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22.9℃
  • 흐림강릉 22.2℃
  • 구름많음서울 25.3℃
  • 맑음대전 28.1℃
  • 구름많음대구 27.4℃
  • 구름많음울산 22.0℃
  • 맑음광주 28.0℃
  • 구름많음부산 22.9℃
  • 맑음고창 25.6℃
  • 맑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2.0℃
  • 구름많음보은 25.5℃
  • 맑음금산 27.0℃
  • 맑음강진군 24.6℃
  • 구름많음경주시 24.9℃
  • 구름많음거제 23.2℃
기상청 제공

[Gazette 기자의 시선] 하나씩 배워나가는 한국

나는 한국에 오기 전까지, 한국을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드라마도 많이 봤고, 한국어도 오래 공부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막상 한국에서 생활해 보니,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은 아주 일부에 불과했다.

 

가장 낯설었던 것은 ‘눈치 문화’였다. 한국에서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상황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행동하는 순간이 많았다. 처음 나에게 이런 문화는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누가 나에게 어떤 일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알아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눈치만 보다가 지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또 하나 새롭게 느낀 것은 사람들 사이의 ‘거리감’이다. 한국 사람들은 친해지기 전까지는 조심스럽고 예의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사람들의 태도가 다소 차갑게 느껴졌고, 내가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힘들었다. 고향에서는 처음 만난 사람과도 비교적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는 더욱 크게 다가왔다. 그래서 한동안은 “내가 뭔가 잘못했나?”라는 생각을 자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나를 밀어내는 것처럼 느껴졌던 그 거리감이 사실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기 위한 방식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특히 한국의 ‘눈치 문화’와 함께 생각해 보니, 사람들은 말로 직접 표현하지 않더라도 상대의 상황과 감정을 먼저 살피려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 과정 속에서 관계도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멀게 느껴졌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편하게 말을 걸어주고 웃어주는 순간들이 늘어났다. 그때마다 ‘나도 이 문화 안에 조금씩 들어오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 요즘의 나는 여전히 완벽하게 적응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예전처럼 작은 상황에도 쉽게 당황하지는 않는다. 낯선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피하려 하기보다 그 상황을 이해하려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것도 내가 배워가는 과정이구나”라고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나에게 단순한 유학 경험이 아니다. 내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기준을 넘어, 다른 방식의 생각과 관계를 하나씩 배워가는 시간이다. 때로는 어렵고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나의 자신감은 이전보다 더 단단해지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다른 유학생에게 문화의 차이 때문에 힘들고 위축되는 순간이 있더라도,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완벽하게 적응하려고 하기보다 작은 용기를 내어 먼저 다가가 보기를 바란다. 그 한 걸음이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낯설었던 환경을 조금씩 익숙하게 바꿔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