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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문학상 작품보기

제26회 계명문화상 시 부문 심사평-안도현 시인

  • 작성자 : 계명대신문사
  • 작성일 : 2006-08-28 21:32:25

제26회 계명문화상 시 부문 심사평입니다.

 

심사위원: 안도현 시인

 

 

제 26회 시 심사평


시는 기억을 재구성해서 언어로 드러내는 양식이다. 다시 말하면 기억의 형상화 과정이 시쓰기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의 조건이 따라붙는다. 하나는 기억 혹은 체험 내용의 선택과 배제의 문제이고, 또 다른 하나는 언어의 형상화가 표현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인식의 문제라는 점을 확실히 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를 읽는 사람은 시인의 체험 내용을 알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현란한 언어의 운용 방법을 배우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독자는 무엇보다 시를 둘러싸고 있는 시적 인식의 놀라움하고 은밀하게 내통하고 싶어 한다. 인식의 힘을 보여주는, 인식의 육박전을 펼치는 작품 하나 어디 없나, 하고 유심히 응모 작품들을 읽었다. 시를 고만고만하게 잘 쓰는 사람은 많은데, 놀라운 상상력으로 눈을 번쩍 뜨게 하는 시는 드물었다. 마지막까지 여러 번 들었다 놓았다 한 시는 모두 여섯 사람의 작품이다.

 

‘어머니의 상자’와 ‘빈집’, 그리고 ‘소류지’ 세 편은 시에서 풀어 보이는 어머니와의 갈등이나 고통이 현실에 적절하게 밀착하고 있다. 그것은 시적 리얼리티를 확보하는 데 상당히 성공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실의 누추함을 자기 앞으로 끌어당길 줄 아는 힘도 느껴진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안이한 화해를 서두르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다.

 

‘겨울로 가는 길’은 나무라는 대상을 통해 스스로 인내하는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매우 안정된 호흡에다 “밖으로는 길을 덮고 속으로는 길을 내는 저 몸부림”처럼 눈길을 끄는 구절도 곳곳에 보인다. 앞으로 상상력의 확장에 더욱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은행나무 아래서’는 이미지의 전개가 자연스럽고 감각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감정 조절도 이만하면 수준급이다. 그런데 작자는 마지막 줄의 ‘세월’이라는 시어 하나가 시의 격조를 얼마만큼 떨어뜨리는지 고민해보기 바란다.

 

겨울 풍경을 흠잡을 데 없이 잘 버무린 ‘성에꽃’을 당선작으로 뽑는다. 말을 절제하는 기량과 무리 없는 묘사력을 무엇보다 높이 샀다. 함께 응모한 시도 만만찮은 솜씨를 발휘하고 있어 믿음직스럽다. 부디 좋은 시인이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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