연구실을 사용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해당 법률은 대학·연구기관 등에 설치된 연구실의 안전을 확보하고, 연구실 사고 발생 시 연구활동종사자를 보호하며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제정됐다.
• 마약 예방교육
‘학교보건법’ 제9조의3은 초·중등학교를 대상으로 마약류 중독·오남용 예방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법정의무교육으로는 규정돼 있지 않다. 즉, 우리학교의 마약 예방교육은 법적 의무에 따른 것이 아니라 학교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해당한다.
이처럼 법정의무교육은 학생 안전과 인권 보호를 위해 법률에 근거하여 운영되는 제도다. 대학은 관련 법령에 따라 법정의무교육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교육의 시행과 효과는 별개의 문제다. 대부분의 교육이 온라인 영상 시청과 이수 확인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학생들이 교육 내용을 실제로 이해하고 행동 변화로 이어가고 있는지는 점검이 필요하다.
● 학교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학교는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학생상담센터는 학교·학생상담센터 홈페이지, SNS, 학과 공지 등을 통해 교육을 안내하며, 미이수 학생에게는 문자와 LMS 쪽지를 발송해 참여를 독려한다. 이러한 결과로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예방교육의 이수율은 2022년 9.5%에서 2025년 50.1%로 상승했다. 인권센터가 운영하는 폭력예방교육 역시 최근 이수율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폭력예방교육의 이수율은 2022년 34%에서 2025년 77%를 기록했다. 또한 인권센터는 대학원 및 단과대학 행정팀을 통해 교육을 안내하고 학교 홈페이지 게시와 교내 포스터 부착 등 다양한 홍보 활동도 병행한다.
교육 미이수에 따른 학생 개인의 불이익은 없다. 다만 학생 이수율이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학교가 부진 기관으로 지정되는 등의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이수율 향상을 위한 노력도 이어진다.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예방교육 이수자에게는 CompassK 점수 1점이 부여되며, 폭력예방교육 이수자에게는 CompassK 점수 2점과 함께 추첨을 통한 교육지원금이 제공된다.
두 센터는 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학생상담센터는 건전한 디지털 문화 형성을 위해 예방 중심의 체계적인 교육과 학생 참여형 프로그램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상담·인권·학생지원 부서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미이수자 대상 안내 강화와 서포터즈 운영, SNS 휴식 캠페인 등 다양한 홍보 및 참여 활성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권센터 역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의 영상 시청 중심 교육이 형식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해 토론·퀴즈·사례 분석 등 학생 참여형 요소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딥페이크, 불법 촬영물 등 최근 사회문제를 반영한 대면 폭력예방교육을 운영해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일 방침이다.
한편 장애인식개선교육은 채플 수업 중 1학년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별도의 LMS 비교과 교육은 운영되지 않으며, 재학생 대상 추가 교육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 학생들이 말하는 법정의무교육, “틀어놓고 다른 일 했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이러한 법정의무교육을 어떻게 이수하고 있을까? 학생들의 법정의무교육 참여 양상은 다양했다. 교육을 수강하더라도 내용을 숙지하기보다 이수에 의미를 두었고, 교육이 있다는 것 자체를 알지 못하는 학생도 있었다.
이윤성(심리학·2) 씨는 “LMS에서 안내를 확인했다. 미이수에 따른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수강하지만, 실제로는 영상을 재생해 두고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교육의 실질적인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오성은(사학·2) 씨는 “어릴 때부터 비슷한 교육을 반복해서 접해왔으나 교육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려웠다.”며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큰 변화를 불러오는지는 잘 체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참여 동기를 찾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지희(문헌정보학·3) 씨는 “법정의무교육 관련 안내를 본 적은 있지만 참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이수 시 받을 수 있는 CompassK 점수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LMS 역시 과제 제출이나 강의 자료를 받을 때만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CompassK 점수를 계기로 수강하는 학생도 있었다. 정호연(패션마케팅학·2) 씨는 “CompassK 점수가 부여되는 교육은 수강하려고 하는 편”이라며 “다만 영상을 틀어놓고 다른 일을 했다.”고 말했다.
교육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강민수(정치외교학·1) 씨는 “채플을 통해 장애인식개선교육을 들었던 기억은 있지만, LMS 비교과 프로그램에서 운영되는 다른 교육은 잘 알지 못했다.”며 “관련 교육이 있다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법정의무교육은 수강 여부 자체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았으며, 일부 학생들은 교육 영상을 재생한 채 다른 일을 하거나, 교육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 단순 이수에서 교육 이해로 가려면
학생상담센터와 인권센터는 교육 참여 확대를 위해 다양한 홍보와 독려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교육 이수율도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를 보인다. 그러나 높아진 이수율이 곧 교육 효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의 실효성은 얼마나 많은 학생이 수강했는지가 아니라, 교육이 학생들의 인식과 행동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에 의해 평가되어야 한다. 우리학교 법정의무교육이 단순한 이수 절차에 머무르지 않고 학생들의 실제 참여와 이해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교육 방식과 운영 전반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