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2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당선작 - 고양이
고양이
서귀옥(우석대학교 / 문예창작학과 / 4)
안전제일, 팻말 앞에서
고양이가 죽어가고 있었다
등허리의 벽돌무늬 내려놓을 새 없이
아직도 계단을 오르는 중인지 허공에 발을 내딛고 있었다
바람의 층수가 한 층 더 높아졌다
그 사이 몸은 저물어
옆구리에서 붉은 저녁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잠시 쉬려고 내려놓은 몸
제 그림자를 짚고 일어서다 풀썩, 무게를 놓쳐버린 고양이가
슬픈 옆구리에 머리를 박고 이아옹 이아옹
인간 남자의 목소리로 울었다
어깨를 짓누르고 열 손가락을 등 허리께에 돌려 묶어놓고
불타는 무늬를 새겨 넣을 때
몸을 찢고 나오던 소리였다
흰 실밥 부스스 풀린 등이 낡은 작업복처럼 펄럭일 때까지도
무늬는 깨지지 않았다
내가 발로 툭 치자
크게 요동치던 무늬, 안쪽에서 뼈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상처를 묶은 매듭, 무늬가 풀려버린 것이었다
고양이는 담장을 넘듯 가볍게 생의 자세를 바꾸었다
세상의 담벼락을 허문 것이
뿔이 아니라 뾰족한 울음이었을까
생의 얼룩 벗을 새 없이
쥐 오줌 얼룩진 천장을 덮고 잠들었던
주름무늬 인간도 저렇게 바닥을 건넜을까
고양이가 스며든 바닥이 캄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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