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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문학상 작품보기

제33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당선작 - 거미의 퍼즐놀이

  • 작성자 : gokmu
  • 작성일 : 2013-05-21 23:37:08

 

 

●제33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당선작

 


거미의 퍼즐놀이

 


고은별(서울과학기술대학교·문예창작학·1)

 

 

이 퍼즐은 모서리로 보내야 하지
자, 봐 파란 지붕 마당 넓은 집 한 채가 완성됐잖아
잘린 버드나무 가지 조각을 하늘 조각 사이에 끼워 넣으면
단발머리로 잠을 자던 버드나무도 번쩍 눈을 떠
담은 아예 골라내도 좋아 그 자리엔
보도블록 사이 피었던 들꽃 퍼즐을 놓아두자
나의 발길을 따라 풍경은 조각조각 나눠지지
내가 허공을 한 발 한 발 짚으며
꽁무니에서 경계를 뽑을 때마다
허물어진 이 동네는 알쏭달쏭하게 흐트러져
나는 신중하게 수치를 재며 졸고 있는 버드나무 사이에 발을 뻗었어
수많은 다리가 조수가 되어 내 작업을 도왔지
서울 바깥 변두리에 얌전히 걸려 있던 동네는
어느 날 포클레인 폭격을 맞고 흐물흐물 허물어졌어
사람들은 모두 떠났고 이제 완성작을 기억하는 건 나 뿐
나는 조각들이 모두 떨어져
하늘과 버드나무가 뒹구는 동네를 다시 맞추는 중이야
좁은 퍼즐 속에서 지금도 자라는 뿌리들을
앞마당 텃밭에 옮겨 심는 중이야
깨진 창문 조각을 하늘에 두면 투명한 새털구름으로 새들이 돌아오지
시든 짚을 마당에 채워 넣은 날은
햇살 병아리가 쫑쫑 깨어나기도 했어
하늘을 한 조각 찾으면 빛도 한 조각 들어와 불 꺼진 집들을 밝히고
널브러진 그림자들 모아 맞추면
푸른 그늘 아래 멈췄던 바람이 다시 달리기를 시작해
내 투명한 집 속에서 버드나무가 몸을 일으키는 게 보이니?
곧 저 치렁치렁한 머리칼을 휑휑 휘날리며 퍼즐의 먼지를 닦아낼 거야
슬레이트 지붕 틈에서 꺼낸 보름달이 홀쭉해질 때마다
햇살과 병아리와 사람이 버드나무에 기대 살던 동네는 깨어나겠지
어느 하루, 한참을 덜어낸 보름달이 다시 차올라 둥글어지고
그 통통한 빛이 버드나무 머리칼을 빗어주는 날
그 쯤 되면 사방으로 숨어들어간 웃음 조각들도
돌아오지 않겠어?

 

 

 

●제33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 수상소감

 

처음엔 혼자서 쓸 수 있고 쓰고 나면 읽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시를 썼습니다. 시심과 시감을 얻고 이를 써내는 과정 모두가 세상과의 대화라는 것을 깨달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시가 뭔지 알게 하시고 시를 쓸 이유를 주신 윤한로 선생님, 돌멩이인 저를 다이아 세공하듯 닦아주신 배은별 선생님을 비롯해 가르쳐주신 모든 선생님과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늘 사랑해주시고 참아주시는 부모님께도 감사를 전합니다. 부족한 시를 예쁘게 봐주신 계명 문화상 심사위원 분들, 힘내서 정진하라는 의미로 알고 더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시를 쓰는 게 아니라 시가 저를 쓴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꼭 맞는 단어와 욕심 없는 문장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많은 새벽을 지새울 것입니다. 아침이 오고, 수백 수천 번을 다시 읽어도 덜어낼 데가 없는 시가 될 때까지 온 몸으로 새겨지겠습니다.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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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모든 존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들에게,  ‘어머니와 나’ 오늘도 밥은 제때 먹었는지, 수업에서 ‘예시’를 들어 쉽게 설명했는지 물으시는 아빠께 툴툴거렸다. 당신 딸의 나이가 별로 실감나지 않으시는 눈치다. 사실, 저 안에 담긴 아빠의 마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래 놓고 돌아서서 후회하는 나 같은 학생들이 많으리라. 이 책은 어느 이름 모를 여사님의 일상 목소리를 기록한 것이다. 대화의 상대이자, 책의 저자인 김성우는 바로 그녀의 아들. 70대 초반쯤 되셨을 법한 여사님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상황-거창한 시대적 사건부터 천 원에 산 감자 이야기까지-에 대한 단상들을 꾸밈없는 잔잔한 언어로 들려준다. 그런데 책을 읽어가다 보면 모든 이야기가 편편이 분절된 것이 아닌, 세월만큼 깊어진 그녀의 너그러운 지혜로 꿰어졌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한 여인이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구술사이자 그녀의 에세이요, 삶에 대한 성찰을 담은 철학서인 것이다. 문학과 철학의 언어는 때로 우리에게 추상적으로 다가온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는 별 관련 없는, 재주 많은 이들의 영역인양 느껴지기도 한다. 리터러시 연구자로서 문자 자체에 대한 이해력을 넘어 삶이 스며있는 소통에 대해 이야기 해 온 저자는 “나의 어머니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