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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문학상 작품보기

제 28회 계명문화상 소설부분 심사평 - 성석제 소설가

  • 작성자 : 계명대신문사
  • 작성일 : 2008-05-25 22:00:28

제 28회 계명문화상 소설부분 심사평입니다.

 

- 심사위원: 소설가 성석제

 

- 심사평

본심에 올라온 작품을 숙독하면서 소설과 소설을 쓰는 ‘작가의 생활’은 결코 같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울에 반영된 나의 모습이 그림자일 뿐이듯 소설과 현실은 비슷해 보일 수는 있어도 명백히 다른 것이다. 생활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는 노력은 노력에 그칠 뿐 기대하는 결과를 얻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비슷함과 그림자에 공감하는 법이다.


[코스프레]는 입시지옥과 그의 탈출구인 ‘코스프레’ 행사에 참가하는 고등학생의 생활과 생각을 자세히 잘 그려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은 그게 그다지 궁금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곧 공감할 수 있는 독자가 제한적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풍경소리]는 차분하고 정교하다. 요즘 소설에서는 보기 드문 시골 풍경이 오래도록 검증돼온 방식으로 세세하게 그려져 있는 것이 호감을 준다. 그런데 헤어진 사람과의 관계며 집착을 보여줄 때 혼자만의, 혼자만 알 수 있는 개별적 성향이 강하다는 게 작품이 가진 힘을 약화시키고 있다.


[발치]는 상당히 밀도가 높은 작품이다. 일상에 촘촘하게 존재하는 불화의 여러 가지 양태가 다양하게 드러나며 힘과 속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관찰력이 뛰어나고 이따금 나타나는 냉소적인 문장이 웃음을 짓게도 만든다. 그런데 소설의 전후에 있는 우화적인 삽화(揷話)가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 게다가 그 삽화가 가지고 있는 의미에 소설의 시작과 마무리를 상당 부분 떠맡긴 것이 마음에 걸렸다.


당선작으로 뽑은 [다소 타히티적인]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정황, 어항이 있는 방에서의 생활, 고갱의 그림과 제목, 정신과의 상담 과정이 생생하다. 작가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을 잘 다듬고, 적합한 구성과 결말로 단단한 소설적 공간을 구현해냄으로써 그림자가 나의 그림자는 아니라고 해도 우리 중 하나의 그림자임을 설득시키는 데 성공했다. 오래도록 살아와서 잘 알고 있는 세계를 떠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때 들여야 할 공력이 클 것임을 미리 알고 충실한 준비를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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