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가작(1)
그냥 그렇다고
김금아(계명대학교·문예창작학·3)
방이 하나뿐이던 그 때는 엄마, 아빠, 나, 언니 넷이서 한 방에 잤다
자리가 비좁아 옆으로 돌아누워 자는데
등 뒤에 있던 손 하나가 다가왔다
그리고 내 사타구니를 더듬는다
살면서 그렇게 눈이 커진 적은 처음일 거다
마치, 일어선 내 피부에 닭살들도 손바닥 밑에서 큰 눈 뜨고 있을 것 같은 느낌
콩콩 뛰는 심장으로
멍하니 그 손바닥 올려다보고만 있을 것 같은 느낌
그 손은 조금 있다 갔지만
뭔가 급히 간 듯하지만
아직까지 내 안에 그 손이 살고 있다
혼자 목욕을 할 때도 난 그 손과 함께인 채고
둥그런 식탁에서 손의 웃음이 터질 때는 혀를 깨물어버렸고
달거리 날에는 더 크게 자리잡는 바람에 엉거주춤하게 걸어다니고, 그랬다.
아무에게도 건네 볼 수 없는 그 손은
처음 부분이 어디고 끝나는 부분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제33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가작(1) - 수상소감
‘손’ 덕분에 좋은 상을 받게 되었다. 창작 수업 시간에 수강생들이 이 시를 이렇게도 보고 저렇게도 보고 있을 때 나는 그들 앞에서 벌거벗고 있는 듯 했다. 빨개진 얼굴을 숨겨야만 했다. 선생님께 그랬다고 말씀드렸더니 예술가는 남들의 시선을 견딜 줄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이제는 좀 견딜 수 있게 되었다.
여태까지 꽤 성공적이다 싶은 시는 모두 내 아픈 기억을 드러낸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시를 쓰고 나면 좀 부끄럽기도 하지만 혹시 이번에도 반응이 좋으려나 싶어 은근히 변태처럼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다 말하고 나면 내 속이 후련해지는 것도 같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친구들이 묻지도 않았는데 이상한 얘기를 알아서 꺼내는 버릇이 생겼다. 그런데 내 치부 남은 것이 몇 개나 있나, 세어 보면 벌써 몇 개 없다. 앞으로는 내 아픈 것만 다독이지 말고 다른 사람 아픈 것도 살뜰히 챙겨가며 같이 아파하는 글쟁이가 되고 싶다.
감사드리는 두 분, 장옥관 선생님과 최라라 선생님께 앞으로도 많이 배우고 싶다. 옆에서 나보다 더 나를 걱정해주는 기준에게 고맙다. 문창과 학우들에게도 감사의 인사 전하고 싶다. 우리 과가 있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요즘 자꾸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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