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살아서 뭐해. 열심히 해서 뭐해. 이미 뒤처졌어. 모든 생명은 결국에는 죽어.’ 허망함과 허무에 대한 고백이 너무나 흔해져서 이제는 ‘허무’조차 ‘상투’가 되어버린 시대. 모두가 삶은 의미가 없고 무기력한 것이라고 앞다투어 이야기할 때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책은 귀중하다.
2007년 1월 2일 “맨해튼 브로드웨이 137번가 지하철 승강장에는 눈 깜박할 사이에 봄기운이 사라졌다.” 한 청년이 지하철 선로에 떨어졌는데, 전조등을 밝힌 1호선 열차가 곧장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 순간 사람들은 모두 얼어붙었고 지하철 승강장은 패닉 상태가 되었다. 바로 그때 쉰 살의 건설노동자 웨슬리 오트리는 곧장 선로로 뛰어들어 청년을 선로 옆 빈 공간으로 밀어 넣고, 열차가 지나갈 때까지 그를 감싼 채 청년을 지켜주었다. 열차는 이 두 사람이 있던 공간을 간발의 차이로 지나칠 수 있었고 선로 아래에서 오트리는 승강장을 향해 우리는 괜찮으니, 위에 서 있을 자신의 두 딸에게 괜찮다고 전해달라고 외쳤다 한다.
이 이야기는 허버트 드레이퍼스와 숀 도런스 켈리의 공저 '모든 것은 빛난다'의 첫 페이지를 펼치면 곧장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흔히 철학서나 인문교양서적은 재미없고 딱딱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어렵고도 복잡한 개념을 매우 유려하고 아름답게 소개한다. 우리는 어떻게 죽음이나 허무 앞에서 웨슬리 오트리와 같은 ‘기적적인 사랑’을 실현할 수 있는가. 실제로 오트리는 이 사건 직후 몰려든 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제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봤을 뿐입니다.” 생각보다도 너무 단순한 소박한 대답이지만 이 대답 속에는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이 책은 이처럼 다양한 고전과 이야기 및 철학적 개념을 재미있고 독창적으로 소개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허망함을 넘어설 수 있는지를 모색한다. 책에는 셰익스피어, 단테, 칸트, 허먼 멜빌 등 다양한 이들이 등장하지만 이를 다 알지 않아도 내용이 워낙 흥미로워서 순식간에 읽을 수 있다. 허무와 패배를 고백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희망과 사랑을 꼼꼼하게 서술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책은 어떻게 우리가 빛나는 존재가 될 수 있는지. 어떻게 이 차가운 세상을 건너갈 수 있을지를 매우 풍부하게 소개하고 논증하는 책이다. 물론 책 한 권이 우리의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는 책 한 권을 통해 죽고 싶은 순간을 견딜 수는 있다. 이 책은 그만한 용기와 사랑을 주는 빛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