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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문학상 작품보기

제35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 심사평(이성복 님)

  • 작성자 : gokmu
  • 작성일 : 2015-05-18 17:51:59

●제35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 심사평(이성복 님)

 

- 심사위원: 이성복님



1952년 경북 상주 출생
1977년 계간 [문학과 지성]으로 등단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 [남해금산][그 여름의 끝] [래여애반다라]
산문집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나는 왜 비에 젖은 석류 꽃잎에 대해 아무 말도 못 했는가]
현재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명예교수이다.



모험과 낭비의 언어 경제


- 심사평

 

심사를 하면서 어렴풋이 든 생각은 투고된 학생들의 시가 문단의 젊은 시인들의 추세를 닮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일정 수준에 오른 다수의 시들이 종잡을 수 없는 환상을 쫓아가거나 신경증적 증상의 징후를 드러내고 있을 뿐 더러, 말과 말, 행과 행 사이의 연결이 끊어진 요령부득의 진술에 그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실과 이념이 곧 시가 아니듯이, 환상과 증상 자체가 시라는 믿음은 심각한 폐해를 낳는 착각이다. 글 쓰는 사람의 정신의 갈등과 불화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현실-이념, 환상-증상은 두 가지 매너리즘에 고착되고 말 것이다. 전혀 이해할 필요 없음이나,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음이라는 막다른 골목. 달리 말하자면 현실과 환상, 이념과 증상은 서로 갈등하고 불화한다는 조건 하에서만 각기의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 꿈과 상처, 비상과 추락, 원심력과 구심력, 가능과 불가능은 같은 힘의 서로 다른 벡터일 뿐, 상호 별개의 것으로 존재할 수 없다 

마지막까지 평자의 손에 남은 작품들 가운데, 열하일기는 견실한 이야기 구성이 돋보이나, 핍진한 감응력이 아쉬웠다. 그러나 열대의 사막에서 호흡을 조절해야 하는 전전긍긍의 시간/ 어디서 왔는지 핫팬츠가 냉커피로 호객 행위를 한다는 돌연한 구절은 놀라움을 자아낸다. 개인적 아픔이 사금파리처럼 박혀 있는 의 경우, 부수적인 이야기를 가지치기 할 수 있는 통제력이 아쉬우나, 절실한 아름다움이 곳곳에 배어 있다. “, 버려진 공사장, 커다란 프로펠러들, 바람이 불어도 움직이지 않는 거대한 날개들 밑에서 아름다운 녹색 유리를 주웠어.”  

좌충우돌 활달한 어조와 기상천외의 상상력을 선보이는 모터사이클」「족제비등과 함께 투고된 당선작 소싸움은 안정된 글쓰기의 효과를 추구하기보다, 모험과 낭비의 언어경제를 고수하는 듯 보인다. 의미의 연속성보다는 리듬의 탄력성이 두드러진 이 작품에서 음악은 메시지를 압도한다. 그로 인해 거칠고 불편한 느낌을 갖게 하지만, 이 또한 좋은 시인의 자본임을 예감케 한다. “두 마리 동시에 몸을 빼고/ 체중을 실어 힘껏 상대를 찍을 때/ 뿔이 깨지는 소리/ 두 뿔이 깨지는 소리/ 두 마리의 두 뿔이 네 개의 뿔이 되고/ 여덟 개의 뿔이 되어// 서로를 박는다/ 박는데도 박히지 않는다이 난폭한 기세와 열정이 단지 허세로만 비치지 않고, 진정성을 띠게 하는 것은 소의 두 눈이/ 겁으로 가득한/ 우물이 된다는 섬세하고 유연한 구절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강약, 고저, 장단의 배치는 음악뿐 아니라, 의미의 차원에서도 반드시 살펴야 할 과제임을 유념하여 좋은 시인이 되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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